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태극기', 월드컵 예능 길을 잃다

문완식 기자  |  2010.06.14 09:16
'남자의 자격'(위)과 '태극기 휘날리며'

12일 2010 남아공월드컵 대 그리스 전 통쾌한 승리로 월드컵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TV예능프로그램들은 정작 이 같은 월드컵 분위기를 제대로 못 살리고 있다.

이번 월드컵을 맞아 각 방송사 예능프로그램들은 일찌감치 월드컵 대비에 나섰다. KBS 2TV '남자의 자격'은 지난해 말부터 남아공행을 선언하고 MC 이경규의 '전매특허'인 '이경규가 간다'의 '남자의 자격'판을 선보이겠다고 벼렀다.

중계권자인 SBS는 별도의 월드컵특집예능프로그램인 '태극기 휘날리며'를 편성, '단독중계'의 장점을 십분 살린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월드컵 개막 첫 주말 이 같은 '월드컵예능'들은 시청자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평이다.

'남자의 자격'의 경우, 10일 인천국제공항 출정식에서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이윤석 윤형빈 김성민 등 멤버들이 붉은 악마와 아리랑응원단 등 현지 응원단과 함께 야심찬 출정식과 함께 현지로 떠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3일 '남자의 자격'은 중계권이 없는 '월드컵예능'의 취약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기 장면 자체가 이정수, 박지성 등 골을 넣은 선수들에 한정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장면도 현장 ENG존에서 제한된 각도에서 촬영, 현장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남자의 자격'은 또 이경규 등 현장출연진의 모습을 극히 제한된 분량만 방송, '이경규가 간다'의 '남자의 자격'판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기대보다 실망"이라는 불평을 들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경우, 중계권을 가진 SBS의 프로그램인 만큼 '남자의 자격'에 비해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정작 그런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13일 방송에서 나르샤 황현희 최양락 등 남아공 현지에 간 출연진들이 12일 대 그리스 전 경기시작에 앞서 양측의 국가가 울리는 사이 국내에서 준비해간 50만 국민의 얼굴이 새겨진 초대형 태극기를 현장에서 펼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방송 대부분이 주요 경기 장면과 이에 대한 현지 출연진들의 단순 반응으로 채워지는 데 그쳐 아쉬움을 안겼다. 경기하이라이트와 무슨 차이가 있냐는 것이 시청자들의 불만.

이에 더해 '남자의 자격'의 경기장면 사용을 놓고 SBS 측이 "보도용 영상을 예능에 사용한 것은 잘못"이라면서 향후 대응할 것임을 밝혀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다.

과연 '월드컵예능'들이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와 열띤 응원열기의 전달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잘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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