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개막을 나흘 앞둔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 전부터 잇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멀리 한국에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즐기려면 거의 100% 방송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SBS 독점 중계 논란이 방송사간의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멍 뚫린 치안이 계속해서 방송 제작진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별 방송과 응원을 위해 남아공으로 건너간 제작진과 연예인들을 위한 보안 조치 등이 이미 도마에 올랐다.
7일에는 남아공으로 떠난 방송 제작진들이 가슴을 쓸어내린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MBC '세계와 나 W'의 프리랜서 PD는 지난 3일 괴한에게 피습을 당해 목이 졸리고 허리를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현지에서 치료를 마친 제작진은 이미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상태다. MBC 관계자는 "더이상의 취재를 중단하고 한국에 오는 길"이라며 "돌아와 정밀 진단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취재진과 프로그램 제작진을 파견한 SBS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SBS '모닝와이드' 제작진은 자동차를 타고 거리를 지나다 역시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방송 장비를 노린 괴한들이 자동차 유리를 깨며 위협했으나 급히 현장을 빠져나온 덕에 인명 피해는 입지 않았다. 월드컵 특별팀으로 현지에 갔던 김주희 SBS 아나운서는 후진하는 차량과 부딪혀 발목을 다쳤다.
개막도 하기 전부터 전해진 이 같은 소식은 월드컵 축제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 남아공의 높은 범죄율과 테러 위협은 올해 월드컵의 주요 위험요소다. 외교부에 따르면 남아공에서는 2008∼2009년 살인사건이 1만8148건(일 평균 49.7건)으로 우리나라(1109건)의 16.4배, 강도사건은 18만624건(일 평균 494.9건)으로 우리나라(4819건)의 37.5배에 이르는 실정이다.
앞서 한국인 사업가가 남아공에서 강도 피해를 당하기도 해, 외교부가 지난 6일 남아공을 방문하는 우리 국민에게 신변 안전에 더욱 유의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외교부는 남아공은 현지 치안이 불안하고 특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절도사건 등이 빈발하는 지역인만큼, 남아공 월드컵을 계기 현지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은 신변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밝혔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은 SBS의 독점으로 연초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KBS와 MBC의 반발 끝에 마지막까지 중계권 협상이 이어졌으나 결국 무산됐고, 이는 KBS와 MBC의 고소로 이어졌다. 덕분에 월드컵을 대하는 방송 3사의 자세도 온도차가 확연하다.
길거리 응원 및 공공장소에서의 월드컵 중계방송을 두고 SBS가 공공시청권료(PV)를 요구하면서 이미 자리 잡은 국민들의 응원문화를 이용해 영리를 추구하려 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비영리 목적의 방영은 가능하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권해석으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래저래 상처 입은 월드컵이 예전의 열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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