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궁녀' 최나경 "진짜 '미친 존재감' 되고파"(인터뷰)

최보란 기자  |  2010.11.03 16:55
최나경 ⓒ사진=임성균 기자

연예인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저 3초간 TV에 얼굴을 비췄을 뿐인데, '티벳궁녀' 최나경(29)은 순식간에 인터넷 최고 화제의 인물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반짝 관심이라고 여겼다. 잠시 보조 출연도 접었다. 그러나 그녀의 등장 하나하나가 이슈였다. 대사 한마디 없었건만, 그녀의 무엇이 이토록 강렬하게 시청자와 네티즌들을 사로잡았을까.

"달라진 점? 4일 가던 휴대폰 배터리가 이제 4시간 버텨요."

'티벳여우'로 일약 인기 스타가 된 그녀에게 달라진 점을 물었더니 "친구 지인들이 영상 통화를 하자고 자꾸 부탁해서 보통 4일 가던 배터리가 4시간 밖에 못 가요"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티벳궁녀'가 친구라고 말을 해도 사람들이 안 믿는다는 것. 처음엔 일일이 영상 통화로 '인증' 해 줬다고.

정작 길을 걸으면 많이 알아보지는 못한다. 최나경은 "사람들이 잘 모르시더라고요. 제가 '티벳궁녀'로 나온 사람인 것을 알면 '생각보다 날씬하다. 생각보다 키가 크다. 생각보다 얼굴이 예쁘다'는 반응이 많아요"라며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고향 부산에 있는 부모님과 여동생의 반응은 어땠을까. 처음엔 놀라워했지만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엔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라는 반응이었다. 갑작스런 연예계 데뷔에도 반대는 없었다. 그런 가족들의 반응에 대해 최나경은 어려서 부터 스스로의 일을 알아서 하도록 교육받은 덕에 자립심이 강하다며 "저희 가족이 좀 시크해요"라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직 접지 못한 요리사의 꿈, "둘 다 하면 안 될 이유 없죠"

2년 전 상경해 힘든 일이 많았다. 이것도 배워보고 저것도 해보고 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다 신림동에 위치한 학원에 가서 6개월 정도 요리를 배웠다. 한식과 양식 자격증도 탔다. 그녀는 "드라마 '파스타'에 나오는 것처럼 셰프가 되고 싶었어요"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런데 실전에 들어가니 생각보다 100배는 힘들더라고요. 스스로가 답답해서 과감하게 그만뒀죠.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하철 택배 일을 하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죠. 제 시간이 많아져서 좋았지만 생활비가 부족해서 보조출연을 같이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네요."

연예계로 뛰어 들기로 결심한 지금도, 아직 요리사의 꿈은 접기가 싫다. 시간을 되돌린다면 다시 한 번 '동이'에 출연할까. 아니면 요리사의 길로 갈까.

"다시 돌아가도 보조출연을 할 거예요. 사실 당시에는 그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여기까지 오고 보니 연예도 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왕 왔으니까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죠. 그렇지만 '티벳궁녀'로 나온 장면은 생각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 장면만 아니었으면 화제가 안 됐을 수도 있죠. 그랬으면 쭉 요리사의 길로 가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예능 출연, 친구들이 4차원이라고 말려요."

이왕 연예계에 입문했으니 후회 보다는 앞을 바라보고 싶다는 그녀. 가능하다면 정식 연기자로 거듭나고 싶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능인으로도 활약하고 싶다.

"연기가 좀 된다면 연기를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예능 쪽도 재미있을 것 같고요. 근데 제가 사투리를 못 고쳐서 어려울 지도 모르겠어요. 친구들은 4차원이라고 예능에 나가지 말라고 말려요."

"진짜 꿈은요. 음, 요리와 연예활동 둘 다 하지 말란 법은 없죠. 지금 하게 된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고, 나중에는 또 요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포기한 것은 아니예요."

"매력 포인트는 눈과 무표정, 한때는 성형 고민 했어요."

'미친 존재감', '티벳궁녀', '티벳 발레리나'...최나경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별칭들이 감사하다. "존재감이 없는 것보다 좋죠. 고작 3초 나왔는데 많이 알아봐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대사 한 줄 없었는데도 단시간에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마음을 뺏은 매력은 뭘까. 그녀는 "표정"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최나경은 "인터넷에 제 '티벳궁녀 표정 연기 16종 세트'가 있더라고요. 기쁨 슬픔 놀람 등 여러 개가 있는데 표정이 다 똑같아요. 너무 웃겼어요"라며 "사실 제 눈이 콤플렉스였어요. 대학 다닐 때 친구랑 성형외과까지 갔다 왔는데, 지금은 눈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연예인들은 눈이 다 예쁘니까. 저만의 강점이랄까."

최나경 ⓒ사진=임성균 기자

"시트콤 배역은 '정궁년', 첫 대사는 '원장님, 이거요'."

최나경은 오는 8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새 일일시트콤 '몽땅 내 사랑'에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더군다나 이번엔 보조 출연도 단역도 아닌 고정 출연이다.

"시트콤을 통해 우선 저를 더 많이 알릴 수 있고, 또 '티벳궁녀'가 아니라 저 본연의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촬영장에 대기하다가 부르면 잠깐 출연하는 게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니까 좋아요."

최나경은 시트콤에서 김갑수가 운영하는 보습학원 강사 정궁년 역으로 나온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티벳궁녀'의 이미지를 살렸다. 대사보다는 특유의 무표정함을 살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정궁년'인데 '정궁녀'로 잘못 들으신 분이 많더라고요. 궁녀 이미지가 강한 가 봐요. 첫 대사는 '원장님, 이거요'였어요. 원장으로 나오는 김갑수씨한테 제 결혼 소식을 알리며 청첩장 드리는 장면이었죠. 그런데 결국 결혼은 못 했어요. 다음 회를 보니 파혼하는 설정이더라고요."

현재 대사는 한 회 평균 2, 3세 마디 정도가 전부다. 그런 그녀에게 연기자로서 꿈에 대해 묻자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워 했다.

"하고 싶은 연기요? 지금은 그런 꿈을 꿀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기회가 되면 연기를 계속하고 싶지만, 우선은 TV에서 어색하지 않게 나오는 게 목표예요. 그 다음엔 제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기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짜 '미친 존재감'이 되고 싶어요."

하룻밤에 벼락 스타가 된 그녀는 갑자기 달아오른 주변의 관심 속에서도 평정심을 갖고 있었다.

우선은 어색함을 떨쳐 버리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목표다. 할 수 있다면 연기를 더 하고 싶고, 예능에 출연해 보고 싶다. 또 요리사로서도 힘닿는데 까지 노력해 보고 싶다. 그 다음은?

"그 다음엔, 진짜 '미친 존재감'이 되고 싶어요. '티벳궁녀'가 반짝 이슈로 떴기 때문에 금방 잊혀 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연한 기회에 이 자리까지 왔지만, 이제는 제 노력으로 진짜 '미친 존재감'이 되고 싶다는 게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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