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vs '매트릭스', 순간이동법도 진화했다

김관명 기자  |  2010.07.25 15:34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셉션'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순간이동. 만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이 막판에서야 깨달은 비전의 기술. 초사이언은 이 순간이동을 만나 전설이 됐다.

지난 21일 개봉,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과 1999년 개봉해 관객 마음 뒤흔들었던 워쇼스키 형제의 기념비적 작품 '매트릭스'. 두 작품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의 육체는 가만히 있으면서 그들의 정신세계만 이리저리 쏘다닌다. '매트릭스'에서 정신세계는 바로 인공지능이 창조해낸 가상의 매트릭스였고, '인셉션'에서 정신세계는 다름아닌 그들의 꿈 속 세상이었다. 두 작품에 모두 '창조자' 내지 '건축가'라는 뜻의 '아킥텍트'(architect)가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10여 년 터울만큼 '매트릭스'와 '인셉션'이 이 순간이동을 다루는 기술 또한 진화했다.

우선 그 세계로 '가기'. '매트릭스'에선 네오(키아누 리브스)를 비롯한 일행은 이발소 의자 같은 곳에 앉아 목 뒤 구멍에 여러 가닥의 전선을 찌르는 방식을 썼다. 이는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사이보그인 쿠사나기 소령에 대한 오마주로 비춰진다.

그런데 '인셉션'에서는 휴대용 기계로 진화했다. 이름은 이른바 '드림머신' PASIV(Portable Automated Somnacin Intra Venous). 팔뚝 어딘가에 심전도 검사기 같은 것을 갖다 대면 그야말로 '레드 썬!'이다. 비행기에서도 했고, 달리는 신칸센에서도 했다. 여기에 8명까지 동시 접속할 수 있는 기능까지. 또한 이 와중에 특수약물까지 먹으면 그 꿈으로의 여행에 가속이 붙는다.

이 세계로 다시 '오기'는 더욱 진화했다. 기억나시겠지만 '매트릭스' 특히 1편에서는 공중전화가 그 통로였다. 뜀박질 끝에 공중전화 부스를 찾은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일촉즉발의 순간 공중전화 통화가 이뤄지고 트리니티는 현실 세계로 순간 이동했다.

'인셉션'에서는 '킥'(kick)이라는 일종의 자유낙하-중력 개념을 활용, 좀 더 그럴 듯하게 포장했다. '정신'이 꿈을 꾸다가도 '몸'이 넘어지거나 중력 환경을 느끼게 되면 꿈에서 깨어난다는 원리에서 착안했다. 영화에는 실제로 잠자는 등장인물이 깔고 앉은 의자를 발로 차 꿈에서 벌떡 깨어나는 '친절한'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 '킥'이라는 방법은 꿈의 세계를 중력이 통하지 않는 환경으로 설정한 데서 더 발전시킨 중력가속도의 개념이다. 더욱이 이 킥은 꿈속의 꿈(2단계 꿈)에서 원래의 꿈(1단계 꿈)으로 컴백하는 데도 활용된다. 어쨌든 꿈의 세계에서는 콥(키아누 리브스)의 토템인 팽이는 끝까지 돌 수 있고, 이 무중력을 방해하면 꿈은 깨어진다는 논리다.

마지막으로 스포일러라 더 밝힐 수 없는 한 가지 '기발한' 방법이 '인셉션'에는 또 등장한다. 한마디로 발칙한 역발상의 재주인데, 이건 크리스토퍼 놀란의 놀라운 통찰력이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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