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PD는 왜 나영석PD처럼 'No'라고 못하나

[기자수첩]

문완식 기자  |  2011.03.21 15:22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 20일 방송에서 첫 번째 서바이벌 대결이 펼쳐졌다.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정엽, 이소라, 윤도현 등 내로라하는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500명 시청자평가단에서 처음으로 평가 받는 자리였다.

결과는 윤도현이 1위, 김건모가 7위였다. 김건모의 탈락이 확정됐다. 하지만 이날 예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가 부여된 것이다.

김건모의 탈락이 확정되자 이 프로그램의 MC이기도한 이소라는 "나는 방송 못하는데 왜 방송 진행하고 난리야.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김건모가 7등해서 너무 슬프단 말이야"라며 가로막고 나섰고, 무대를 내려가 버렸다.

윤도현의 매니저인 김제동은 "재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맞지 않냐"며 재도전에 대해 언급했고, 이에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끝에 매지저인 개그맨들 뿐 아니라 당사자 가수들이 동의한다면 김건모에게 재도전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건모는 고심 끝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같은 '나는 가수다'의 '도발'을 두고 시청자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룰'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MC이자 도전자인 이소라의 막무가내식 촬영 거부와 김제동의 '재도전' 언급, 제작진의 재도전 기회 부여 그리고 이를 수락한 김건모 등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비난받아야할 대상은 제작진이다. 애초 이 프로그램은 정상급 가수들이 서바이벌 형식으로 대결을 펼친다는 점으로 화제를 모았다. 누군가는 탈락한다는 전제 때문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나는 가수다'는 첫 번째 탈락자 결정까지 무려 3주에 걸쳐 시간을 끌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김건모 재도전 논란'이라는 사단을 만들고 말았다.

연출자 김영희 PD는 김건모의 이 같은 재도전에 대해 "우리 취지가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데 있지 않고 좀 더 훌륭한 무대를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데 있다"면서 "7위를 한 가수가 누구더라도 재도전의 기회를 주고 본인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룰' 자체가 깨져버린 것이다. 김영희PD는 첫 번째 탈락자로 인한 도전자들의 충격을 임기응변식 '재도전 기회 부여'라는 방편으로 막아 보려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가수다'의 근간 자체를 흔들어버렸다. 제작진이 처음에 만든 규칙이나 500명의 시청자평가단의 평가는 이제 도전자들의 기분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작진, 정확히 김영희PD는 동시간대 경쟁프로인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나영석PD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는 다르지만 '1박2일'은 '룰은 지켜져야 한다'는 큰 틀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각종 복불복게임이나 미션을 수행하면서 결코 멤버들의 요구나 부탁에도 '룰' 하나만은 엄격하게 지킨다.

나영석PD는 결코 봐주지 않으면서 멤버들의 요구를 거부한다. 나PD의 '유행어'인 "땡", "안됩니다"는 그 같은 '룰'을 지키면서 지독히도 멤버들의 요구를 거부, 생겨난 것이다.

나PD는 이와 관련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리얼과 예능 사이의 갈림길에서 나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방송(예능)을 위해서는 '룰'을 만들고, 배고픔(리얼)에 '룰'의 수정을 요구하는 멤버들에게 결국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시 '나는 가수다'로 돌아가 도전자들의 재도전 요구에 김영희PD가 "규칙이니 지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순간에는 안타까울 수 있지만 프로그램을 살리고 특히 '국민가수' 김건모가 지금처럼 '논란'의 중심에 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영희PD에게 나영석PD와 같은 단호한 '노'(NO)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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