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속 '1박2일', 대표예능다운 긴장감은 어디로?

문완식 기자  |  2010.07.26 13:51

결코 '버라이어티정신'에서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은 지난 25일 방송에서 멤버 은지원의 흡연 장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시청자들에 전달했다.

제작진의 '실수'라고 하기에는 담배를 든 은지원의 손을 뿌옇게 처리해주는 '친절함'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 보인다. 특히 앞서 멤버 MC몽의 흡연 장면을 그대로 방송, 홍역을 치른 '1박2일'이 같은 실수를 또 다시 저질렀다는 것은 '국내 대표예능'이라는 타이틀과 어울리지 않는다.

제작진은 논란이 커지자 26일 오전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 즉각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한 장면 한 장면 신중을 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의 부주의로 적절치 못한 장면이 전파를 타 많은 시청자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렸다"라고 사과했다.

이어 깊이 반성한다는 뜻과 함께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 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1박2일'답게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은 '1등 예능'다운 자세다. '1박2일'의 이 같은 발 빠른 자기 반성 자세는 이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사과가 있기 전에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10대부터 50대, 60대에 이르는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지난 1일부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파업에 들어가고, 주요 예능프로그램들이 대체인력을 통한 '비정상적 정상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씁쓸함을 안겨준다. 이런 때일수록 KBS 예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책잡히는' 일이 없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주요 연출자들의 부재를 그대로 프로그램에 드러내는 것은 '1박2일'다운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늘 외치는 '버라이어티정신'은 사람 냄새나는 살가운 예능에서 살려지는 것이지 결코 설익거나 다듬어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는 아닐 터.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1박2일'이 그 본연의 모습을 지켜나가는데 흐트러짐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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