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 그동안 뭘 하이킥했나?

[이수연의 클릭!방송계]

이수연   |  2010.03.19 11:38

시청률로 하이킥, 스타 대거 배출로 하이킥을 한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 오늘(19일) 마지막회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그 인기 또한 어찌나 하이킥~했는지, 네티즌 수사대들은 여기저기서 촬영하는 장면을 목격만하면 잽싸게 짜깁기해서 비극이냐, 희극이냐 다양한 수사결과물들을 냈다. 여기에 맞대응하는 제작진들은 또 어땠나? 결말이 조금이라도 세어나갈까봐 새벽까지 극비에 촬영했다고 하니, 그 시청자들에, 그 제작진들. 방송가에서 참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인 것 같다.

자, 이렇게 시청자를 열광하게 만든 ‘지붕뚫고 하이킥’. 그렇담 방송되는 동안 뭘 ‘하이킥’했을까?

일단 시트콤이란 장르에 드라마 양념 들어가서 제대로 하이킥 날렸다. 기존의 시트콤들은 어땠는가? 말 뜻 그대로 ‘시츄에이션+코미디’라는 말 뜻 그대로 재미있는 상황들을 보통의 콩트보다 좀 더 길게 만들었다. 한마디로 웃기는 것만 있었다, 이거다. 그나마 웃기면 다행이다. 성공한 몇몇 작품들 빼고는 말장난같은 대사빨(?)로만 웃기려들 뿐, 억지스런 상황 설정으로 공감을 얻지 못했던 시트콤들이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기존의 시트콤들은 단막극이란 특성상 같은 인물들이 계속 나오기는 하지만, 매회 다른 상황설정, 즉 다른 에피소드들로만 풀었다. 그래서, 좀 인기있는 시트콤들은 대개의 오락프로그램이나 개그프로그램 보듯이 ‘보면 웃기니까...’라는 인식에서 다음 회를 습관처럼 보는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붕킥’은 어떤가? 단순히 ‘웃기니까’라는 이미지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황정음, 이지훈, 신세경, 준혁, 이 네 사람의 러브라인이 굉장히 드라마틱해서, ‘어떻게 될까? 과연 누구랑 누가 연결될까? 헤어질까?’ 등등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마치 미니시리즈처럼 ‘다음 회’를 안달나게 기다리도록 만들었다 이 말이다. 그러니 일부 마니아층만 선호한다는 시트콤임에도 불구하고 20%를 웃도는 시청률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밖에.

그 다음엔 ‘감동’과 ‘재미’라는 극단적인 두 방향 모두 성공적으로 하이킥했다 이 말씀. 방송 작가가 되기 전, 작가 수업을 받을 때 당시 강의를 들어오신 선배 작가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분이 물었다. ‘재미있다, 라는 감정이 뭐라고 생각하나?’라고. 다들 엥? 하는 표정으로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풀어주셨다. ‘얼핏 생각하면 코미디 프로그램 보면서 웃는 걸 재미있다, 라고 생각하지? 하지만, 아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휴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바로 재미있다는 감정이다. 다시 말하면, 방송에서의 ‘재미’란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라고.

바로 ‘지붕킥’의 ‘재미’가 이랬다. 30분도 채 안되는 한 회 동안 한 가지 얘기로 막 웃겨주다가, 또 다른 얘기로는 막 울리는... 그렇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었다는 얘기다.

열등감 투성이로 센스가 빤스(?)인 못난 가장에, 남편 기 팍팍 죽이는 부인에, 툭하면 발길질하는 가부장적인 할아버지에, 가족들에게 소외당해서 빵꾸똥꾸로 위로(?)받는 아이에, 쌈짱 고등학생에, 자기 일에 빠지면 주변 어떤 상황도 안 보이는 까칠한 삼촌에, 빚내서라도 명품은 사고마는 된장녀에... ‘지붕킥’ 멤버들이 처음엔 이렇게 다 제각각 출발했다.

하지만, 집없는 불쌍한 두 자매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가족 중에 준혁은 언니를 짝사랑하고, 보석은 언니에게 자기의 억울한 속내를 털어놓고, 또 혜리는 신애와 점점 우정을 쌓아나가는 등 한 집에 살 뿐 각자 따로 놀던 가족들이 두 자매를 매개체로 점점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보며 시청자들 역시 울고, 웃었다. ‘무조건 웃겨야만 살아남을 것’ 같은 시트콤이란 장르가 ‘따뜻한 감동’도 줄 수 있었다는 걸 ‘지붕킥’을 통해서 발견했다 이거다.

그 동안 ‘지붕킥’의 큰 축이었던 러브라인, 황정음과 이지훈이 헤어지고, 대신 신세경과 살짝 만날까...싶더니 다시 황정음과 만날 거 같고, 또 신세경은 준혁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는 고백에 이어, 어제는 이별의 키스까지 하고... 그야말로 요 며칠 동안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어떤 내용으로 결말을 맺을까? 그 궁금증은 최근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메달 세는 것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쏠쏠한 거 같다. 물론 결말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는 마지막회를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마지막회 사수, 용꼬~리 용용이다. 자, 오늘 저녁 먹고 편안하게 마지막회를 시청하는 일, 허벌나게~ 쉽죠 잉~?
<이수연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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