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꽃비·황정음·전혜진…차세대 호러퀸은 누구?

임창수 기자  |  2010.06.17 07:52
왼쪽부터 김꽃비, 황정음, 전혜진 ⓒ영화 '귀',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블러디 쉐이크'의 스틸
호러퀸의 사전적인 의미는 매우 모호하다. '공포영화에 잘 어울리거나 빈번하게 출연하는 여자 배우'라니. '잘 어울리고', '빈번한' 정도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일까. 호러퀸 하면 떠오르는 여배우들은 대부분 공포영화를 계기로 이름을 알린 배우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판은 벌어졌다. 예년에 비해 공포영화의 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자하는 당찬 여배우들의 모습만큼은 그대로다. 영화의 중심에서 쉴 새 없이 비명을 자아내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그녀들. 차세대 호러퀸 후보들을 살펴보자.

◆영화보다 무서운 현실의 실감…김꽃비

지난해 '똥파리'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김꽃비는 분명 현재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다. 그녀가 출연한 '귀'는 옴니버스 공포영화. 김꽃비는 이 영화에서 두 번째 에피소드 '내 곁에 있어줘'의 주인공 남희 역을 맡았다.

전교 1등 임신 여고생으로 분한 김꽃비는 흔히 학원공포물에 등장하던 눈을 까뒤집고 비명을 지르는 소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은근한 시선과 몸짓으로 소영(신지수 분)에게 다가서는 남희의 모습은 대체로 처연하지만 때때로 섬뜩하게 다가와 가슴을 누른다.

영화 '귀'에는 창백한 얼굴로 관절을 꺾고 나타나는 귀신이나 찢고 썰고 자르는 끔찍한 장면은 없다. 영화 속 장면과 사회면 뉴스가 쉬이 분간이 가지 않게 만드는 '무서운 공감'과 그것을 가능케 한 '젊은 배우들의 힘'이 있을 뿐이다. 거울을 통해 본 내 모습과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실감. 거기서부터 '귀'의 공포는 출발한다. 영화보다 더 무서운 현실에 사는 우리는 그래서 김꽃비를 기억해야 한다.

◆남아있는 모든 이미지를 파괴하라…황정음

'고사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이하 '고사2')'의 황정음은 여러모로 '여고괴담' 시리즈의 선배들을 떠올리게 한다. 출연하는 영화의 배경이 학교라는 점 외에도,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공포영화로 치른다는 점이 그렇다. 그녀의 안양예고 동창 박한별이 '여고괴담3: 여우계단'의 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제 2의 전성기를 연 그녀의 이력을 생각해 본다면, 현재 구축된 이미지만으론 '공포영화에 잘 어울린다'는 호러퀸의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쾌하고 엉뚱한 매력을 자랑했던 지붕킥의 정음과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은수의 간극은 꽤 크다.

하지만 그렇기에 '고사2'는 황정음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만일 황정음이 기대치를 상회하는 연기력을 보여주며 스크린 데뷔를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그녀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고괴담'의 선배들이 영화를 통해 각자의 이름을 알렸다면, 황정음은 '고사2'를 통해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금기로 범벅된 쉐이크의 중심을 지켰다…전혜진

전혜진은 미스터리 공포물 '블러디 쉐이크'에서 시각장애인 수경을 연기했다. '은실이', '그대 웃어요' 등을 거치며 아역배우 때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온 그녀는 공포물에서도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시선을 끈다. 찬우(성혁 분)와 우택(김도용 분)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그녀는 영화에서만은 분명 '퀸'이다.

영화는 장애, 정실질환, 살인, 마약, 자살 등 온갖 금기로 범벅된 그야말로 '피로 만든' 쉐이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과 참혹한 사건들은 시종일관 관객들을 휘어잡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 3편의 이야기 속에서 영화 속 인물들이 빚어내는 끔찍한 지옥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고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록 몇몇 개 상영관에서 조촐하게 개봉했지만 '블러디 쉐이크'로 전혜진이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하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매력을 발산했다. '궁녀'와 '블러디 쉐이크'를 거친 그녀의 다음 공포영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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