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은 '황해'에서 도끼와 칼에, 뼈다귀라는 인상 깊은 무기까지 휘두르며 살육을 저지른다. 그는 '바스커빌가의 개'처럼 인광을 뿌리는 가하면 연변판 '대부'처럼 폭력배를 카리스마로 아우른다.
나홍진 감독, 하정우와 '추격자' 이후 다시 한 번 힘을 모은 김윤석은 그렇게 괴물처럼 돌아왔다. 그는 '황해'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1년 동안 '황해'를 찍었는데.
▶마지막까지 정신 없었다. 나홍진 감독은 기자시사회(20일) 새벽까지 일일이 관을 돌아다니며 음향을 조절했다. 관마다 음향이 조금씩 달라서 최선의 음질을 찾으려 한 것이다. 지독하지. 감독이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지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카체이싱 장면이 압권이었는데.
▶부산영화제 이후 부산에서 찍었는데 3일 동안 그 장면을 완성했다. 트레일러가 넘어지는 장면은 평택에서 테스트를 하고 찍었고. 다들 미치고 난리였다. 미치지 않으면 찍을 수 없었고.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는데 나홍진 감독은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 그러니 나홍진 아니면 누가 이 영화를 찍을 수 있겠나.
-촬영장에서 워낙 괴이한 소문이 돌았는데.
▶진짜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 나랑 나홍진 감독, 하정우는 형 동생이다. 누가 그런 소문을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남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김윤석도 공항 촬영 장면에서 사진 찍는 팬을 직접 막은 적이 있다던데.
▶기억난다. 알다시피 공항 촬영은 쉽지 않다. 빨리 끝내줘야 하고. 그런데 촬영하는데 계속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사진을 찍는 게 아닌가. 연출부들이 계속 제지했는데도 그러길래 내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이런 당연한 것들도 소문을 거치면 악성루머로 바뀌니. 그래서 사람들이 말을 조심해야 한다.
-영화 결말을 쉽게 이해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에는 똑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두 명 등장한다. 그게 힌트다. 그래서 두 번 봐야 한다.(웃음)
-'추격자'가 서영희가 죽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입된다면 '황해'는 거리두기가 느껴지는데.
▶그게 관객과 타협 하지 않은 지점이다. 나홍진 감독이 '황해'는 훔쳐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하더라. 싸움구경, 불구경이 제일 재미있지 않나. 그러다가 어느새 자신이 구남(하정우)이 돼 있다고 느끼는...
-조선족을 너무 어둡게 묘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추격자'로 칸에 갔을 때 어느 외국 기자가 그러더라. 너희 나라는 그렇게 무섭냐고. 그래서 너네는 연쇄살인범 없고, 경찰 좋아하냐고 되물었더니 아무말 못하더라. 이 영화는 우리나라 수많은 영화 중 한 편일 뿐이라고 했다. '황해'도 마찬가지 아니냐.
-'올드보이'의 장도리를 잇는 새로운 무기가 등장한다. 뼈다귀로 사람을 죽이는데 과연 무슨 뼈냐는 궁금증이 생기던데. 개장수인 걸 보면 개뼈다귀여야 할테고.
▶족발이다. 개 뼈다귀로 찍어야 했는데 한국에서 숨어 지내는데 그런 개를 구해 먹을 수는 없으니깐. 설정 상 개뼈다귀라고 해도 무방하긴 하다. 아, 그립감이 좋으니깐 휘두르는 맛이 나더라.(웃음) 뭐, 실제로 개를 즐기지는 않는다.
-밀입국 브로커며 연변 조폭 브로커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족의 뿌리부터 시작했다. 전라도와 경상도, 함경도에서 넘어온 많은 조선족이 있는데 난 함경도 출신이라고 설정했다. 고구려스럽게 대륙 기질이 넘치는. 그래서 거칠면서 작은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황해' 시작할 때만 해도 '추격자'에서 하정우에 진 빚을 갚겠다고 했는데. 강렬한 인상은 '타짜' 때 아귀 못지않은데.
▶주어진 역할은 따먹어야죠.(웃음) 살을 찌워야 할 것 같아서 10㎏ 정도 불렸다. 이제는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고 있고. 나홍진 감독이 적절하게 배치한 것 같다. 그리고 면가는 잘못한 게 없다.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해치지도 않는다. 하정우가 킬러로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으니깐 내가 나선거지. 껄껄.
-'추격자'보다 서술 방식이나 이야기가 더 큰데.
▶나나 나홍진 감독이나 하정우는 언제나 가내 수공업으로 시작한다. 하나하나 한국식으로 맞춰가면서 더디게 만들어냈다. 카체이싱도 우리는 세트장에서 찍었고, 감독은 현장을 진두지휘했다. 조명을 일일이 맞출 수 없어서 필름이 아닌 HD카메라로 찍었고. 내가 연변에서 입은 바지는 50년된 바지다. 의상팀이 어떻게든 구해왔다. 여러 사람이 고생하면서 한땀 한땀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감독 버전이 나올 수 있을까.
▶DVD로는 나올 수도 있겠지. 상영 버전은 2시간37분이지만 감독 버전은 원래 3시간 30분이었으니깐.
-'대부'처럼 '황해 2편이 만들어진다면 면가의 과거를 소개하면 어떨까란 궁금증도 들던데.
▶그럼 송새벽이 하면 좋지 않을까.(웃음) 연우무대 후배인데 아, 잘 할 것 같다.
-차기작으로 '완득이'를 찍는데 최동훈 감독 작품도 함께 하나.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마카오는 함께 다녀왔다. 어떤 그림이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긴 했다.
-왜 제목이 서해가 아니라 황해일 것 같은가.
▶나홍진 감독이 이야기할 문제이긴 한데 네 번째 챕터 제목이 '황해'이지 않나. 제목이 좀 그렇다고 했더니 나 감독이 그럼 '아싸리판'이 어떨까요'라고 하더라. 뿌연 느낌, 황폐한 정서,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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