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킥' 죽음마저 아름다웠다.. 충격의 결말

김현록 기자  |  2010.03.19 23:10


그리고 그들의 시간이 멈췄다.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이 두 젊은 주인공의 급작스러운 죽음을 암시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그러나 그 마지막은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19일 방영된 '지붕킥' 마지막 126회에서는 아버지를 만나 이민을 준비하는 세경(신세경 분)과 신애(서신애 분) 자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악동 해리(진지희 분)은 가장 아끼는 인형까지 주며 신애와의 헤어짐을 눈물로 아쉬워하고, 그 시간 학교에 간 준혁(윤시윤 분)도 내리는 비를 그저 바라보며 세경과의 헤어짐을 가슴 아파했다.

그 사이 지훈(최다니엘 분)은 정음(황정음 분)이 대전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갈 채비를 서두른다. 공항으로 떠나던 길에 지훈을 만난 세경은 태워주겠다는 지훈의 차에 동승하고 빗길을 달린다.

이날 방송에서 지훈과 세경의 죽음 자체는 묘사되지 않았다. 다만 사고를 알리는 라디오 뉴스와 3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을 떠올리는 정음(황정음 분)과 준혁(윤시윤 분)을 통해 암시됐다.

이후 과거로 돌아간 화면은 사고 직전의 자동차 안에서 세경은 지훈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장면을 담았다. 세경은 지훈을 좋아했지만 그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가만히 고백한다. 이어 "마지막에 제게도 이런 시간이 왔다"며 "가끔은 시간이 정지됐으면 좋겠다"고 되뇌인다. 뒤늦게 세경의 마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던 지훈이 고개를 돌려 세경을 바라보는 장면이 흑백으로 바뀌며 극은 갑작스럽게 끝났다.

결국 시간은 멈췄고, 주목을 받았던 4각 러브라인의 누구도 행복한 결말을 맞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흐른 뒤 만난 정음과 준혁이 먼저 떠난 사랑을 추억하며 슬픔에 잠겼을 뿐이다.

유쾌한 화해로 극을 대부분 마무리 짓는 여느 시트콤과 달리 예상 밖의 결말로 충격을 안겼던 연출자 김병욱 PD의 스타일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시청자들은 "그토록 보안에 신경을 쓴 이유를 알겠다"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말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갑작스러운 비극에 허무하다며 항의하는 반응까지 나왔다.

김병욱 PD는 '지붕킥'의 결말에 대해 "그렇게 시간이 정지된 것"이라며 "보시는 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뒤늦은 자각을 그리고 싶었다"며 두 인물이 죽음을 맞는 데 대해서는 "더 절절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짧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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