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 이 두 편의 잔혹 복수극에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직업을 가진 투 잡(Two Job)족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평소에는 정체를 감춘 채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나가지만, 어느 순간 숨겨진 모습을 드러내는 이들. 그렇다 바로 태식(원빈 분)과 경철(최민식 분)의 이야기다.
◆전당포 운영하는 겁나 잘생긴 특수요원…'아저씨'의 태식
얼핏 보기에 '아저씨'의 태식은 평범한 전당포 주인으로 보인다. 이따금 찾아오는 옆집 소녀를 위해 소시지 반찬을 내놓고 몰래 숨겨주는 그는 분명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옆집 아저씨다. 딸을 찾으러 온 애 엄마가 "얼굴은 봐줄만 하다"며 데이트 신청을 할 정도로 잘생겼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하지만 사실 그의 정체는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특수요원이다. 시범을 보던 국회의원이 기절할 정도의 무술 실력을 갖춘 그는 옆집 소녀를 납치한 범죄조직 앞에서 숨겨왔던 야수성을 폭발시킨다. 거울을 응시하며 길게 늘어뜨렸던 머리를 미는 장면은 단연 압권. 잘생긴 옆집 아저씨가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지갑으로 칼을 낚아채고 17:1로 싸워도 끄떡없는 그의 여정은 눈부신 외모와 맞물려 쾌감 넘치는 한 편의 액션 판타지로 다시 태어났다. "전당포에서도 금니는 받아준다"는 전당포 아저씨의 무시무시한 대사는 그 배우가 원빈이었기에 폼 나게 다가온다. 검은 수트 한 벌로 패션의 시작도 완성도 모두 얼굴임을 증명하는 그는 어쨌거나 '응원해야 마땅한' 아저씨다.
뒤통수치는 걸로 따지면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 또한 만만치 않다. 겉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은 "애들 딴 데로 새지 않게 하시라"는 선생님의 주의에 사람 좋은 미소로 답하는 학원 버스 운전사(택시도 퍽 자주 몬다)다. 차로 실어온 여인들을 죽여 그 시체를 써는 그의 독특한(?)취미는 예측이 힘든 수준을 넘어 당해보기 전에는 알 길이 없다. 그의 살인행각이 가계에 얼마나 보탬이 될는지는 미지수지만, 식량 수급의 수단으로 쓰이는 듯한 묘사는 영화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의 정체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폭력은 그의 종교이며 살인과 강간은 그의 일상이다. 아무것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순서대로 자르면 그걸로 끝. 그는 팔이 부러지고 아킬레스건이 끊긴 채로도 거침없이 살인을 이어간다.
영화는 그의 동선을 충실히 쫓는다. 예측이 불가능한, 그래서 더 지독하게 느껴지는 그의 여정은 수현의 감정 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까지 쥐고 흔든다. 불편함 속에서도 홀린 듯 그를 쫓는 시선은 '카리스마'라는 단어로 설명된다. 영문을 모르고 당하기만 하면서도 수현(이병헌 분)의 등장을 '재미있는' 건수로 여기는 경철.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머릿속에 매캐한 담배연기가 들어찬 듯 기운이 빠진다.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던 '올드보이' 오대수의 머리는 당최 수습이 안됐건만, '악마를 보았다'의 경철은 머리를 정갈히 빗어 넘긴 모습이다. 학원버스 거울에 붙어있는 천사모양의 날개 스티커와 십자가가 그려진 축구 유니폼을 보고 누가 그의 본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경철은 그렇게 날뛰며 수현을 자극, 누구 안에나 있는 악마를 밖으로 꺼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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