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열정·희망..월드컵 맞이 축구영화 총정리②

[★리포트]

임창수 기자  |  2010.06.14 09:1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맨발의 꿈', '보리울의 여름', '그레이시 스토리', '슈팅 라이크 베컴'의 포스터
2010
남아공 월드컵이 개막했다. 둥근 공 하나에 세계인이 울고 웃는 마법의 계절이 돌아온 것. 하지만 2002년 이후 영화관계자들에게 월드컵은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이미 지난 12일 그리스 전을 치른 극장가는 35만 관객이 빠져나가면서 썰렁해지지 않았던가.

이런 때에 오히려 축구를 소재로 삼아 월드컵 효과를 누릴 것을 기대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의 실화를 다룬 '맨발의 꿈'이다. '맨발의 꿈'은 당초 10일이었던 개봉일을 한창 월드컵 기간일 24일로 늦추며 출사표를 던졌다. 과연 '맨발의 꿈'이 던진 승부수는 통할까. 그리고 역대 축구를 소재한 영화는 어떤 작품들이 있었을까. 각본 없는 드라마, 축구. 그 매력을 훔친 영화들을 통해 '맨발의 꿈'의 성공여부도 한 번 점쳐보자.

◆공 하나면 모두가 우리 편…'보리울의 여름', '맨발의 꿈'

오는 24일 개봉하는 '맨발의 꿈'은 순수한 아이들의 축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영화 '보리울의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내전의 상처가 채 가시지 않은 동티모르의 아이들. 그들의 티없이 맑은 모습은 읍내 축구팀과의 시합에서 이기는 것이 소원인 보리울 마을 아이들과 꼭 닮았다.

축구공 하나면 모두 친구가 되는 아이들이 그러하듯이, 두 영화 속 어른들은 순수한 아이들을 통해 돈에 대한 미련과 종교로부터 해방된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은 세파에 찌든 왕년의 축구선수('맨발의 꿈')와 열혈 행동파 신부, 입만 산 땡초('보리울의 여름')까지 모두 무장해제 시킨다. 그리고 미스터 킴도, 부처님도, 천주님도 모두 '우리 편'으로 삼은 아이들은 마음껏 공을 차며 꿈을 꾼다.

◆그라운드는 열려있다…'슈팅 라이크 베컴', '그레이시 스토리'

'슈팅 라이크 베컴'의 제시(파민더 나그라 분)와 '그레이시 스토리'의 그레이시(칼리 슈로더 분)은 여자라는 이유로 축구선수로 뛰는데 많은 장애물을 경험하게 된다. 인도계 소녀가 허벅지를 훤히 내놓고 축구를 하기란 쉽지 않고('슈팅 라이크 베컴'), 남자선수들과 치어리더 사이에 앉은 자리는 어정쩡하다('그레이시 스토리'). 두 영화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성과 인종, 문화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제시와 그레이시는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온갖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선수로서 인정받는다. 공은 모두에게 공평한 법. 두 소녀는 멋들어진 바나나킥의 궤적마냥 멀리 돌아서, 하지만 꾸준히 꿈을 향해 나아간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소림축구', '베른의 기적', '골2: 꿈을 향해 뛰어라', '골!'의 포스터
◆축구공으로 되찾은 희망…'소림축구'

말도 안된다. 그래서 재미있다. '소림축구'는 그런 영화다. 소림사에서 무술을 익힌 씽씽(주성치 분)과 그의 사형들은 고수들답게 만화에나 나올법한 플레이를 선보인다. 소림막강 황금 발을 자처하는 씽씽의 슛은 쉴 새 없이 골 망을 가르고, 만두를 빚던 아매(조미 분)는 태극권으로 골문을 지킨다.

2001년 개봉한 '소림축구'는 주성치 특유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잘 반영했다. 영화는 '꿈을 꾸는 루저'들의 반란을 보여준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받고 무공마저 잊었던 씽씽의 사형들은 축구를 통해 힘을 되찾고 새로운 삶으로 한 발을 내딛는다. 그들이 되찾은 것은 무공이 아닌 잊고 있었던 젊은 날의 꿈과 '희망'이다.

◆순수했던 축구 본연의 모습…'베른의 기적'

'베른의 기적'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을 배경으로 축구를 통해 가족애를 회복해가는 독일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 서독은 당시 기적처럼 월드컵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이는 패전 후 절망에 빠져있던 독일 국민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어 훗날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웠던 보다 순수했던 시절의 축구를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축구경기장에서는 스폰서 기업들의 광고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월드컵 독점중계, 노이즈 마케팅. 상업성에 물든 거리응원 등 월드컵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금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월드컵 우승으로 변화를 맞는 독일의 모습은 순수가 가진 진짜 힘을 보여준다.

◆축구팬을 위한 달콤한 판타지…'골!' 시리즈

총 3편으로 구성된 '골!' 시리즈는 주인공 산티아고 무네즈(쿠노 벡커 분)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상황을 펼쳐나간다. 동네에서 공을 차던 젊은이는 무섭도록 성장해 영국 프리미어 리그('골!'), 스페인 라 리가('골2: 꿈을 향해 뛰어라')를 거쳐 국가대표로 월드컵 무대('골3')까지 밟는다. (국내에서는 '골!'과 '골2: 꿈을 향해 뛰어라'만 개봉했다.)

지극히 상투적인 내용의 영화임에도 축구 팬들은 이 영화를 쉬이 놓지 못한다. 점차 큰 무대로 발걸음을 옮기는 주인공의 여정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너무나 달콤한 판타지다. 영화는 데이비드 베컴, 지네딘 지단, 스티븐 제라드 등 실제 선수들을 출연시킴으로써 이러한 판타지에 좀 더 흠뻑 빠지도록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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