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이끼' 캐스팅 1순위? 기분좋은 부담"(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0.07.13 09:33
영화 '이끼'의 박해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만화가 윤태호의 웹툰 '이끼'를 스크린으로 옮긴 강우석 감독은 광기어린 집착으로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는 주인공 류해국의 과거사를 거의 지워버리다시피 했다. 웹툰에서는 꽤나 자세히 그려졌던 그 편집증 가까운 성미에 대해, 영화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다만 류해국을 연기하는 배우 박해일(33)이 있을 뿐이다. 감독은 '그냥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왜냐? 박해일이니까.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스크린에 데뷔한 지 10년째. 유들유들하고 능청스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연애의 목적'의 찌질남,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 몸집만 커버린 13살짜리 꼬마 어른, 범인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살인의 추억'의 용의자, 괴물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던 '괴물'의 삼촌…. 그는 수많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간 배우다.

그럼에도 박해일이 '이끼'가 처음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류해국 역에 1순위로 거론됐던 건 연기를 펼칠수록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그 본연의 매력 때문일 거다.

불합리한 세상에 이끼처럼 척 들러붙어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주인공 류해국에 그만한 캐스팅이 있으랴. 이따금 번득이는 날카로운 눈매, 종잡을 수 없는 표정, 늘씬한 실루엣까지…. 영화 속 검정 수트를 입고 휘처휘척 시골길을 걷는 그를 보면 웹툰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착각이 들 정도다.

영화 '이끼'의 박해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봤나?

▶봤다. 재밌다더라는 얘기를 먼저 들었고, 영화화 한다고도 하기에. 웹툰 만화를 그 때 처음으로 봤다. 재미가 쏠쏠한 경험이었죠. 그림 자체의 기운도 만화책이랑은 느낌이 달랐고, 인물과 배경 이런 데 한국 정서를 담으면서도 세련되게 풀어놨더라. 시대성도 있고, 흥미있게 봤던 작품이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윤태호 작가를 만났는데, 캐릭터가 모호해질 때마다 '질투는 나의 힘' 이원상을 생각하면서 했더더라. 저로선 고맙다. 과거에 영화로 접한 캐릭터를 만화라를 다른 매체를 그리며 생각하셨다니. 강우석 감독님과 통화가 됐을 땐 아직 완고가 안 나온 상태였다. 원작과 강우석 감독, 그리고 다른 배우까지, 풍부한 흥미로움을 갖고 시작을 했다.

-어떻게 작품을 고르나.

▶대개 모든 건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재미가 생기고 내가 그 이야기 속에 있어보면 어떨까, 내가 뛰어들어가보면 어떨까 하는 게 쌓인다. 그게 더 먼저인 것 같다. 이번에도 그랬다.

-영화 만들기 전부터 원작 팬들이 박해일이 꼭 류해국을 해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캐스팅 되자마자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듣자마자 부담이 컸다. 물론 기분 좋은 점도 있죠. 반가운 일이긴 한데, 해야 되는 입장에서는 그게… 좀 그렇지 않나.

일상에서 보여준 것보다는 제가 영화에서 보여준 것들 탓이 아닌가 싶다. 사실 하나를 계속 유지한다는 게 좋지는 않다. 정체된 것보다는 작품을 통해 변하는 쪽이 활력소가 되니까. '똘기'? 하나로만 정체가 돼 있는 것보다는 훨씻 낫다.

-강우석 감독과의 첫 작업은 어땠나.

▶강우석 감독님과는 처음이었다. 기존에는 많아야 한 두 작품을 하신 신인 감독님들과 많이 작업했다. 하지만 강 감독님은 워낙 영화적인 노하우가 있고, 색깔이 명확하신 분이지 않나. 장악 능력이 뛰어나시겠다 싶고, 나도 다른 작품 하는 데 유용한 부분을 얻어가겠구나 예상을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그냥 감독님을 믿었다. 잘 만들어 주시겠구나. 감독님 역시 고민 끝에 한 컷, 한 컷을 찍어 나가시더라. 만화를 원작보다 더 괜찮게 영화로 옮겨오기 위해 많이 신경을 쓰셨다.

-배우들의 조합이 썩 괜찮다. 그것만으로 기대가 될 만큼.

▶막상 보는 분들도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저도 같은 입장이었는데, 이 배우들을 어떻게 같이 모아서 할 수가 있나 했을 정도다. 너무 조합이 좋았다. 연기를 할 때도 받는 기분이 묵직하고 날이 서 있더라.

-촬영장 분위기가 그저 하하호호는 아니었겠다.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촬영 들어갈 때는 물론이거니와 배우들이 분장을 했을 때부터 거칠고 센 기운이 느껴진다. 촬영장에 처음 와서 인사할 때는 편하게 하다가도 분장차에 갔다 오면 사람이 달라지는 거다. 제 역할이 역할이다보니 글너 점들이 집중하기에는 더 좋았다. 연기하기 좋게 만들어주신 거다.

영화 '이끼'의 박해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박해일의 배우 생활 10년이 됐다. 가장 가까운 작품이 있다면?

▶'연애의 목적'? 빼 주세요.(웃음) 매번 작품이 제 일부가 될 수는 있을 거다. 영화라는 건 유기적 화합이 일어나니까 어떤 거라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그런 작품이 있다면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아닐까. 제 데뷔작인데 연기를 막 해야된다는 생각을 안 하고 노래 세 곡을 불러제끼고 그랬다. 막 떨리고 그래야 할텐데, 뭔가 모르게 과거를 경험삼아 한 역할이기도 하고 고등학생 시절을 생각하면서 한 영화이기도 하고. 부담감 없이, 누구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그냥 찍었다.

-혹시 연기를 마치고 역할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웠던 역할이 있다면?

▶'연애의 목적'? 아닙니다.(웃음) 생각보다 잘 빠져나온다. 성격이 잘 잊어먹고, 잘 까먹고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 금방 훌훌 털고 새로운 작품을 하기엔 좋은 성격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한참 지난 작품들이 문득 문득 들어올 때가 있다.

-혹시 '살인의 추억'이 그랬나?

▶그 경우엔 형사들의 시점으로 흘러가다보니까, 마지막 요으이자고 또 얘가 분명히 범인일 것이다 하는 설정도 있고 해서 그 안에서 힘든 적이 있었다. 아무튼 뭐 하나 안 힘든 게 어디 있겠나.

-'소년 천국에 가다'나 '좋지 아니한가' 같은 독특한 캐릭터도 꽤 잘 어울렸다.

▶감수성이나 팩트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았던 친구다. '좋지 아니한가'도 그렇고. 하지만 그 모든 게 사실 감독 안에 있다. 감독에 집중하면 나온다. 그런 역할들이 갖고있는 기운들이 알고보면 감독 안에 잉태된 모습이랄까. 직접 시나리오를 썼을 경우엔 더 그렇다. 흔적이 묻어있으니까.

물론 '이끼'도 그럴 거다. 류해국이나 천용덕 이장 모두가 감독님 안에 있는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괴물'의 역할도 그런 모습이 조금 풍기는데, 혹시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경험이 있나?

▶학교는 1학년 마치고 그만뒀기 때문에, '투신'이라고 하기엔 약한데…. 아무튼 학생 식당 밥값을 내려달라고 정문 앞에서 강력하게 요구한 적이 있었다. 끝내 밥값 100원을 내리고 요구르트 하나를 더 얻은 승리의 기쁨을 맛본 적은 있었다. 그게 대학 사회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웃음) 그땐 '이러다 잘리는 거 아니야' 하긴 했다.

-박해일을 두고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말을 참 많이 한다.

▶알다가도 모르지. 사람이라는 게 참 그렇지 않나. 문득 '아 이렇게 사는 건 어떨까', '나한테 이런 면이 있지', '아 이렇게 살아야지' 하다가도 어느 순간 다 까먹고 있다가 '내가 그 생각을 언제 했더라' 하는 거 있지 않나. 계속 왔다갔다 하는 거다.

-혹시 신비주의? 연기에 보다 집중하느라 일부러 작품 이외의 모습은 잘 안 보여주는 건가?

▶제가 신비주의를 한 건 아닌데, 저도 저를 알아가는 작업 중이다. 이렇게 저렇게 저를 찾으려고 해보는데 죽기 전까지 못 찾을 수도 있는 거다. 나를 그냥 알아가고, 대화도 좀 걸어보고, 관객과 대화를 하고… 그러다보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네 하는 걸 알게 되고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물어보게도 된다.

어떻게 보면 연기가 소통의 수단인 것 같다. 그러면서 저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갈 것이다. 한 살 한 살 먹으면 또 새롭다.

-결혼한 지 몇 년이 됐는데 여전히 알듯 모를 듯한 청년 역할만 한다. 아버지 역도 한 적이 없고.

▶그건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역할인 것 같다. 일상이 먼저 가고 작품에 그게 묻어나야지, 제가 하는 캐릭터에 일상이 묻어나는 때는 아무래도 실제보다는 조금씩 늦은 것 같다. 그게 밸런스가 맞다. 아버지 역도 차차 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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