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온에어' 촬영 당시 만났던 이범수는 20년에 육박하는 연기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 했다. 해도 해도 어려운 것이 연기라며 이제야 조금 그 맛을 안 것 같다고.
2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어느덧 데뷔 21년차를 맞은 그에게 연기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을까. 오랜만에 만난 이범수에게 다시 한 번 같은 질문을 던졌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세 개를 알았을 때는 그 세 개만 하면 됐지만 열개를 알게 되니 일곱, 여덟 게만 해서는 성에 안 차는 게 연기다. 여러 가지 과목을 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처음에는 대사만 잘 외우면 됐다면 이젠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 등 배우로 성장하면 할 수록 어려운 문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려운 문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에게 연기는 여행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지만 흔쾌히 떠나고픈 즐거운 여행 말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얼마 전 아끼던 동료 배우 고(故) 박용하가 떠나간 것도 어쩌면 이 이유 때문일지도 모른다.
"배우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자면 고독함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숨을 때도, 의지할 곳도 없이 오직 내가 나를 믿고 플레이해야 하는 고독함! 사실 홈런왕, 축구왕도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있지 않나. 하지만 배우는 어느 신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교체될 수 없다. 컨디션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늘 최고의 장면을 뽑아내야 한다. 그래서 고독하다."
교체될 수 없다는 말, 생각해 보니 그것만큼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주어지는 일도 없을 듯싶다.
하지만 그는 역시 부담감마저 즐기며 더 좋은 연기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됐다. 그 많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MBC '동이'가 월화드라마 시청률을 선점한 가운데 후발주자로 출발해 대역전극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이범수가 주연을 맡은 '자이언트'는 지난 10일 22.9%(AGB닐슨, 이하 동일기준)의 시청률로 21.3%를 기록한 '동이'를 격파했다.
그런 점에서 '자이언트'의 대 역전극은 이범수에게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연기열정을 더욱 쏟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시청률이야 언제든 떨어질 수도 올라갈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감사하고 신난다. 수많은 작품 제의를 고사하고 '자이언트'를 택했는데 사랑까지 받으니 행복하다. 하하하."
연신 싱글벙글이다. 왜 안 그럴까. '자이언트' 속 이범수가 맡은 이강모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는 인물이다. 만약 사랑마저 받지 못했다면 그도 조금은 힘이 빠졌을 것이다.
물론 이범수는 말했다. 그가 연기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지금까지 힘든 순간이 참 많았는데 20년 넘게 달려올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내가 이 세상 누구보다 연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연기에 집중하고…. 연기에 대한 생각으로 온 신경이 집중돼 있다.
아무리 잘한다고 칭찬 받아도 힘들고 싫어하면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이 돌아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난 내가 그 무엇보다 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더욱 힘 있게 이 길을 달려올 수 있었다."
난제(難題)가 나타날수록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욱 뜨거워지는 남자다. 그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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