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가 썰렁해졌다? 아니 성숙해졌다!

[PIFF 중간결산]

부산=전형화 기자,   |  2010.10.11 07:00
홍봉진 기자

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출발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첫 주말을 보내고 반환점에 도달했다. 이번 영화제는 개막작 '산사나무 아래'가 15분 동안 상영이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는 등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틀째인 8일에는 비가 내려 APAN 레드카펫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예년보다 영화제 주요 거리인 해운대를 찾는 인파들이 적어 상대적으로 썰렁해졌다는 인상도 줬다. 택시기사들과 식당 주인들도 "지난해에 비해 장사가 안된다"는 푸념을 늘어놓기 일쑤였다.

이는 지난해 이병헌과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 등이 출연한 '나는 비와 함께 간다'가 영화제 초반을 뜨겁게 달군 것처럼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소개되지 못한 탓도 크다. 해운대 백사장 앞에 즐비하던 횟집들이 대거 철거된 것도 부산의 밤을 조용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굿모닝 프레지던트'처럼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적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영화제가 썰렁해졌다는 것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예년에 비해 줄지 않았다. 김정윤 부산영화제 홍보팀장은 "아직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예매와 좌석 점유율을 보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예매와 특히 올해 도입한 영화제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예매가 늘면서 현장판매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관객 수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영작이 지난해 70개국 355편보다 줄은 67개국 308편이기에 전체 관객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매진행렬이 이어질 만큼 좌석점유율은 높은 편이다. 내실있는 영화제 운영을 위해서는 올해 상영편수가 적당할 수 있다.

부산영화제가 얼핏 썰렁해졌다고 보이는 것은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영화제 운영이 센텀시티 근처로 이동하면서 생긴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남포동에서 해운대로 영화제 중심이 옮겨지면서 상대적으로 남포동에서 영화제 분위기가 확 줄어든 것처럼 해운대에서 센텀시티쪽으로 관객이 이동하면서 해운대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홍봉진 기자

이런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용상영관인 '두레라움'이 센텀시티 인근에 설립되면 영화제 중심이 더욱 그쪽으로 이동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객은 훨씬 성숙해졌다. 개막작이 15분 여 동안 상영이 되지 않았을 때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관객들은 "기술적인 문제로 지연돼 죄송하다"는 영화제측의 사과에 박수갈채로 화답할 만큼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각종 전단지와 물품 등으로 쓰레기가 넘실대던 해운대 백사장도 올해는 쓰레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비록 영사사고를 겪었지만 영화제의 프로그램도 예년보다 한층 국제영화제 본령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공동제작에 대한 포럼인 아시안영상정책포럼(FPP)를 비롯해 아시아영화펀드(ACF)도 확대됐다. ACF에서는 올해부터 기획 및 개발 단계 프로젝트나 시나리오 완성을 지원하는 ACF 장편독립영화 인튜베이팅펀드가 신설됐다.

아시안필름마켓도 지난해 45개였던 세일즈오피스가 51개로, 참가업체는 75개에서 108개로 증가했다. 미국의 준메이저급 배급사인 라이언스게이트가 처음으로 세일즈오피스를 내고 참가했으며, 오리엔탈 아이즈, GMM Thai Hub 등 태국에서만 8개 영화사가 등록했다. 아시안필름마켓 직후 열리는 도쿄마켓(TIFFCOM) 때문에 참여가 저조했던 일본 회사들도 도호, 도에이, TBS, 픽처스디파트먼트, SPHC 등이 세일즈오피스를 등록, 지난해보다 참여가 늘었다. 온라인 스크리닝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양준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끝나고 결산을 해봐야겠지만 올해는 도약을 위해 내실을 기한 영화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올해를 끝으로 그동안 영화제를 이끌었던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물러난다. 그런만큼 또 다른 도약을 화두로 내세웠다. 과연 영화제가 폐막식인 15일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도약을 기약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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