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 분장감독 "더미, 총 1억2000만원"(인터뷰)

배선영 기자  |  2011.03.10 09:09

"오늘따라 시체가 왜 이렇게 많아?" "보통 하루에 10구 이상은 들어오지 않나?"

9일 방송된 SBS 수목 드라마 '싸인'에 등장하는 이 대사는 브라운관 속 대사치고는 수위(?)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에서는 자주 등장했지만 시체라는 소재가 안방극장에서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배경으로 또 부검을 주 소재로 한 이 작품에는 시체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 윤지훈(박신양 분)이 든 메스 아래 사체의 배가 갈린다. 그리고 등장한 진짜 같은 장기들...

영화처럼 현실성 있는 부검을 표현하기 위해 SBS 김봉천 분장감독이 두 팔 벗고 나섰다.

아직 국내에서는 또 특히 드라마에서는 특수 분장이라는 개념의 구분이 잘 서 있지 않다. 김봉천 감독 역시 흔히 뷰티 메이크업이라고 불리는 일반 분장을 해왔다. 하지만 분장과는 또 다른 특수 분장만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그가 분장을 시작할 무렵에는 분장학원도 제대로 없었기에 선배들 어깨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일반 분장은 곁눈질으로라도 배울 수 있었지만, 특수 분장은 책으로 독학해야했다.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았지만 특수 분장에 대한 욕심은 커져갔고 결국 김 감독은 8년 전 미국 할리우드 분장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돌아왔다.

그는 10일 스타뉴스에 "보통 말하는 메이크업이 뷰티 메이크업이다. 또 캐릭터 메이크업이라고 성격 분장도 있다. 그 다음이 바로 특수 분장인데, 특수 분장이란 몸에 무언가를 덧붙여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처가 낫다하면 예전에는 피를 붙이고 파운데이션으로 처리했지만 요즘에는 실리콘을 넣은 내용물을 얼굴에 덧붙인다"고 그 구분을 밝혔다.

이어 김 감독은 "어떻게 보면 더미는 특수 소품에 해당한다. 하지만 달랑 더미라는 소품을 갖다놓은 것이 아니라 이를 다시 잘라 피가 나오게 하고 장기를 장치하니 마냥 소품으로 보기에는 애매하다. 역시 분장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싸인'에 동원된 더미 총 제작비는 1억2000만원이 소요됐다.

김 감독은 "초반에는 시신이 많이 등장했다. 그런데 후반부에는 아무래도 배우들이 누워 있고 그 위에 실리콘을 붙여 배를 가르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었다"며 "더미 하나를 제작하는데 최소 3주에서 한 달 정도가 걸리는데 대본이 그 전에 나오지 않으면 만들기가 아무래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전신 더미의 경우 1800~2300만원, '싸인'에서 동원된 전신 더미는 모두 5구다. 상반신만 나온 더미는 총 16개가 등장했다. 이 더미의 가격은 500~700만원. 또 장기가 총 2세트 등장했는데 간 2개 폐 2개씩이다. 가격은 50~200만원이다.

김봉천 감독은 "더미는 처음 만들 때가 가장 비싸다"며 "한번 틀을 만들면 그 다음은 그 틀을 이용해 재차 뽑는 거라 비용이 반가 이하로 떨어진다"고 알려줬다.

또 김 감독은 "원래 영화 속에서는 부검할 때 장기를 척출하고 자른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보여줄 수 없어 장기의 경우 2개로 여러 번 활용할 수 있었다"며 "부검할 때마다 했으면 장기를 20개는 더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고도 전했다.

김봉천 감독은 지난 2010년 방송된 SBS 사극 '제중원'에서도 부검 장면을 재현했다. 당시 '제중원'에 등장한 목 잘린 시신은 동물 장기를 썼다고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김봉천 감독은 "내가 다 만든 장기이지 동물 장기를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감독은 "방송국 분장사들이 총 16명이다. 이 인력으로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까지 분장을 한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고 말했다.

소외된 학문이었던 법의학을 재조명하고 그것의 사회적 위치를 재고하게 만든 '싸인'. 이를 뒷받침해주고 힘을 실어줬던 김봉천 분장감독은 또 그렇게 사회적으로 열악한 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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