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회 칸국제영화제를 빛낸 한국영화 3인방이 국내에선 흥행에 온도차를 겪고 있다.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하녀'는 27일까지 185만 2360명을 동원했다. 이번 주말이면 200만명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하녀'는 이번 칸영화제 마케팅 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영화로 꼽힌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사실이 알려진 뒤 관심이 급증, 첫날 16만명이 찾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았다. 영화제 기간 동안 국내외 언론을 통해 '하녀'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구에 회자됐다.
반면 각본상 수상에 빛나는 '시'는 고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26일 7989명을 동원, 누적관객 11만 6267명이 들었다. 수상 소식 이후 관객이 일부 증가했지만 극장에서 외면한 탓이 크다.
'시'는 개봉 첫날 5600여명이 찾았지만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관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 '퐁당퐁당'(교차상영)에 내몰리면서 관객이 찾아보긴 힘든 구조로 바뀌었다.
사실 '시'는 60대 할머니가 시를 쓴다는 설정으로 일반 관객이 처음부터 관심을 갖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창동 감독 스스로도 "그럼에도 오기가 생겼다. 관객과 소통할 자신이 있었다"고 할 정도였다.
영화제 기간 동안 황금종려상에 유력한 후보라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컸지만 흥행은 '하녀'에 비해 큰 차이가 났다.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하하하'역시 26일까지 누적 3만 2330명에 그쳤다. 홍상수 감독의 전작 '잘알지도 못하면서'와 비슷한 수치다.
'시'와 '하하하'의 이 같은 흥행결과는 칸마케팅에 성공했지만 흥행결과로 이어지는 데는 극장과 관객의 선택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통상 칸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들은 그동안 칸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06년 감독주간에 초청됐던 '괴물'은 당시 '칸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타이틀로 국내에 엄청난 홍보 효과를 냈다. 칸에서 몇 분 동안 박수를 받았다는 이른바 '박수 마케팅'도 이때부터 관례화됐다.
2008년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좋은 놈,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도 그해 7월 개봉해 660만명을 동원했다.
전도연에 여우주연상을 안긴 '밀양'은 칸 후폭풍을 본 작품이다. 2007년 5월23일 개봉한 '밀양'은 첫 주 32만 1358명을 동원해 점유율은 9.6%에 그쳤다. 하지만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둘째 주에 62만 836명(점유율 30.7%)으로 관객이 껑충 뛰었다. '밀양'은 종교와 용서라는 묵직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총 161만명을 동원했다.
지난해 '박쥐'와 '마더'도 칸 효과를 누렸다. '박쥐'는 222만명이, '마더'는 300만명이 극장을 찾았다.
'시'와 '하하하'가 칸효과를 톡톡히 본 다른 영화들과 차이를 갖는 것은 장르영화에 대한 관객의 편중 탓도 있다. 그동안 칸에 초청돼 좋은 결과를 낸 한국영화들은 대개 장르 성격이 강한 영화들이었다. 그만큼 대중이 받아들이기 편했다. 그러나 '시'와 '하하하'는 예술영화 성격이 강한 탓에 일반 관객은 외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예술영화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아직 멀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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