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프' 강혜정, '증명'요구에 연기로 답하다

김겨울 기자  |  2010.11.07 17:13
강혜정ⓒ양동욱 인턴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우 강혜정은 연기로 답했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자에게는 연기로 답하는 것 같았다.

지난 5월 타블로와 사이에서 첫 딸을 얻은 강혜정이 출산 후, 5개월 만에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답게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수많은 콜을 받았지만, 강혜정은 소극장 무대를 택했다.

그의 첫 무대 데뷔는 연극 '프루프'. 학계에 놀랄 만한 수학적 업적을 남겼으나, 말년에 정신분열증으로 혼란한 시기를 보냈던 천재 수학자 로버트를 돌보는 가상의 딸 캐서린 역을 맡았다.

정원중 강혜정ⓒ양동욱 인턴기자

강혜정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연민, 피할 수 없는 책임감과 떨쳐내고 싶은 욕망 속에서 결국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아버지를 돌봐야 했던 캐서린을 응축된 에너지를 누르며 담담하게 그렸다.

지나치게 앙칼지지도, 오열하고 절망하며 눈물을 질퍽이는 연기도 없었다. 하지만 강혜정이 연기하는 캐서린은 매우 혼란스럽고 지쳐보였다.

캐서린은 극중 아버지의 천재성을 물려받은 덕분에 수학에 재능을 보여, 위대한 수학적 증명을 해내기에 이른다. 캐서린은 자신의 수학적 발견을 아버지의 수제자이자 연인으로 발전한 할에게 공개하지만, 할은 믿지 않았다. 자신과 피를 나눈 친언니 클레어 역시 캐서린이 그 같은 발견을 했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

캐서린은 할과 클레어에게 죽은 아버지의 노트에 쓰여 있는 글과 자신의 노트는 필체도 다르고, 현대적인 수학 기법들이 많이 썼다며, 자신의 수학적 발견에 대해 '증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캐서린인 끊임없이 자신이 한 수학적 발견이라 '증명'하려 하면 할수록 할과 클레어는 또 다른 '의심'으로 캐서린을 절망케 했다. 이 같은 반복된 갈등 구조가 마치 타블로의 학력 논란을 증명하는 과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결국 캐서린의 노트는 캐서린의 의지와 상관없이 할에게 넘겨지고, 할은 수학자들에게 여러 차례 검증 절차를 거친 후에야 캐서린의 증명을 믿게 된다. 하지만 이미 부질없었다. 캐서린은 가장 믿는 사람에게 조차 정신병자 취급을 당하며, 자신의 업적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에 부질없음을 느낀다.

김동현 강혜정ⓒ양동욱 인턴기자

120분 간 진행되는 이 공연에서 배경은 캐서린의 집 베란다 한 곳뿐이며, 뚜렷한 큰 사건도 없다. 그저 네 명의 배우들끼리 대사와 관계, 갈등만으로 진행되는 연극이지만 강혜정을 비롯해 정원중과 김동현, 김태인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대를 꽉 채웠다.

또 간간히 등장하는 수학자들 또는 '샌님'들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유, 배우들 간의 논리적인 대사의 치고받음이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난 2001년 토니어워즈 최우수작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프루프'는 국내에서도 이미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프루프'는 지난 11월 12일부터 12월 12월까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대학로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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