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처럼 흡혈귀처럼..7월 스크린은 '적과의 동침'

임창수 기자  |  2010.07.12 12:14
ⓒ영화 '이클립스'와 '이끼'의 포스터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국제외교의 냉정함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유명한 말이다. 영화 속 캐릭터들도 마찬가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적과도 스스럼없이 두 손을 맞잡아야한다. 7월 스크린, '적과의 동침'을 기꺼이 받아들인 캐릭터는 누가 있을까.

◆사랑, 얄궂은 그 이름…'이클립스'의 컬렌가·퀄렛족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3편 '이클립스'의 컬렌가와 퀄렛족의 연합군이다. 뱀파이어 가문인 컬렌가와 늑대인간 퀄렛족은 철천지 원수사이. 더구나 인간 소녀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를 두고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틴슨 분)과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분)이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두 집단은 공동의 적 앞에서 서로의 손을 맞잡는다. 신생 뱀파이어 군단에 대항하기 위해 협력하는 것. 이 신생 뱀파이어 군대는 '트와일라잇'에서 에드워드에 의해 연인 제임스를 잃은 빅토리아가 라일리(자비에르 사무엘 분)를 이용해 조직한 것으로, 체내에 인간일 때의 피가 남아있어서 뱀파이어들도 통제가 안될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녔다.

껄끄러웠던 두 집안을 연합하게 만든 것은 결국 벨라에 대한 '사랑'이다. 여전히 벨라를 사랑하는 제이콥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함께 싸울 것이라며 나선다. 한 인간 소녀를 지키기 위한 뱀파이어-늑대인간 연합군의 탄생. '로미오와 줄리엣'에게도 공동의 적이 있었다면 이야기의 결말이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다.

◆알고 보면 닮은 두 사람…'이끼'의 유해국·박민욱

오는 14일 개봉하는 '이끼'에도 '불편한 연합군'이 등장한다. 유해국(박해일 분)과 박민욱 검사(유준상 분)가 바로 그들. 두 사람은 과거 사소한 송사로 얽힌 사이로 박민욱은 유해국의 집요한 성격 때문에 지방으로 좌천당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후에도 유해국은 종종 박민욱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말해달라고 요구한다. 박민욱 역시 "이끼처럼 조용히 살라"는 말로 응수한다.

이쯤 되면 서로가 징그러울 법도 하건만, 두 사람은 함께 천용덕 이장(정재영 분)에 맞서 마을의 비밀을 파헤친다. 아버지의 죽음과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서 이상함을 느낀 유해국의 제보에 박민욱 또한 무언가 구린 냄새를 맡은 것. '악연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두 사람은 과거를 쿨하게 잊고 끈끈한 우정을 쌓아간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잘못된 것은 꼭 바로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유해국. 그리고 수상한 사건 앞에 사적인 감정은 모두 잊고 옷을 벗을 각오로 달려드는 강직한 검사 박민욱. 두 사람은 모두 이끼처럼 조용히 바위에 달라붙어 살지는 못할 '모난 인간'들이다. 알고 보면 같은 부류의 인간인 두 사람은 '모난 돌이 정 맞는 세상'에서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진짜 친구를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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