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스코리아대회 선. 이어 열린 미스인터내셔널대회 3위 입상.'
장윤서(27)의 첫 발은 화려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했고 세상이 그녀를 주목했다. 이제 계속해 오르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만이 좌절로 변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꼭 2년 뒤인 2008년. 장윤서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어학원에 다니며 일본어 공부를 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녀가 가진 것은 '미스코리아 선'이라는 타이틀 밖에 아무 것도 없었다. 일찍 온 '행운'에 너무 취한 그에게 가혹한 '채찍질'이 시작된 것이다.
"별 기대 없이 나간 미스코리아대회에서 선에 오르고 나니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이 생긴 거죠. 당시 방송 섭외가 많이 들어왔었어요. 처음에는 열심히 불러주시는 대로 나갔는데, 나중에는 아무런 준비 없이 현장에서 닥치는 대로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 거죠. 정신 차려야겠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이미 출연하던 방송들에서 '잘리고' 난 뒤였죠."
2008년부터 2년 간 장윤서는 '미스코리아'라는 타이틀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릴 적 조금 배워뒀던 일본어도 꼭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고시공부'하듯 파고 들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가수에도 도전했다.
"한 6개월 가수 데뷔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중간에 다른 멤버들보다 큰 키(174cm)때문에 조화가 안돼서 좌절됐죠. '참, 아무 것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장윤서가 세상의 '쓰임'을 다시 받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일본어'때문이었다. 그는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태양을 삼켜라'에 단역으로 얼굴을 비춘 뒤 지난해 말 종영된 KBS 2TV 미니시리즈'도망자 PlnaB'(극본 천성일 연출 곽정환)에 다니엘 헤니를 유혹하는 일본 여성으로 출연했다.
"모든 일에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 때 비로소 실감했어요. 일본어 공부가 연기자를 위한 준비는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 거였거든요. 어쨌거나 미리 준비해둔 게 준비 없이 나섰다가 콘 코 다친 제가 다시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러나 첫 술은 늘 그렇듯 결코 배부를 수 없었다.
"'도망자'에 나온 제 모습을 봤는데, 그렇게 어색할 수 없더라고요. 짧은 등장이었지만 나름 많이 준비했었는데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현장 분위기에 눌린 것도 있었겠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이 컸어요."
장윤서는 케이블 OCN 드라마 '야차'를 통해 또 한 번의 비상을 준비 중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방송된 '야차' 4회에서 일본인 순수 아가씨 미요 역으로 첫 등장,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 대사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요를 통해 '연기자 장윤서'에 보다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100%는 아니지만 나름 만족스러워요. 연기도 그렇고 촬영장에서 연기자, 스태프들과 어울리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느끼는 게 너무 좋아요. '장윤서'라는 이름 석 자로 살아있다는 느낌이 컸어요."
장윤서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제일 취미로 꼽는 등산을 예로 들어 각오를 밝혔다.
"처음 등산을 시작했을 때는 빨리 오르려다 보니 쉽게 지치고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올라가요. 등산이란 게 정상에 빨리 오르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라고 봐요. 28살 중고신인으로서 저 장윤서는 묵묵히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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