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에겐 새로운 음식이 반갑고, 패셔니스타에겐 새로운 스타일의 의상이 반갑듯, 방송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에겐 새로운 프로만큼 반가운 일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보고 있던 방송들과 다를까? 재미있을까? 앞으로 계속 찾아볼 프로그램일까? 하는 기대감들과 함께 말이다.
더불어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쟁이들 역시 그렇다. 다만 시청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궁금증이 좀 더 깊다고나 할까?
음... 좀 풀어서 말하자면, 이렇게 비유해볼 수 있겠다. 우리 옆집에 새로운 사람이 이사왔을 때의 감정으로. 저 집 인테리어는 어떤 컨셉트일까? 저 집 가구 브랜드는 뭘까? 가족은 몇 명? 나이대는 몇 살? 집안 꾸미기에 센스가 있나, 없나? 깔끔한가, 더러운가? ...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면, 새로 이사 온 옆집처럼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니 첫 회 방송을 챙겨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사 온 옆집에 차 한 잔 마시러 가는 날처럼.
이렇게 첫 회에 놀러 간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김승우의 승승장구’다.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KBS의 터주대감 토크쇼 ‘상상플러스’를 뒤로 하고 등장한다니 더더욱 궁금했다.
첫째, 배우 김승우가 MC라는 얘기를 듣고는 예전 '박중훈쇼'랑 어떻게 다를까? 둘째,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토크쇼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뭘까? 셋째, 시청률은 어느 정도 나올까? 등등 말이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화요일 토크쇼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강심장'과 어떻게 다를까? 그 동안 승승장구하던 '강심장'을 '승승장구'가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자, 첫회를 보신 분들이라면 대충 파악하셨으리라. '승승장구'와 '강심장'의 차이를 말이다. 일단 게스트 숫자가 다르다. '승승장구'가 1인 게스트 위주의 전통 토크쇼 맥을 따라갔다면, '강심장'은 일명 '떼토크', 즉, 많은 게스트들이 떼지어 우르르(?) 출연하는 토크쇼의 변형이다.
여기엔 일장일단이 있다. 1인 게스트 체제는 그 사람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깊은 얘기들, 살아온 얘기들을 다 들을 수 있는 대신, 한 명이기 때문에 좀 단조로운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반면에 게스트가 많은 토크쇼의 경우엔 출연자들에게 한 마디씩 이야기할 기회가 돌아가다보니 누구 한 명에게만 집중되기 힘들다는 점, 대신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다양하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서, 김밥집의 그냥 '한 줄 김밥'과 '모듬 김밥'의 차이라고나 할까?
이런 차이들 때문에, 시청자들도 취향에 따라 채널 선택이 확연히 달라질 것 같다. '승승장구'의 첫 회 게스트는 김남주였다. 그녀의 살아온 얘기, 결혼 얘기, 배우 얘기를 비롯해서, 그녀의 측근들을 통한 증언(?)들도 이어지며 그녀가 주인공이었다. 그러다보니 한 시간 동안 김남주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그녀가 웃을 땐 웃고, 그녀가 울 땐 같이 울컥하게 되면서, 그녀의 희노애락의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나중에 별로 관심 없거나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게스트가 나올 경우엔 어떻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그만큼 게스트 선정이 중요하다는 말씀. '강심장'의 경우는 어떤가? 출연자들 중에 굳이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벅적벅적, 와글와글한 분위기에 함께 젖어 들어서 시청할 수 있다는 점, 대신 이런 점이 오히려 정신없고, 산만해서 '별로'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승승장구'의 첫회 시청률이 '강심장'을 누르진 못했다. 앞으로 2회, 3회... 진행되면서 시청률이 더욱 더 승승장구할지, 아닐지 결정하는 건 시청자의 몫일 것이다. 김밥집에서 치즈 김밥이든 김치 김밥이든 간에, 한 줄 김밥을 먹을지, 여러 맛이 조금씩 섞여있는 모듬 김밥을 먹을지를 결정하는 건 고르는 사람 자유니까. 과연 어떤 맛이 더 잘 팔릴까? 일단 다음 주 화요일도 지켜봐야겠다.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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