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은 업보..카리스마 안아쉽다" 허허실실 신현준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의 신현준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1.03.31 11:16
배우 신현준 ⓒ류승희 인턴기자

배우, 교수, 영화제작자 그리고 예능인까지…. 어느덧 마흔셋이 된 신현준이 얻게 된 타이틀이다.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뒤 오직 연기 한 길을 걸어왔던 그는 지난해 인덕대학 방송연예학과 교수가 됐고, 12년을 준비해 I.H.Joon이라는 영화사를 차렸으며, 일요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예능 늦둥이가 되기도 했다. 하고 싶은 것, 꽂히는 일에 도전하는 그는 겁없는 40대이며, 꿈 많은 배우이고, 자유로운 싱글이다.

다음달 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 이웃의 범죄'(감독 민병진)에서도 그는 도전했다.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했지만 빠듯한 예산으로 만드는 작은 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요, 대한민국 남자 배우 중에 안 한 사람이 없다던 강력반 형사 역할도 이번이 처음이다. 신현준은 "수년 전부터 작은 영화도 해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 영화에 꽂혔다"고 웃었다.

◆"영화에 참여한 모두가 행복하기를"

'우리 이웃의 범죄'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 평범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저지른 존속 살인을 그린 영화다. 신현준은 홀로 문제아 아들을 키우는 문제 형사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는 끔찍한 사건을 수사하며 성숙해지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처음으로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신현준 또한 그랬다.

"맨 처음은 '킬미'를 찍을 때였어요. 당시 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가 '현준아, 너 같은 사람이 저예산 영화 하나 찍어야 돼' 진지하게 계속 그러는 거예요. 관심이 가기 시작하는데, 그래도 꽂혀야 찍지요. 승재 형이 하자는 영화는 결국 안했고, 2년이 지나서 온 게 이 영화였어요. 감독님 부인이 실제 강력반 반장이래요. 실제 사건을 모델로 했고, 감독님 전작 두 편이 또 수사물이시잖아요. 이 영화가 B.P(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잘 돼서 우리 감독님이 히치콕 같은 수사물의 대가가 되는 계기가 되면 또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영화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건도 비극적인데, 사실 전 다른 데 꽂혔어요. 극중 제 직업이 형사인데 아들이 문제아잖아요. 사건을 해결하면서 아들과 여행 아닌 여행을 다니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이야기를 해요. 나는 부모님에게 어떤 아들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있어요.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아들한테 '친구 부모님한테도 이렇게 잘 하는데 부모님한테는 얼마나 잘 하겠어' 그러면 그 아들이 '잘 못합니다' 그러거든요. 누구나 갖고 있는 감정이라, 그 장면이 좋아요. 저도 잘 못하거든요. 어제 어머니 생신이셨는데 '열나게' 싸웠어요. 참, 그게 잘 안돼요."


배우 신현준 ⓒ류승희 인턴기자

◆"예능은 왜 시작했냐면… 그렇게 가르쳤으니까"

요즘의 어린 관객들은 아마 '장군의 아들'의 하야시, '은행나무침대'의 황장군을 잘 기억하지 못할 거다. 요즘의 신현준을 보면 더더욱 그 당시가 떠오르지 않는다. 농담과 진담을 섞어가며 특유의 화법으로 단짝 정준호와 함께 예능 프로그램까지 누빈 그는 신현준만의 새 캐릭터를 만들었다. 허허실실 배우의 탄생!

"제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잖아요. '장군의 아들', '은행나무 침대'를 뒤늦게 보고 와선 '교수님이 이런 거 찍은 줄 몰랐어요' 그래요.(웃음) 사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멀티가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요. 그런데 돌아보니 저는 영화만 하고 있더라고요. 예능은 그래서 한 거예요. 가르치는 만큼 실천해야 하는 거고, 그게 제게는 또한 도전이었으니까요. 나태해질 만 한 나이에 그렇게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는 거죠.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에 찬 학생들의 눈동자를 보면 에너지가 느껴지거든요. 저도 노력해야죠. 학생들에게 고마워요.

예전부터 좋아했던 로버트 드 니로랑 알 파치노를 지금도 좋아하지만, 지금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주성치예요. 어렸을 땐 영웅이 좋았지만, 지금 나이가 되니 피천득 선생님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위트가 넘치고 유머러스하시지만 그렇게 겸손하실 수가 없어요. 생각과 고집이 정확하다면 위트와 유머가 사람을 멋지게 만든다는 생각을 해요. 설정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닮아가게 되더라고요."


◆"스캔들의 아이콘? 그냥 쭉 달고(?) 가는거죠~"

그건 아마도 어느덧 40대에 이른 배우의 여유였을 것이다. 신현준은 민감할 수 있는 스캔들에 대한 질문조차 웃으며 받아넘겼다. 마침 인터뷰 며칠 전 있었던 절친 정준호의 결혼식에서도 스캔들 아닌 스캔들이 터졌던 터였다.

"'연예가중계' 같이 하는 이시영이가 어떤 기자를 만났는데 확신을 갖고 '신현준이랑 사귀냐'고 묻더래요. 심지어 '연예가중계' 작가 한 분은 저희 사진을 계속 찍어요. 언젠가 쓸 데(?)가 있지 않겠냐며. 나이가 많은데도 스캔들의 아이콘 비슷하게…. 흐뭇한 건 아니고 '업보구나' '이렇게 달고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드니까 이렇게 그냥 편해지나 봐요. 그 때는 스캔들 터지고 그러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워낙 스캔들이 많아서 별로 조심하지 않아요. 늘 그러니까요. 편안하게 사람들 만나고 그런 건 그냥 제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며칠 전에도 났잖아요!

정준호랑 (이)하정씨가 저 장가 보내려고 애써요. 너무 고맙죠. 소개팅도 해줬는데, 사실은 결혼 생각이 없어요. 전혀 외롭지가 않거든요. 요즘엔 독신의 교과서랄까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요. 푸들이에요. 예전엔 기린 인형 3마리와 대화를 했는데 이제 반려 동물을 들여왔으니 진정한 독신의 세계로 가는 거죠.(웃음) 예전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게 사치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키우니 가족의 느낌이 있어요. 요즘엔 강아지 밥 주러 모임에서도 먼저 빠지고 그래요."


배우 신현준 ⓒ류승희 인턴기자

◆"카리스마 다시? 그런 생각 없어"

신현준은 옛 카리스마를 찾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배우로서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영화를 만들어 관객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늘 철없는 배우이고 싶다는 그. 과연 그 철없음을 지켜줄 수 있는 그의 짝은 어디에 있을까? 신현준은 진정 독신의 길에 접어들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분명 그녀는 나타날 것이다.

"카리스마를 되찾고 싶은 열망이요? 전혀 없어요. 사실 무게 잡는 거,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연기에요. 하지만 못해본 걸 도전하고 싶어요. 내 이미지를 위해서 작품을 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요. 꽂히면 하는 거죠. '맨발의 기봉이'는 100이면 100 다 주위에서 반대했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저는 여기 못 있겠죠. 아마 다음에도 저는 꽂히는 작품을 할 거예요. 하고 싶은 건 해야 해요. 영화 제작도 마찬가지죠. 12년을 준비했다니까요. 좋은 영화, 착한 영화를 만들어서 지금껏 받은 사랑을 관객께 돌려드리고 싶어요. 제가 영원히 감사할 분이 있다면 첫번째가 바로 저를 영화에 입문시켜 주신 임권택 감독님, 두번째가 바로 관객이에요. 평생 감사드릴 겁니다.

어렸을 적에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이들 때 내가 어떻게 변할까' 궁금했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는 죽을 때까지 철없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철이 없어서 하고 싶은 건 하는 배우. 마누라가 있었으면 또 달랐을 수도 있죠. 하지만 내 영화만큼은 철없이, 하고 싶은 걸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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