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일, 부모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초등학교 입학을 축하하러 오셨어요."
폐암으로 투병중인 안은숙(46)씨의 여섯 살 난 아들 단이의 미래일기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는 일기에는 단 한 가지 소원, 건강한 모습의 엄마가 입학과 졸업식에 함께하는 내용만이 담겨 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0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MBC '휴먼다큐 사랑' 시사회에서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안은숙씨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마지막 시간들을 담은 '고마워요 내사랑'이 공개됐다.
안 씨는 항암치료 대신 하나(19), 단(6), 준(5) 세 명의 자녀들과 남편 경충(43)씨와 함께 하는 시간을 택했다. 선고된 기간은 1년이었지만 안 씨는 2년 3개월을 버텨냈다.
그 시간동안 안 씨는 암환자가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로, 남편의 아내로 가족들과 함께하며 추억을 만들어 갔다. 그런 아내에게 가족들은 "내 아내로 있어줘서 고맙다" "우리 엄마로 있어줘 고마워"라고 말한다.
가족들은 어느 때보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지켜보던 기자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오랜 기간 촬영과 편집을 통해 이들을 봐 왔던 제작진들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휴먼다큐 사랑'을 기획한 정성후 CP는 "가족이 아플 거나 죽음으로 부재할 때 가장 큰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이기에 이를 통해 사랑에 대한 공감을 전하고 싶었다"며 "치료를 하지 않고 자연사에 가깝게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소중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고마워요 내사랑'의 김새별 PD는 "안 씨를 처음 봤을 때 환자가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밝고 건강한 모습이었다"며 "그런데 갑작스럽게 임종의 순간이 닥쳤다. 딸 하나양이 미처 오지 못해 직접 호스피스로 데려와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임종 장면을 넣을까 말까 고민도 많았지만 행복한 순간을 보낸 가족들이 사랑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며 "최대한 정제된 화면으로 마지막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매년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던 MBC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은 '풀빵엄마', '엄마의 약속',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 '너는 내운명'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 왔다.
올해는 천안함 사태와 MBC 파업 여파로 방영시기가 조금 늦어져 오는 28일부터 6월 25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방송된다. 탤런트 김남주·김승우 부부가 2회 '고마워요 내사랑'편과 3회 '크리스마스의 기적'편의 내레이션을 맡아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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