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노름꾼부터 PD, 군수, 심지어 개가 사람으로 둔갑한 모습까지. 실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며 친근한 매력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불편한 몸으로 천호진과 목숨 건 사투를 벌이며 '환자 액션'에 도전했다.
유해진은 올해에만 4편의 영화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끼'의 개봉에 이어 '죽이고 싶은'과 '부당거래'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다 '적과의 동침' 또한 한창 촬영중인 것. 연인 김혜수보다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이에 대해 별 감흥이 없었다.
"'이끼' 이후에 바로 '죽이고 싶은'이 개봉하게 되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은데 사실 '죽이고 싶은'은 2009년에 다 찍은 영화거든요. 제가 한 해에 보통 영화를 두 편이나 세 편 정도 촬영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올해 특별히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죠.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고도 간단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해보고 싶다'라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라야 한다는 것. 장르가 멜로건 액션이건 일단은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재미있게 읽은 만화 '이끼'에 대해 '영화화된다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강우석 감독의 연출소식을 듣고 출연의사를 밝혀 덕천 역을 따내기도 했다.
"'죽이고 싶은' 같은 경우는 한정된 공간에서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두 인물이 대결을 펼친다는 특이한 상황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던 차에 천호진 선배님께서 출연하신다고 해서 마음을 굳히게 됐죠. 큰 형 같으신 느낌이라 촬영하면서도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심적으로 많이 의지가 됐어요."
천호진의 존재는 오랜만에 맡은 주연 연기에 대한 부담도 한결 덜어줬다. 유해진은 "주연 연기와 조연 연기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연은 좀 더 큰 책임감을 가져야 되는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며 천호진이 많이 의지가 됐다고 전했다.
유해진이 맡은 상업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전신마비 환자로 그야말로 몸도 정신도 온전치 못한 인물이다. 게다가 같은 병실에는 호시탐탐 상업을 죽일 기회를 엿보는 민호(천호진 분)가 나란히 누워있는 상황. 유해진은 그 스스로가 재미를 느꼈다던 이러한 영화 속 설정들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고민이 됐던 것이 '한정된 공간과 움직임 때문에 생기는 단조로움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환자기 때문에 대사를 하나 하더라도 목소리 크기나 수위, 표현 정도 등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구요. 아무래도 상대역이고 같이 누워있는 역할이고 하다보니까 천호진 선배님과 의논을 많이 했죠. 많이 의견을 내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뭐 그랬습니다."
"'이끼'의 경우는 등장인물도 많고 다른 분들 장면을 찍을 것이 많아서 제주도에 다녀오는 게 가능했었죠. 하지만 '죽이고 싶은'같은 경우는 주연이고 제가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가야하니까 촬영장을 떠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세트장을 계속해서 층층이 오르내리며 고민하고 연습했습니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연습의 과정에도 주어진 역할과 상황을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됐다고. 영화 속에서는 늘 유쾌하고 능글맞은 모습이었던 그는 보이는 것보다 훨씬 진지한 사람이다.
유해진은 이날 인터뷰에서 "표현이나 말투가 평소에 쓰는 것과 가장 흡사한 것 같고 때로는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며 '이장과 군수'의 군수 노대규를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중 자신과 가장 비슷한 인물로 꼽기도 했다.
'왕의 남자'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쁨을 누렸고, 다양한 작품에서 감초 연기로 연기력을 검증받은 그는 여전히 연기에 목마른 배우다. 다른 행복한 일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그는 영화 홍보 일정 때문에 '적과의 동침'의 촬영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설경구, 정재영, 차승원, 김혜수 등 쟁쟁한 배우들과 스크린에서 호흡을 맞춘 그가 함께 작업해 보고 싶은 배우는 누굴까. 유해진은 주저 없이 박희순과 김윤석을 꼽았다.
"박희순 씨 같은 경우는 학교 선배이시고 같은 극단 '목화' 출신이에요. 사석에서 만나면 굉장히 친한 친구사이이기도 하구요. 김윤석 씨 역시 '목화' 출신이시죠. 이 두 분과는 꼭 한 번 좋은 작품으로 같이 만나서 연기해보고 싶어요."
스크린 속에서는 늘 능청스런 웃음과 어딘가 나사가 풀린 것 같은 모습만을 보여줬던 배우 유해진.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슬리퍼 차림의 편한 모습의 첫인상으로 다가왔지만, 실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철저히 준비하고 고민하는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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