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절대 아니다. '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세시봉 친구들' 그리고 '슈퍼스타K'의 인기는 오히려 많은 가요팬들의 가슴을 도려낸다. 이들의 인기가 높아갈수록, 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주~욱 이어져온 가요시장의 불황, 팬시상품이나 BGM으로 전락한 우리 노래의 처지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인기와 가요시장 현실과의 격차는, 요즘 팬들과 싱어송라이터들간의 거리만큼이나 크다. 인디음악조차 수 만장은 훌쩍 팔렸던 90년대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는 이미 머나먼 얘기가 됐다. 이들 프로그램이 주목하고 애써 붙잡으려 한 '연대'가 동시대가 아닌, 1970~90년대인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MBC '나는 가수다'에는 김건모, 김범수, 윤도현, 정엽, 백지영, 이소라, 박정현이 출연했다. 예의 폭발적 가창력의 무대. 그러나 따지고 보면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을 빼면 이들은 2000년대가 발견한 아티스트가 아니라 90년대에 이미 만개한 스타들이다.
90년대 흑인음악 '필'로 음반시장을 점령한 김건모를 위시해, 90년대 초 낯선사람들의 보컬로 시작해 98년 명반으로 평가받는 3집 '슬픔과 분노에 관한'을 낸 이소라, 세기말 혜성처럼 나타나 소름 돋는 가창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은 박정현까지. 이들은 왜 2011년 이런 무대에 서야 했고, 시청자들은 왜 '90년대산' 이들에 열광했을까.
포크와 통기타, 그룹사운드가 큰 인기를 끌었던 70년대 '영화'는 이미 MBC '놀러와'가 제대로 건드렸다. 60년대말 서울 무교동의 음악감상실 세시봉 출연가수들을 중심으로 한 '세시봉 친구들'이 바로 그것.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여기에 이장희 이익균 양희은까지 가세, '하얀손수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좋은 걸 어떡해' 등을 구수한 입담과 함께 선보였다. 그리고 이들이 차린 훌륭한 '콘텐츠'에 요즘 젊은 세대들은 열광했다.
2000년대 들어 대중이 느낀 좋은 노래와 훌륭한 아티스트에 대한 허기와 갈증은 이러한 '옛 노래'로만 채워진 게 아니다. 스타 작곡가가 만들어준 노래를 그냥 쏟아내어도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일부 아이돌이 '세상'을 평정한 요즘, 대중은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K'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보았다. 화려한 패션과 댄스가 없어도 가슴을 울린 그 수많은 아마추어 가수지망생들의 열정과 실력.
그러나 요즘 가요팬들은 요즘 가수들의 열정과 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뮤직비디오 배경음악 정도로 주객이 전도된 현실이나, 댄스를 앞세운 아이돌그룹 탓만 할 수도 없다. 불과 6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인기곡이래야 수명은 길어야 한 달이다. 무엇보다 오로지 음악만을 듣고 좋아하기엔 이 세상엔 다른 '즐길거리'들이 너무 많다.
결국 '위탄'과 '슈스케' 멘토와 심사위원들의 거침없는 독설과 한탄은 이들 아마추어 출연진이 아니라, 엔터테이너로 전락한 많은 가수들과 공장처럼 바뀐 현 가요시스템을 겨냥한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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