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석 "유재석 아니면 어때? 내 길 간다"②

김겨울 기자  |  2010.12.23 11:51
남희석ⓒ양동욱 인턴기자
2010년 크리스마스를 불과 이틀 남겼다. 남희석은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보낼 계획이다. 10년 넘게 한결같은 부인과 첫째 딸 보령이, 둘째 딸 화령이와 말이다.

"결혼 생활에 위기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내와 산 지 8년이 지났을 때, 아내가 무슨 말을 하던 곱게 보이지 않던 순간이 있었다. 예를 들면 '김치찌개 먹자'했는데 '생각 없는데'라고 하면 그 말이 그렇게 싫고, 도대체 앞으로 계속 살 수는 있을지 고민도 되더라."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조그만 점 하나 찍힌 초음파 사진을 가지고 와 '나 임신했다'라는데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미치는 줄 알았다. 그 뒤로 아내가 뭘 하건 너무 예쁘고."

남희석은 휴대폰 속에 화령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주 죽겠다"고 연발했다. 요즘 화령이가 애교 부리는 통에 살 맛 난다고.

남희석ⓒ양동욱 인턴기자
-1999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방송했던 SBS '멋진만남'이 전성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당시 이휘재 신동엽과 함께 멋진 솔로 개그맨으로 여성 팬들이 많았다가 결혼 후에 잃지 않았나? 비교적 일찍 결혼했는데 아쉽진 않았나.
▶팬들이 빠져나가도 할 수 없지 않나. 나는 스타보다는 생활인이고 싶다. 그리고 얼마 전에 (이)휘재 결혼하는 것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 '자식~! 어차피 지도 결혼할 텐데. 뭘 뜸 들여.' 평생 혼자 살 것 아니면 때가 됐을 때 내 삶을 가꾸는 것도 좋지 않나.

-'생활인 개그맨'이라,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아내가 일하다보니, 보령이 유치원 학부모 모임은 내가 나간다. 아줌마들이 정말 좋아한다. 하하. 계속 강남 압구정과 청담동에 살다가, 목동으로 이사 와 9년 정도 사는데, 정말 좋은 동네다. 아파트촌에서 자전거 타고 나가면 김밥 집, 세탁소 집, 가는 코스가 있는데 사람들이 인사도 해주고.

보령이 유치원의 '아빠 모임'에서 소설가 김탁환씨랑 친해졌는데, 몇몇 사람들이 더 모여서 자주 술자리도 갖는 편이다. 동네 친구들도 많고, 야쿠르트 아줌마들도 날 너무 좋아한다. 달달한 야쿠르트도 주고. 꽁꽁 싸매고 스타로서 사는 연예인도 좋지만, 친근하게 인사하고 직업이 개그맨인 인간 남희석으로 사는 것을 더 바란다.

-그게 인생 목표인가?
▶굳이 꼽자면, 김탁환씨가 그러는데, '왜 희극인들은 최후가 비참하냐'고 하더라. 평생 남들 웃기느라 일생을 바쳐놓고서 마지막에 왜 그러냐고. 역사적으로 봐도 신라시대부터 희극 인으로 살아온 인물들의 최후가 그렇다. 내 목표는 즐겁게 행복하게 죽음을 맞는 희극 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면 화령이를 만날 수 있었겠는가.

-1991년에 동기들이 유독 잘했다. 김국진 유재석 김용만 박수홍 등 많은데, 요즘은 유재석이 톱으로 꼽힌다.
▶톱스타가 배출되려면 세 박자가 고루 맞춰져야 한다. 잘 다듬어진 스타와 잘 조련하는 매니저, 거기에 대박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프로듀서까지 말이다. (유)재석이가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스타인 것 같다. 근데 그 인기라는 것이 내 앞에는 김국진이 있었고, 그 자리를 내가 채우고, 그리고 또 재석이가 채우고 있다.

결국 산을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올 때가 있는 것처럼 기간만 다를 뿐 산에 올라가면 언젠가는 내려오는 것이다. 나는 재석이처럼 살 수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재석이가 홍대 앞 길거리에서 술 먹고 비틀대면 사람들이 수근 거릴 수 있지만, 나는 그런 껄렁껄렁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고. 지금은 재석이 몫이다.

어느 덧 나이가 마흔이 됐다. 남희석은 나이를 먹기 두려워하는 다른 연예인과 다르게 나이 들어감을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단다. 오히려 즐기기도.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그는 "아! 양성애자가 한 번 되보고 싶다"며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이어 "어느 자리에 갔는데 전 남자친구에게 현재 여자친구를 소개시키더라. '세상에 반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가벼운 농담도 속 깊은 해석으로 설득력을 줄 수 있는 자, 그게 남희석이더라.

남희석ⓒ양동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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