'의형제', 충무로 간첩영화 '전패 징크스' 깰까?

김건우 기자  |  2010.02.03 11:38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가 간첩영화 전패 징크스를 깰지 관심이 집중된다.

충무로에는 1999년 2월 '쉬리'가 한국영화사를 새롭게 쓴 뒤 다양한 간첩 소재 영화가 만들어졌다. 순진한 간첩, 어수룩한 간첩, 민첩한 간첩 등 다양한 간첩이 관객을 찾았지만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1999년 5월 유오성이 출연한 '간첩 리철진'이 북한인들의 절절한 현실이 녹아든 영화로 관객들을 찾았지만 한국의 부조리한 사회상을 조명하는데 그쳤다. 또 2002년 한석규가 '텔미썸딩' 이후 3년 만에 선택한 '이중간첩'은 한국에 위장 귀순한 이중간첩을 다뤄 화제를 모았지만 이념 갈등에 따른 슬픈 현대사를 무거운 분위기로 그린다는 평가와 함께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간첩은 코미디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다. 거액의 공작금을 찾기 위해 남한으로 건너온 간첩을 다룬 '그녀를 모르면 간첩'(2004년), 동해안에 흘러들어온 간첩을 다룬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년)가 그 주인공. 하지만 '그녀를 모르면 간첩'은 외모 지상주의 비난과 억지스러운 설정에 실패했고, '동해물과 백두산이'는 '실미도'와 함께 개봉해 관객동원에 아쉬움을 남겼다.

그동안 간첩 영화들의 실패는 주제가 무겁거나 북한을 너무 희화하는데 실패 원인이 있었다. 결국 원치 않았지만 충무로에 간첩영화 전패라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됐다.

이들 영화의 실패는 단순히 이념적 차이를 통한 웃음 유발은 관객들에게 유치하게 다가갈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스타파워를 자랑한 '이중간첩'의 실패는 남북문제란 묵직한 소재가 다가 가야할 지점을 의미한다. 간첩 소재가 단순히 웃음 없이 두 남녀의 비극적인 입장을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될 경우 관객들의 반감을 얻기 때문이다.

이에 동면기에 있던 간첩 영화를 연기파 배우인 송강호와 강동원의 '의형제'가 깨울지 시선이 집중된다. '의형제'는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탄탄한 스토리를 긴장감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북한에 버림받은 남파 공작원과 국정원에서 쫓겨난 정부요원이 흥신소를 함께 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는 점이 흥미를 이끈다. 앞서 영화들이 남파됐다는 설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의형제'는 인간애에 중심을 뒀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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