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배우로 돌아왔다. 양익준은 지난해 최고의 충무로 스타였다. 각종 영화제에서 연출력과 연기력을 인정받아 수상 릴레이를 이어갔다. 그로부터 1년. 그는 지진희와 호흡을 맞춘 '집 나온 남자들'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의 행보는 의아할 수밖에 없다. 20편이 넘는 수많은 연출 제의를 거절하고 배우로서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 "영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 '똥파리' 안에서 워낙 많은 것을 보여줬다. 덜어내고 나면 정체된 시간을 가지듯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양익준은 '집나온 남자들'을 '똥파리'를 잊고 싶어 선택한 작품이라고 전했다. '똥파리' 때 제작 연출 출연을 전부 맡아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을 넘어섰다고. 그는 극중 집 나간 친구의 아내를 함께 찾으러 다니는 황동민 역을 맡았다. 한 없이 맑은(?) 정신 상태 덕분에 몸을 사리지 않는 알몸 연기도 선보였다.
이에 그의 모습은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지난해 '똥파리' 때는 거친 사내의 냄새가 느껴졌다면 1년 후 양익준은 부드러운 '훈남'으로 변해 있었다.
"이 작품은 '똥파리'를 잊고 싶다는 생각이 전제돼 있었다. 출연하게 되면 두 달은 '똥파리'를 잊을 수 있으니까. 이 부분을 출연제의가 왔을 때부터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 황동민 캐릭터에 양익준의 일상 모습이 잘 담긴 것 같다."
그의 이 같은 목표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연기라기보다 '놀았다'는 표현으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주에서 촬영을 할 때는 뚝방에 누워 모든 것을 잊어보기도 했다. 이하 감독은 하루 촬영이 끝나면 포옹으로 끝 인사를 해줬다고.
그의 상업영화의 주연 데뷔는 이 같은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양익준은 감독과 연기자로서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똥파리'를 찍을 때는 촬영비 300만원을 어디서 빌리나를 생각하면서 연기한 날도 있었다"며 유쾌하게 답했다.
특히 한류스타인 지진희와 작업은 무척 흥미로웠다. "지진희씨는 아주 털털하다. 한류스타라기 보다는 동네 형 같다. 또 자기 주관대로 이야기를 하는 게 좋다" 그에게 지진희에 대한 관념을 깨는 것을 1차 목표였다. 이에 그가 선택한 방법은 지진희와의 스킨십이다. 첫 촬영에서 지진희의 볼을 잡아 댕기는 용기(?)를 통해 정말 극중 10년 지기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양익준은 이제 자신 인생의 한 장을 마감하고 있다. '똥파리'의 유명세는 그에게 삶을 한 번 정리해야겠다는 욕구를 만들었다. 그는 "'똥파리'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이 저한테 영향만 주고 있다. 저도 모르게 추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그를 독립영화를 대변하는 주자로 만들었다.
"저는 독립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독립이란 말이 지식이 혼재된 관객들이 주거나 언론이 준 수식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똥파리' 때는 독립영화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오히려 '똥파리'는 저희끼리 펀드를 조성해 만든 자립 영화다."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으로 '일상'을 꼽았다. 어느 샌가 스스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은 마음. 양익준은 자신을 돌아보는 미덕을 배우고 있다.
"인생의 4분기가 있다면 지금은 1분기의 끝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사랑과 '똥파리'를 만들었던 흔적들. 최근 과거의 과정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관객들이 저에게 빨리 실망해 연기자든 감독이든, '똥파리'의 양익준을 잊어주길 바란다."
그는 최근 거리를 걸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봤다. 과거에는 가방을 메고 의자에 앉아 캔 맥주를 마시고 쓰러져 자기도 했는데. 어느 순간 그것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과거에는 혼자만의 짝사랑을 했다면 이제 다른 형태의 사랑도 해보고 싶다.
양익준은 5월을 기다린다. 술에 취해 잠을 자다가 글을 쓸 수 있는 대학가 캠퍼스. 그 곳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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