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이끼'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강우석 감독 작품 중 최고라는 평부터 원작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까지. 시사회 이후 관객들의 반응 또한 제각각이다. 다양한 입소문을 낳으며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끼'. 원작과 달라진 영화 '이끼'만의 차별점은 무얼까.
강우석표 '이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웃음'이다. 원작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며 독자를 압도했다면, 영화 '이끼'는 158분의 긴 러닝 타임을 소화하기 위해 곳곳에 긴장의 이완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뒀다. 유해진의 코믹연기는 그 중 백미다.
영화는 숨 막히던 원작의 분위기를 편하게, 그러나 느슨하지 않게 조율했다. 원작에서도 그려진 유해국(박해일 분)과 박민욱 검사(유준상 분)의 신경전은 같은 그림임에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원작이 물 한 방울 샐 틈 없는 서스펜스로 몰입을 이끈 반면, 영화 '이끼'는 웃음과 여유를 품고 느긋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반전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순서와도 관련이 있다. 후반에야 공개되는 아버지 유목형(허준호 분)의 정체와 이에 대한 의문을 에너지로 이야기를 전개했던 원작과는 달리, 영화 '이끼'는 1978년의 기도원을 배경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기도원은 유해국이 그토록 알고 싶어 하는 아버지 유목형의 비밀이 서려있는 장소. 영화는 시작부터 젊은 시절 유목형과 천용덕(정재영 분)의 조우를 그리며 뻗어나간다. 원작에서는 꽁꽁 숨겨놓았던 이야기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영화 '이끼'는 강우석표 스릴러물로 거듭난다. 강우석 감독은 영화라는 플랫폼에 맞게 긴장을 조율하는 영리함을 보이는 한편, 원작처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데 힘을 싣기보다는 웃음과 여유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슴을 죄며 결말까지 치고나가 아릿한 여운을 남겼던 원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인공들의 비중변화도 '이끼'의 차별화를 이끈다. 원작은 주인공 유해국(박해일 분)의 분석 벽과 집요한 성격을 밀도 있게 그리며 시종일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반면 영화는 이러한 내용들을 상당부분 덜어내면서 주변 인물들의 비중을 키웠다. 비교적 명확했던 선악구조는 '니 아버지가 가해자란 생각은 안 해봤냐?'는 대사로 모호해지며 '1인칭 주인공 시점'에 가까웠던 이야기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탈바꿈한다. 영화는 그렇게 권력과 인간이라는 화두를 쉽게, 편하게 던진다.
결말 또한 달라졌다. 영화 '이끼'는 대중영화로서의 묘미를 살린 마지막 장면으로 절묘하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영화 '이끼'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원작인 웹툰 '이끼'일 것이다. 영화 '이끼'는 웹툰 '이끼'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과연 '이끼'는 원작을 놓지 않으면서도 나름의 매력을 발산한 웹툰 영화의 '좋은 예'로 남을 수 있을지. 결과는 전적으로 관객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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