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엔 없지만, '무한걸스-너가수'엔 있는 것

진주 인턴기자  |  2011.04.11 14:22
진행하는 송은이(위), '너도 가수다' 공연장ⓒ'무한걸스3' 트위터

MBC 에브리원 '무한걸스3'이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너도 가수다' 특집을 오는 14일 내보낸다. '나는 가수다'가 방송을 잠정 중단한 가운데, 한다면 하는 '무한걸스'는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기대를 안고 이들의 녹화 현장을 함께했다. '나는 가수다'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최선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심사하게 될 청중평가단의 1명으로서.

녹화가 진행된 것은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서울 신촌 소통홀. 100인의 청중 평가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들의 노래가 울려 퍼질 참이었다.

현장에 도착하니 입구엔 선착순으로 줄을 서서 기다리며 주위를 보니 꽃다발을 가져 온 팬도 여럿 보였다. 뒤늦게 뛰어오는 고정팬으로 보이는 한 고등학생은 "꽃다발을 잊어서 급하게 사왔다"라며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너도 가수다' 공연장 소통홀 찾아가는 골목의 현수막(아래), 소통 홀 입구ⓒ진주 인턴기자

지하 계단을 내려가 입장했다. 홀은 어둡고 추웠다. 어느 영화관이나 공연장 같이 푹신하고 커다란 의자가 아니라, 허리를 곧게 펴 앉게 하는 딱딱한 의자였다.

"케이블 저예산 프로그램이라 더 좋은 시설에 좋은 무대에 멤버들을 올려주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하다"라는 '무한걸스3' 박영훈 PD의 멘트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공연이 시작됐다. 송은이는 관객 한명 한명에게 휴대폰 전원을 꺼줄 것을 당부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구석에서 벨소리가 울리자 송은이는 "마림바 끄세요(아이폰 기본 벨소리 중 하나)"라며 콕 찍어 말해 평가단을 폭소케 했다.

본격적인 무대 시작 전 송은이는 "'나는 가수다'를 다들 보고 오셨을 텐데… 그걸 기대하시는 건 아니겠죠"라고 걱정스럽게 말했고 평가단은 그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면서 무대가 시작됐다.

송은이는 사회 중간에 "무대 마친 조와 대기 중인 조로 나뉘어져 있네요. 마친 조는 초콜릿 먹고 있고 대기 중인 조는 요강 찾고 있어요"라며 특유의 입담으로 대기실의 긴장감을 전했다.

그들의 무대는? 기대하던 대로였다. 황보부터 송은이까지 6명의 멤버들은 각자의 개성과 노력이 묻어나는 노래를 열창했다. 뒤이어 한자리에 모여 이런 저런 넋두리를 평가단과 함께 나눴다.

검정드레스에 붉은 립스틱으로 한껏 멋을 낸 탤런트 한지우는 "물론 노래도 중요하지만 저는 우선 얼굴을 알리는 게 중요해서요… 안녕하세요!"라며 플래카드를 만들어 온 남학생 3명에게 연신 손을 흔들었다.

'너도 가수다' 평가 용지ⓒ진주 인턴기자

이날 무대엔 '나는 가수다'처럼 소름 돋는 가창력과 화려한 편곡은 없었다. 무대에는 멤버 한명과 음악은 MR 반주뿐이었다.

무대를 마치고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송은이를 비롯한 멤버들은 연신 "어떻게 느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박영훈 PD는 "노래 도전을 하다 보니 멤버들이 점점 빠져들더라, 웃겨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다들 진지해져서 내심 걱정되기도 할 정도였다"라며 멤버들의 진정성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어 "처음 제안에 멤버들 반응이 안 좋았다고 하던데 어떻게 변했나?"라는 질문에 "점점 '한번 해보자'라는 분위기로 열이 올랐다. 그동안 보여 주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출연진들의 진정성이 드러나면서 모두 최선을 다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날 '무한걸스3'은 단지 화제인 프로그램을 따라해 주목을 받으려는 것뿐 아니라, 도전 대상으로서 '노래'를 선택, 즐거운 무대를 보여주며 '도전'의 본래 의미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프로 가수들의 경합과 무대를 보여주는 '나는 가수다'에는 웅장한 무대와 가슴 떨리게 하는 긴박함이 있다.

'너도 가수다'에는 웅장한 무대와 조화로운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해주는 고품격 노래는 없다. 하지만 촬영 현장에는 평가단과의 소소한 소통, 그리고 유쾌한 유머가 있어 돌아가는 평가단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지난달 27일을 마지막으로 잠정 방송 중단에 들어간 '나는 가수다'는 재정비에 한창이다. 조금 긴장을 풀고 즐겁게 듣는 자세로 부르고 듣는다면 비로소 '경쟁'보다 '음악'이 보이는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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