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서 "'이번엔 예쁘다는 소리 들을줄 알았다"

전형화 기자  |  2010.03.17 16:15
ⓒ이명근 기자 qwe123@


윤진서, 그녀의 얼굴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한다. 순수함과 퇴폐스러움이 공존한다. 윤진서가 바람피는 유부녀에서 여고생까지, 캐릭터의 넓은 간극을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그 얼굴 탓이다.

윤진서가 사랑을 한다. 이번에는 두 남자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애'에서 쌍둥이 형과 동생을 동시에 사랑하는 여자를 맡았다. 동전의 앞뒤 같은 남자들이지만 결국은 하나의 취향을 따라간다. 윤진서의 취향은 자유다. 억매이지 않고 흘러가는 바람.

영화에서 노출을 선택했든, 남자친구와 섹시화보를 찍든,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었다. 그 때 그 때 흘러가는 바람일 뿐이다.

-처음부터 노출과 베드신이 예고된 영화였다. 선택에 두려움은 없었나.

▶여성으로서 여성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러단 찰나에 제의를 받았다. 정사신을 여성들이 봤을 때 고급스럽게 보여줄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총 4번의 베드신 중 첫 번째와 나머지가 다소 차이가 있다. 첫 베드신에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묘사가 두드러진 반면 다른 베드신은 보여 지는 데 주력한 인상인데.

▶첫 번째 자동차 베드신은 권지연 감독님이 찍었다. 여성 감독이 찍은 만큼 여성의 심리적인 부분을 담은 것 같다. 소극적이다가 여성 상위로 바뀐다거나 뿌옇게 보이는 자동차 창문으로 절정을 표시하는 것 등은 모두 권 감독의 디렉션이다. 류훈 감독님으로 바뀐 뒤 좀 더 친절한 방식으로 영화 촬영이 이뤄졌다. 또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가 바라보는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고.

-베드신이 자칫 배우를 소모시킬 수도 있는데.

▶꼭 필요한 장면들이었다. 두 번째 병실 장면은 내게 중요한 게 현재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세 번째 욕실 장면은 다른 남자를 지우고 남편을 입으려 하는 의미였고, 네 번째는 그럼에도 다른 남자를 찾아가 사랑을 불태우는 장면이기에 꼭 필요했다.

-1인2역인 유지태를 두 남자인 양 사랑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지르는 연기가 아니라 누르는 연기를 했는데.

▶원래 지르는 연기를 싫어한다. 결국 불륜을 저지르는 데도 마지막까지 관객이 이 여자가 누구를 사랑하는지 모호하게 느껴지도록 연기했다.

-첫 번째 베드신 이후 맨발로 풀밭에 서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그냥 신발을 벗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감독님에 상의없이 그렇게 했다. 감정이 다 벗겨진 상태를 표현하려는데 옷을 벗고 나올 수는 없고 맨발로 서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이 문을 열면 새로운 사랑인데 그 직전에 멈춰진 장면이니깐.

-유지태와 산 낚지를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올드보이' 오마주인가. 병상의 남편에 읽어주는 책이라든지 상징적인 소품이 초반에 많이 등장하는데.

▶일단 '올드보이' 오마주는 아니다. 촬영 장소에 산 낚지가 많아서일 뿐.(웃음) 몇가지 상징적인 부분이 있는데 보다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의미 부여를 줄였다.

-'비밀애'는 사랑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다. 닮았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취향이 감정을 움직이는 것인지.

▶닮았다고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쌍둥이니깐 이 여자의 취향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지금까지 사랑한 사람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닮은 부분이 있지 않나. 게다가 뇌사 상태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남편을 바라보는데 내 취향의 남자가 또 등장하니깐 흔들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사랑은 운명이라고 믿나.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인연은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매번 이사를 다녔는데 나와 초,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 지금도 파리에 갈 때면 그 친구 집에 머문다.

-파리 여행을 즐기는 편인데.

▶1년에 두 달 정도는 있는 편인 것 같다. 이번에도 두 달 정도 있다가 제작보고회 당일에 입국했다. 이번에 파리에 가서 레오 까락스 감독과 만났다. '도쿄'로 내한했을 때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인연으로 이번에 또 만났다.

-프랑스 영화와 어울리는 편이기도 한데. 레오 까락스에 영화 출연 제의라도 받았는지.

▶감독님이 언제 작품을 하실지 몰라서.(웃음) 주위에선 너는 프랑스에서 배우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소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배우를 하는 게 맞다. 내 업이고. 다만 프랑스로 대학원을 갈까 고민은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비밀애'에서 유지태가 시든 꽃에 물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시든 꽃이던 적이 있나.

▶19, 20살 때. 내가 할 일은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버터내기도 힘들었고. 말하자면 내게 연기가 물이었던 셈이다.

-친 언니는 현재 사업연수생인데 다른 지점에서 재능이 펴진 것 같은데.

▶어릴 적에는 비교를 많이 당했다.(웃음) 언니가 워낙 출중하니깐 오히려 부모님께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관대하셨다.

-남자친구를 숨기지는 않을 것 같았지만 섹시 화보까지 찍을 줄은 몰랐는데.

▶남자친구와 먼저 이야기하더라. 알고보니 소속사에 제의가 왔는데 확실하게 결정될 때까지 내게 이야기를 안했더라. 남자친구도 하고 싶어했고 콘셉트도 좋았다. 결혼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니깐. 확신도 필요하고.

-노출 연기나 남자친구와 섹시화보나 용기가 필요하거나 자유로운 영혼이거나 둘 중 하나였기에 가능할텐데.

▶내게 노출 연기나 섹시화보를 찍는 데는 용기가 필요한 게 절대절대 아니다. 자유로운 선택 중 하나일 뿐이다.

-'비밀애'는 금단의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금단의 사랑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내가 경험해 본 게 아니기에 섣불리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했던 사랑의 경험이 이번 영화에 도움을 줬나.

▶전혀. 다만 병원에는 일주일 정도 숙식을 하며 머물렀다. 이 여자가 왜 탈출하고 싶었했나를 이해하고 싶어서.

-질투는 '비밀애'의 주요 동력 중 하나인데. 윤진서에게 질투란.

▶가장 강렬한 감정 중 하나. 실제 경험이라면 남자친구의 지난 사랑에 질투한 적은 있다. 또 여자는 돌아서면 끝이다. '비밀애'에서도 그런 감정이 드러나지 않나.

-차기작은.

▶쉽게 못고를 것 같다. '올드보이' 끝나고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 표현이 참 싫었다.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이미지를 피하기도 했다.

-이제는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게 어떤가.

▶이번에는 그런 소리 들을 줄 알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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