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1박2일' 고사한 건 '풍산개' 때문"(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1.06.23 10:18
임성균 기자


설움도 많았다. 안티팬에 돌도 맞아봤고, 아이돌 출신이 연기한다고 눈칫밥도 먹었다. 열심히 연기해도 편집으로 날라 가고, 야심차게 준비한 작품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윤계상. 그는 무명보다 괴로운 꼬리표와 편견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연기를 해왔다. 윤계상은 국민아이돌이라 불렸던 그룹 god에서 나온 뒤 배우로서 한 눈 팔지 않고 매진해왔다.

전역 직후 찍은 '사랑에 미치다'로 가능성을 입증해 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 김하늘과 호흡을 맞추는 등 잠시 연기자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작품 운이 따르지 않아 배우로서 고비를 맞았다. god 출신이란 꼬리표는 끊임없이 따라왔다. 그래도 윤계상은 '비스티 보이즈'를 비롯해 '집행자' '조금만 더 가까이' 등 저예산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실력을 쌓아왔다. '로드넘버원' 등 TV드라마에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04년 '형수님은 열아홉' 이후 8년, 윤계상이 드디어 배우로 꽃을 피우고 있다.

23일 오후 종영되는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은 윤계상에 날개를 달아줬고, 이날 개봉한 '풍산개'는 상승기류를 지폈다. 윤계상은 '최고의 사랑'에서 윤필주 역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훤칠한 외모와 자상한 마음, 한의사에 좋은 집안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남자면서도 한 여자를 향한 연심에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풍산개'에선 '최고의 사랑'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로서 부드러운 완벽남과 카리스마 넘치는 짐승남을 연이어 대중에 선보이는 행운을 잡게 된 것.

윤계상은 김기덕 사단이 제작한 '풍산개'에서 휴전선을 넘나들며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를 맡았다. 윤계상은 대사는 전혀 없이 눈빛과 표정, 액션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인물을 맡아 체중을 6㎏ 감량했다. 윤계상은 고위 탈북자의 연인을 탈북 시키다 서로 사랑에 빠지는 역할에 반해 노 개런티로 참여했다. 액션 장면 도중 허리를 다쳐 촬영을 못할 지경이었지만 침을 맞으며 이를 악물고 찍었다.

임성균 기자


'풍산개'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이미 출연료는 못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윤계상은 "시나리오를 볼 때 '본' 시리즈 같은 인상을 받았다. '로드넘버원'에서 남자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만족스럽지 못했기에 갈망이 있던 차에 딱 그런 영화다 싶었다"고 말했다. 돈은 어차피 연기를 시작할 때 포기했다.

윤계상은 '비스티보이즈' '집행자' '조금만 더 가까이' 등 그동안 저예산영화에 출연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계속 참여했다. 돈보단 경험, 찬사보단 내공 쌓기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풍산개'에 '최고의 사랑' 때 자신이 직접 샀던 안경값보다 적은 돈을 받았다. 그래도 좋았다.

윤계상은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영화라면 출연 제의를 해주는 것 자체가 기쁨"이라고 말했다. 윤계상이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출연 제의를 고사한 것도 연기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그는 "당시 '풍산개'를 찍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제의를 해주셨다"며 "연기자로서 아직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감사했지만 거절을 했다"고 말했다.

윤계상은 '풍산개'에서 대사 한 마디 없이 감정 연기를 해야 했다. 결코 쉬운 도전이 아니다. 김기덕 감독의 조언과 전재홍 감독의 연출이 도움을 줬지만 윤계상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윤계상은 "매 장면마다 모니터를 하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감정 연기 강도를 5단계로 나눠 이번에는 1.5로 해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그렇게 표현해야 했다"고 말했다. 윤계상의 이런 노력은 '최고의 사랑'에서도 빛을 발했다.

사실 '최고의 사랑'에 윤필주 캐릭터는 윤계상 스스로 만들어낸 게 많다. 방송 초반 주인공 독고진(차승원)과 구애정(공효진)에 이야기가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윤필주 역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윤계상은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안경을 사러 15곳을 돌아다녔고, 각종 이벤트를 구상했다. 귀여운 표정이라든지 스스로에 어색한 설정도 항상 고민하면서 만들어냈다.

그래도 윤계상은 "나 때문에 잘 된 게 아니다"며 "아직 멀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윤계상은 '최고의 사랑'으로 부드러운 훈남 이미지를 얻었다. '풍산개'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의 차기작에 자연스레 기대가 쏠린다.

윤계상은 현재 여러 편의 작품 출연 제의를 받았다. 김병욱PD의 '하이킥3'도 최종물망에 올라있다. 윤계상에 '하이킥3'는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김병욱표 시트콤에 수혜를 받을 수 있지만 자칫 신인들 틈바구니에 매몰될 수도 있다.

윤계상은 "아직 결정한 건 없다. 하지만 쉬지 않을 생각이다. 보여줄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고 말했다.

어차피 '연기자' 윤계상은 설움도 겪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고생이야 따르겠지만 분명한 건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다. 묵묵히 길을 걸어온 윤계상이 과연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즐거움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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