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개막한 제63회 칸국제영화제가 6일째를 넘어섰다. 경쟁작 19편 중 '아웃레이지'와 '뷰티풀'까지 8편이 공개돼 황금종려상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에 초청된 영화들의 주된 경향은 경제, 사회적인 문제로 인한 삶의 아이러니이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이 삶을 성찰하는 드라마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안티크라이스트'를 비롯한 경쟁작들이 피와 섹스가 난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삶의 아이러니를 다룬 드라마가 주류를 이룬 터라 논쟁이 이는 화제작이나 문제작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멕시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뷰티풀'은 불법 거래에 연루된 남자가 경찰이 된 어린 시절 친구와 대면하면서 겪는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범죄가 만연한 사회와 그 속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대비해 조명한 것.
프랑스 자비에 보브와 감독의 '신들과 인간들의'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맞선 알제리 수도사들이 믿음을 견실하게 지키는 이야기다. 차드의 마하마트 살레 하룬 감독의 '스크리밍 맨'은 호텔 수영장에서 일하는 60대 전직 수영 챔피언이 호텔이 중국인에 넘어가면서 직업을 아들에게 넘겨줘야 하는 처지가 되자 아들을 전쟁에 보내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탈리아 다니엘 루체티 감독의 '아워 라이프'도 건설 노동자가 젊은 이민자와 그의 아버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우크라이나 세르게이 로즈닛차 감독의 '마이 조이'는 트럭 운전사가 일을 가던 중 조국의 광기에 휘말려 살인자가 된 과정을 소개한다. 사회, 계급의 문제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의 주류를 이룬 것.
임상수 감독의 '하녀' 역시 하녀와 부잣집 남자의 치정보단 노동자와 자본가의 갈등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경향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역사적인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들도 상당하다. 알제리 독립투쟁을 그린 라시드 부샤렙 감독의 '아웃사이드 더 로우', 자신의 죽음이 공산주의자들을 많이 죽여 생긴 것이라 믿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엉클 분미 후 캔 리콜 히즈 패스트 라이브',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맞선 소련군을 그린 니키타 미할코프 '위선의 태양2' 등이다.
17일(현지시간)까지 공개된 영화 중 가장 많은 박수갈채를 받은 작품은 영국 마이크 리 감독의 '어나더 이어'이다. '어나더 이어'는 영국의 교외에서 노년을 보내는 부부와 삶에 지친 한 여성를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화제 기간 발행되는 스크린인터내셔널 평점에서 3.4점을 받을 만큼 주목받고 있다. 이런 경향을 볼 때 후반부에 공개될 이창동 감독의 '시'는 황금종려상에 유력한 후보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시를 통한 노년의 자아 찾기와 인생의 아이러니가 올해 영화제 경향에 맞는데다 예술영화로서 완성도가 경쟁작 중 첫 손에 꼽을 만하기 때문이다. 황금종려상에 유력한 후보라는 관측에 마켓시사에 해외 바이어들이 잔뜩 몰려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하녀' 역시 지난해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와 현지 평가와 엇비슷한 터라 결과 여부가 주목된다. 평이 갈릴 만큼 주목받는 작품이 드물어 '하녀'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시'가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을지, 전도연이 또 한 번 시상대에 설지, 결과는 23일 폐막식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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