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퀴' 박재범 작가 "왜 희귀병이었냐고요?"(인터뷰)

배선영 기자  |  2011.06.17 07:12
'신의퀴즈' 주연배우 류덕환ⓒ사진=OCN 제공

두터운 마니아 팬층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 시즌2가 방송 중인 케이블채널 OCN '신의퀴즈' 앞에는 국내최초 메디컬 수사극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상파에서도 올해 초 SBS '싸인'이 메디컬 수사극에 도전했지만, '신의퀴즈'는 이에 한발 앞선 지난 해 이미 시즌1을 방송했다.

수많은 '폐인'을 양산하기도 했던 '신의퀴즈'는 '희귀병'이라는 이색 소재를 메디컬 수사물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도 독특했다. 시즌1에 이어 시즌2 집필을 맡은 박재범 작가는 희귀병을 통해 각종 사회 문제를 들추어냈다.

지난 10일 시즌2의 첫 방송에서 역시 리스트컷 신드롬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자살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이키게 만들었다. 13일 오후 광진구에 위치한 박재범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다.

은근히 폐쇄적이고 조금은 '오타쿠' 적인 작업실과 작가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실제 만나본 박재범 작가는 동명이인 아이돌 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뿔테 안경 속 매서운 눈빛은 숨길 수 없었지만 말이다. 작업실도 밝고 산뜻한 느낌이었다. 메디컬 수사극 작가의 작업실이니만큼 작업실 벽 곳곳 인체해부도가 붙어있을 것 같았는데 전망도 꽤 좋은 한적한 느낌이었다.

물론 박재범 작가는 "원래 그 전 작업실은 늘 유흥가 중간에 있었어요. 전 조용한 곳 보다 오히려 사람 떠드는 소리, 간혹 싸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술집 가운데가 더 적응이 잘 되거든요. 예전엔 원룸텔을 구하면 골라서 가는 곳이 밑에 노래방 있고 술집 있고 그런 곳 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지금 작업실은 사무실에서 따로 얻어준 곳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의 첫 질문은 "대체 그 많은 희귀병을 어디서 찾아내느냐"였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수많은 희귀병들이 시즌1에이어 시즌2에 줄지어 등장할 예정이다.

박재범 작가는 "무차별적으로 얻어요. 워낙 종류가 많고 희귀병 전문 질환을 하는 클리닉이나 단체 환우회도 많고. 무엇보다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는데 사실 그중 40% 정도는 페이크에요. 기자들이 가짜로 만드는 게 많죠. 뭘 먹었더니 스머프가 됐다 이런 식이에요. 미국이나 영국에서 나오는 기사들도 페이크가 많아요. 그런 것들은 전문의와 상담을 거쳐 걸러내죠. 때로는 시청자들이 이 병도 다뤄주세요 하는데 의학적으로 근거 없는 병들도 많아요. 아무튼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구한 다음, 써야겠다 생각이 들면 간추려서 전문의 선생님들과의 상담을 거치게 되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얻게 된 희귀병 소재는 넘쳐나 작가의 머릿속엔 이미 시즌10까지의 소재가 가득 차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박재범 작가는 "와전된 거예요"라고 일축했다.

"물론 병의 개수만 보면 시즌5~6까지도 가능해요. 그러나 10개의 병 중 극화해서 쓸 만한 것은 서너 개에요. 극화하기 힘든 것이 굉장히 많은 거죠."

그는 또 "국내 조사는 더 이상 할 게 없어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만큼 시즌1에서도 웬만한 희귀병은 다뤘고, 또 토양의 조건이나 인종이 다른 외국에서는 또 다른 종류의 희귀병도 발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의퀴즈' 주인공 한진우(류덕환 분) 박사가 국내 희귀병을 모두 다룬 뒤에는 유럽으로 갈 가능성도 있을까? "하하. 덕환이는 보내준다면 좋아할 텐데요." 박재범 작가의 표정과 말투로 봐선 가더라도 출장 정도가 될 듯 보인다.

다시 희귀병 자료조사로 돌아가서. 그렇게 수많은 조사를 거친 박재범 작가라면 이제 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에 들어섰을 것이다. 대체 희귀병이 발병하는 원인은 뭘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원인이 없으니 희귀병이죠. 모든 희귀병은 결과론적으로 분석하는 거예요. 결과를 봤더니 이렇더라며 역추적하는 거죠. 차라리 유전적인 요소라서 그렇다는 건 쉬운 케이스예요. 원인이 파악 안되니 환자나 그 가족들은 더 힘들어요."

그는 자료조사 과정에서 수많은 희귀병 환자들과도 직접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답답하다는 말이 딱 맞아요. 그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씀이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부인, 자식들 때문에 힘들다는 거예요. 또 특히 부모 입장에서는 안 좋은 것을 물려줘야한다는 점에서 가슴 아프고, 아이가 환자일 경우는 부모 고생도 고생이지만 그 아이가 10살 이고, 가령 80년까지를 산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의 70년이 행복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괴로운 거죠. 또 치료 자체가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의 증상을 더디게 할 뿐이라는 점 역시도. 이런 것들은 직접 들어보면 더 실감이 되는 부분이에요."

아픔을 들춰내는 것이 꺼려질 수도 있지만 대다수 환자들은 '신의퀴즈'에서 자신들의 병세를 다루는 것에 긍정적이라고 한다. 그들의 목소리를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의사들도 다들 긍정적이에요. 병에 대한 고통도 고통 이지만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말해주세요. 시즌1에서도 나왔지만 의료보험 역시도 많이 이야기하는 부분이죠. 얼마 전 다큐멘터리 '사랑'에서도 나왔잖아요. 의료보험공단에서 책정한 기준에 따라 최소 몇 명 이상이 발병이 돼야 어떤 보험 적용이 되는데 그게 아니면 힘든 거죠. 희귀병은 계속해서 발견되는데 의료제도는 그에 못 따라가고 있어요. 당장 일본만 가도 우리처럼 낙후돼있지는 않아요. 시즌1의 단백질 추적자 에피소드에서도 그 아이들은 저단백 밥을 먹어야 해요. 선진국에서는 큰 마트나 동네 슈퍼에 가도 그런 특이질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엄한 데 돈을 쓰다보니까 이런 세부적인 의료행정은 낙후돼있는 것이 사실이죠. 환자 분들 만나면 그런 이야기를 꼭 넣어달라고 하세요."

이쯤 되니 박재범 작가가 왜 기어코 메디컬 수사극에 '희귀병' 소재를 차용했을지 원인이 짐작됐다.

그는 "사실 '신의퀴즈'의 목표는 미국드라마 CSI가 아니라 우리나라 드라마 '수사반장'이에요. 거기서 시작된 거죠. 최불암 선생님이 범인을 집어넣고는 늘 씁쓸하게 담배를 피는 가슴이 따뜻한 반장으로 나오셨잖아요. 그런 연민 있는 수사극이 좋겠다 싶었어요. 주인공이 연민을 느끼고 또 그 속에서 사회적인 철학을 담을 수 있는 수사극이면 좋겠다. CSI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이지, 철학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에요"라며 "우리 극에서 희귀병은 마이너리티를 말하는 거예요. 하나의 메타포에요. 불평등하고 제 소리를 못내는 마이너리티를 대변한다는 것이 어떤 사회적인 의미를 주게 되지 않을까. 단순히 차가운 수사물의 느낌보다 따뜻하게 쓰다듬는 시선을 그려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왜 그에게서 키팅 선생이 느껴졌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한편 '신의퀴즈'는 매주 금요일 밤 12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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