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유재석, 무명의 세월이 반이었다①

김겨울 기자  |  2010.08.16 15:13
유재석 데뷔 직후, 과거 사진들

유재석이 지난 14일 서른아홉 생일을 맞았다. 유재석은 팬들로부터 대형 케이크와 생일 선물은 물론, 첫 아들 지호 군의 백일까지 축하받아 2배의 기쁨을 맛봤다.

유재석에게 올해는 남다른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 아들이 태어난 행복과 함께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에서 입상한 뒤 데뷔한 지 꼬박 20주년이 되는 해다.

유재석은 지난 9일 방송됐던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출연해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YB 밴드에게 "나도 올해가 데뷔 20주년이 됐다"며 자축했다. 이에 김원희가 "디너쇼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유재석은 "데뷔한 것은 20년이 지났지만 그 중 10년을 쉬어서 디너쇼는 좀 그렇다"며 웃으며 답했다.

유재석의 이 말처럼 유재석이 지금의 '1인자'로 불리며, 방송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사실 7년 안팎이다. 이전 10여 년은 개그맨 유재석이란 이름도 없이 무명의 세월로 보냈다.

무명 시절, 그의 존재감을 나타나게 해줬던 것은 이름이 아닌 '메뚜기'였다. 유재석은 한 방송을 통해 신인 시절 20분짜리 프로그램을 맡게 돼 기뻤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당시 잘나갔던 그룹 핑클이 메인, 자신은 메뚜기 탈을 쓰고 몸으로 웃기는 캐릭터였을 뿐이라고. 유재석은 당시 이미지가 고정화될 것이 겁나, 메뚜기 탈만은 쓰지 않겠다고 PD에게 어필했지만, 신인인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때부터 유재석의 메뚜기 인생은 시작됐다.

유재석은 특유의 성실함으로 더운 여름에도 탈을 쓰고 열심히 둘리 춤과 메뚜기 뛰기를 반복했다. 사실 그의 지인들의 말처럼 유재석은 데뷔 초기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다. 김용만은 "유재석이 카메라 울렁증이 심해 짧은 대사 외우는 것도 카메라가 돌면 힘들어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메뚜기 탈을 쓴 유재석은 변해갔다. 뺀질뺀질 하면서도 매번 당하고, 어쩐지 측은한 캐릭터, 그게 유재석의 메뚜기였다. 비록 유재석이 기억에 남을 만한 유행어는 만들지 못했을지라도, 유재석의 메뚜기 뛰기는 여전히 후배들이 따라하는 고전으로 남았다.

그렇게 유재석은 몸 개그의 기본을 쌓아갔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그러던 중 유재석이란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계기가 생겼다. KBS2TV '서세원 쇼'의 '토크박스'다. 집단 토크쇼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는 '토크박스'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한 주제를 가지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가장 재밌는 이야기는 '토크 왕'으로 뽑혔다. 지금의 SBS '강심장'과 비슷한 포맷이다.

유재석은 이곳에서 송은이 이휘재 김한석 등 서울예술대학 동문들 관련 이야기, 조동아리 클럽 멤버들 이야기 등 그동안 쌓아온 '사석' 개그를 맘껏 펼쳤다. 덕분에 여러 차례나 '토크 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고, '서세원 쇼'의 고정으로 발탁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유재석이 이처럼 '사석' 개그의 달인이 된 데는 '조동아리 클럽'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유재석 김용만 지석진 등이 속한 '조동아리 클럽'은 낮부터 만나 다음 날 새벽까지 쉬지 않고 술 한 잔 안 걸치고 수다를 떠는 모임으로 유명했다. 당시 이들은 '서세원 쇼'에 출연해 "게스트로 누군가 오면 적응하지 못해서 힘들어하더라"며 웃기도 했다.(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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