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캐릭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드라마 속 악역이 독해야 드라마가 사는 법. 이들은 주인공에게 시련을 부여하고 극적 갈등을 유발해 긴장감을 높인다. 이들이 주인공을 더욱 내몰수록 이후에 다가올 복수와 심판은 더욱 통쾌하다.
그러나 때로 이들의 악행이 지나쳐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극악무도한 악행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이 게시판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
그럼에도 악독한 막장 캐릭터는 시청자들을 드라마 속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막장 캐릭터에겐 욕 하면서도 TV 앞에 앉게 만드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질 떨어지게"-'살맛납니다' 장인식
지난 4월 종영한 MBC 일일드라마 '살맛납니다'(극본 박현주·연출 김대진 강대선)의 악덕 시아버지 장인식(임채무 분)은 고부갈등이 만연한 안방극장의 판도를 바꾼 새로운 막장 캐릭터다.
물질만능주의자인 인식은 자식과 조카를 명문가와 결혼 시키는 것이 꿈이며, "질 떨어지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그가 애지중지 키운 아들이 평범한 집안 딸과 결혼하려 했고, 그는 이를 막고자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
인식은 선심 쓰듯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사준 뒤 이에 어울리는 최고급 혼수를 구입하라고 압박했다. 급기야는 며느리의 과거를 트집 잡아 임신한 상태로 내쫓는 악독함을 선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르던 민수가 아들 유진(이태성 분)과 재결합하지 못 하도록 해외 유학도 강요했다. 아들이 끝내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나가 재결합하자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인식은 아들의 전세금 대출을 막는가 하면, 아들이 취직한 병원을 찾아 해고를 종용 했다.
이 같은 인식의 악행은 '살맛납니다'가 일일극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는 원천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악질' 인식에 비난을 쏟았지만, 이를 인상적으로 소화해 극에 몰입하게 만든 임채무의 연기력에만은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어려울 게 뭐 있니. 그냥 슬슬 하면 되지"-'수상한 삼형제' 전과자
전과자는 둘째 며느리 도우미(김희정 분)를 "야!"라고 부르며 종 부리듯 부리며 밉상 시어머니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가난한 집 딸인 우미가 남편 현찰(오대규 분)의 돈은 친정으로 빼 돌린다며 구박하기 일수인데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나 이불 빨래 같은 고된 일을 시키면서도 "어려울 게 뭐 있니. 슬슬 하면 되지. 나 같으면 놀면서 하겠다"고 핀잔을 줘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둘째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 전과자는 임신한 큰 며느리 엄청난(도지원 분)에게 밥상을 해다 바치는 신세로 전락했다. 또 며느리로부터 "잡채가 뭐 어렵나요. 슬슬하면 되죠"라며 자기가 했던 말을 그대로 듣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둘째 며느리의 심경을 깨달은 전과자는 이후 착한 시어머니로 개과천선해 드라마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었다. 특히 전과자의 변신은 드라마 전체의 변화를 가져와 갈등의 중심에 있는 막장 캐릭터의 파워를 입증했다.
◆"난 내 여자가 살찌는 거 못 참아"-'민들레가족' 민명석
이들의 바통을 이어 받아 새로운 막장 캐릭터로 떠오른 인물은 MBC 주말드라마 '민들레가족'(극본 김정수·연출 임태우)의 완벽한 사위 민명석(정찬 분)이다.
명석은 겉으론 실력 있는 치과의사이자 아내를 아끼는 페미니스트지만 속 다른 이중적 인물이다. 결벽증에 완벽주의자로 아내를 자기 뜻대로 조종해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아내인 지원(송선미 분)은 겉으로 화려하고 안으로는 병들어 간다.
명석은 특히 정관수술을 했음에도 8년간 임신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의 수고를 모른 척하고, 아내가 살이 찌는 게 싫어 음식을 못 먹게 하고 강제로 운동을 시키는 등 이기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또 명석은 지원이 이혼을 요구하자 불안감에 지원의 첫 사랑인 태환(김정민 분)을 차로 치려다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이윽고 깨어난 명석은 부분 기억 상실증으로 8년간의 결혼 생활을 모두 잊어 시청자는 물론 극중 식구들조차 믿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에 정찬은 스스로 막장 캐릭터임을 인정하며 "길을 걷다 드라마 시청자분들을 만나면 '(명석이) 개막장이라 죄송해요'라고 사과한다. 그러면 그 분들도 '드라마 재미있게 보고 있다'며 웃어주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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