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진영, 우리들의 천국서 최진실과 영원히 웃다(종합)

양평(경기)=전형화 문완식 기자,   |  2010.03.31 15:19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국민남매' 최진실과 최진영이 모든 짐을 내려놓은 채 우리들의 천국에서 활짝 웃었다.

31일 고 최진영의 유골함이 장지인 경기도 양수리 갑산공원에 안치됐다. 1년 6개월 전 누나 최진실의 유골함이 놓인 바로 그 자리에 나란히 놓였다. 남매가 함께 한 묘역에는 사진 속 최진실과 최진영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의 묘역은 이날 새벽부터 내린 비가 안개처럼 차올라 차라리 그들만의 천국 같았다. 최진영은 1993년 MBC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데뷔해 청춘스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진영은 한 때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스카이란 이름으로 가수활동을 할 정도로 누나의 그늘을 느꼈다. 하지만 만인의 연인이라 불린 누나를 누구보다 사랑했다. 자랑스러워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이겨낸 남매의 모습에 팬들도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최진영은 고 최진실이 조성민과의 결혼과 이혼으로 힘들어 했을 때도 곁을 지켰다. 부재하다시피 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장 노릇을 했다.

너무 큰 사랑은 너무 큰 슬픔으로 이어졌다. 최진영은 누이가 그렇게 삶을 마감하자 "같이 떠나겠다"며 비통해했다. 때로는 술로, 때로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누이가 남긴 조카들을 위해 생각을 다잡곤 했다.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다음 해, 최진영이 한양대학교에 늦깎이로 입학한 것은 누이가 바랐기 때문이었다. "늦더라도 꼭 공부를 하라"는 누이의 말에 최진영은 어린 학생들과 부대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웠다.

그러나 누나의 유골 도난사건, CF 소송 패소 등은 고 최진영을 점점 더 절망의 늪에 빠지게 했다. 소속사와 계약하고 재기를 위해 애썼지만 쉽지 않은 현실에 점점 지쳐갔다. 누나의 그늘이 더욱 더 크게 느껴졌다.

최진영은 29일 목을 매기 직전까지 지인들에게 전화를 해 "작품활동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살아보려 애썼다.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최진영의 죽음을 믿기지 않아했다. 이현승 감독은 "얼마 전에도 작품을 함께 하자고 했는데"라며 슬퍼했다. 고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인도, 사망 당일 오후에 약속을 가졌던 PD도 "연기를 하고 싶어 했다"며 슬퍼했다.

31일 오전 영결식은 쓸쓸하고 조용했다. 누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지상파3사가 현장중계를 했을 때처럼 떠들썩하지 않았다. 이영자 김보성 김승현 유지태 김효진 홍석천 등 몇몇 동료와 가족, 교인들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불쌍한 내 새끼"를 외치는 어머니의 오열만이 울렸다.

누나가 다니라던 한양대에서 위령제를 치르고 고인은 승화원에서 한 줌 재가 된 뒤 갑산공원으로 옮겨졌다. 묘역에는 국민배우 최진실을 기린다는 플래카드와 고 최진영의 명복을 빈다는 플래카드가 나란히 나부꼈다.

납골당에 안치된 최진실과 최진영, 두 남매는 세상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어머니와 친구, 친지들은 빗물과 눈물로 얼룩진 얼굴로 먹먹히 남매를 바라봤다.

남은 자들의 슬픔, 두 조카를 남겨 둔 채 남매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사진 위로 눈물처럼 비가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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