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中이 살길? 홍콩영화계 대모의 조언①

[★리포트]

전형화 기자  |  2010.04.09 10:21
ⓒ왼쪽부터 송혜교 전지현 김희선 정우성, 최근 중국에서 영화를 촬영 중인 한국배우들.
한국영화의 활로는 중국이다?

최근 한국영화에 중국시장 공략 열기가 뜨겁다. 세계의 공장에서 G2로 격상된 중국시장을 겨냥한 각종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한 '소피의 연애매뉴얼'을 중국에서 개봉, 약 18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소피의 연애매뉴얼'은 소지섭과 장쯔이, 판빙빙 등이 출연해 중국에서는 로맨틱 코미디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해운대'를 중국수입사와 외국 수입사가 수익을 공유하는 분장제 방식으로 개봉하기도 했다.

최근 2~3년간 중국에서 한국영화 열기는 조금씩 달아오르고 있다. 2007년 '괴물'과 2008년 '디워'가 각각 19억원과 49억원 가량의 수입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 합작영화와 투자를 진행한 영화의 성과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한 '삼국지 용의 부활'과 쇼박스가 투자에 참여한 '적벽'은 중국에서 큰 성과를 냈다. 인프라 참여도 활발하다. 2006년 중국 상하이에 멀티플렉스를 처음 오픈한 CGV는 현재 중국에 3개 극장, 17개 스크린을 보유하고 있다.

배우들의 진출도 늘고 있다. 송혜교는 현재 홍콩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에 출연 중이며, 전지현은 중국계 미국감독 웨인 왕의 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를 촬영하고 있다. 정우성은 오우삼 감독이 제작하는 '검우강호'에, 김희선은 '전국'에 출연하는 등 대륙을 겨냥한 행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장혁은 중국판 '이브의 모든 것' 드라마에 출연하며, 한지혜도 '천당수'의 주인공에 낙점됐다.

실제 중국은 매력적인 영화시장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한 중국영화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선 총 456편의 극영화와 27편의 애니메이션, 19편의 다큐멘터리, 52편의 과학, 교육 영화가 제작됐다. 이중 극영화는 2008년에 비해 50편이 증가했다.

2009년 중국 영화 총 흥행수입은 62억 위안(1조 175억원 상당)를 기록, 2008년보다 30% 가량 증가했다. 영화 채널에서도 110편의 디지털 영화가 방영돼 16억 위안을 벌어들였다. 극장 수입과 영화 채널, 해외 영화 수입까지 포함한 지난해 중국영화 종합 수입은 106억 위안(1조7396억원 상당)이다. 2008년에 비해 26.47%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국내 영화 시장이 극장을 중심으로 533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 영화시장은 국내보다 2배 이상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영화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중국은 142개 영화 상영관이 신설돼 1689개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다. 스크린 수는 4723개다. 국내 스크린이 2200여개인 것을 고려하면 2배 이상이다. 중국은 향후 3000여개 영화 상영관과 1만개 스크린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중국시장을 겨냥한 한국영화계의 노력은 다방면에서 진행 중이다. CJ엔터테인먼트는 중국의 광전총국과 함께 중국영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쌍방향 소통으로 접근하는 것. CJ엔터테인먼트 이창현 과장은 "단순한 중국시장 진출이 아니라 양국 문화사업 교류를 확대해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이며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시장 진출이 청사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 내 장벽이 만만치 않다. 중국은 검열로 도박, 성애, 귀신 등이 등장하는 영화는 제작조차 할 수 없다.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동원한 '친구'나 '타짜' 등은 중국에서 기획조차 통과하기 힘들다. 한국영화가 장기로 삼는 극적인 상황 연출과 묘사 등은 중국에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상황인 셈.

한국영화가 그대로 상영되기도 쉽지 않다. 중국은 해외 영화 쿼터제를 운영해 1년에 20편 가량 해외영화를 상영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대부분이며 한국영화는 2편 정도가 할당된다. 중국 영화시장은 지난해 '2012'와 '트랜스포머2'가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할 만큼 할리우드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틈바구니에서 쿼터와 검열을 통과해 중국관객과 만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때문에 투자와 합작, 그리고 감독 진출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이재한 감독은 '첩혈쌍웅' 리메이크를 홍콩 출신 세계적인 프로듀서 테렌스 창과 진행 중이다.

싸이더스FNH는 홍콩과 손을 잡고 '외팔이검객' 리메이크를 추진하고 있으며, 펑 샤오강 감독의 '집결호'에는 '태극기 휘날리며'에 참여한 한국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도 쉽지만은 않다. 한 때 한국영화인들과 협력을 추구하던 홍콩 및 중국영화인들이 지금은 과거처럼 힘을 쏟고 있지 않다. 자국 영화들이 호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시장을 나눠줄 필요가 많지 않은 것.

'전우치' 중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는 "중국형 블록버스터가 인기를 끌고 있어 과거처럼 한국영화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착오도 많다. 중국에서 현지 영화 제작을 추진하던 나비픽쳐스는 중국 제작사를 사실상 접었다. 현지 파트너와 불화설도 돌았다.

한국영화인들이 중국시장을 할리우드만큼 애정을 쏟지 않는 것도 중국시장 진출의 어려움에 일조한다. 일부 CG업체들을 제외하곤 현재 일이 없는 스태프마저 중국 진출은 꺼리는 상황이다.

어려움은 많지만 중국 시장은 좁은 한국영화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최근 내한한 홍콩 영화계의 대모 시남생은 스타뉴스와 만나 "중국영화와 한국영화가 힘을 합쳐 나란히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남생은 서극 감독의 부인이자 '천녀유혼' '무간도' 시리즈 등을 제작했다.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 커서 부산국제영화제를 즐겨 찾는다.

시남생은 "중국에서 한국영화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종종 한국영화인들은 적합하지 않은 중국 파트너와 손을 잡고서 마치 다된 것처럼 알고 있다가 실패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남생은 "한국적이면서도 중국에 통할 이야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영화 시장은 성장중이라 오히려 불안정하다"고 밝힌 시남생은 "한국과 중국이 영화교류를 통해 할리우드에 맞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한국유학생이 많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은 그녀는 "한국에 뿌리를 내린 채 중국에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과연 한국영화가 중국을 제2의 도약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분명한 것은 국내 시장은 한계에 도달했으며, 중국은 계속 성장할 시장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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