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김옥빈·문채원..스크린 '홍일점' 대결

김현록 기자  |  2011.07.14 10:39
사진 왼쪽부터 '7광구'의 하지원, '고지전'의 김옥빈, '최종병기 활'의 문채원


2011년의 여름 극장가는 대작의 각축장이다. 전쟁영화와 액션영화가 경쟁적으로 자리한 덕분일까? 남초 현상이 두드러진다. 때문에 더 돋보이는 것이 있으니, 바로 홍일점 여배우들의 존재다.

잠깐 등장해 얼굴마담 역할만 하고 사라지는 그런저런 캐릭터들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아름다운 얼굴에 검댕 묻히길 마다하지 않고, 고운 손으로 기꺼이 무기를 집어든 그녀들은 뜨거운 여름 대전의 당당한 주역들이다.

전쟁영화는 전통적인 남자 배우들의 독무대.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한국전쟁의 마지막을 그려낸 영화 '고지전'(감독 장훈) 또한 예외는 아니다. 이 가운데 유독 빛나는 여배우가 한 명 있으니 바로 인민군 저격수로 등장하는 김옥빈이다. 잠깐 등장하는 단역 아역배우가 한 명 있을 뿐, 김옥빈은 영화를 통틀어 등장하는 유일한 성인 여배우다. 짧은 등장에도 만만찮은 존재감을 뽐낸다.

극중 김옥빈은 귀신같은 사격솜씨를 자랑해 국군들 사이에서 '2초'로 불리는 저격수 차태경으로 등장한다. 적들에게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공포의 대상. 그러나 촬영 현장에서는 대접이 달랐다. "남자들만 있던 현장 분위기가 김옥빈씨가 오기만 해도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감독과 동료 배우들의 공통된 증언. 그러나 김옥빈은 똑같이 군복 입고 고생했다며 "말로만" 특별대접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다음달 개봉을 앞둔 3D 액션대작 '7광구'(감독 김지훈)의 하지원 또한 영화가 내세우는 유일한 여배우다. 석유시추선에 나타난 심해 괴생물체와 싸우며 당당히 극의 중심에 서서 전체 이야기를 이끄는 그녀에겐 '홍일점'이란 표현이 미안할 정도. 하지원은 "석유에 밥을 말아먹을 수 있을 만큼" 석유 시추에 대한 의지와 애정이 엄청난 해저 장비 매니저 차해준 역을 맡았다.

악바리 하지원은 '액션 여전사'란 칭호가 아깝지 않을 투혼과 연기를 선보였다는 후문. "스턴트맨을 부르면 하지원이 올 정도로" 와이어 액션과 바이크 액션 등 까다롭고도 정교한 액션을 대역조차 거의 쓰지 않고 소화해냈다. 이 작품을 위해 5년을 기다린 그녀는 쉴새없이 자신을 즐겁게 해 주고 배려해 준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 덕분에 힘든 시간이 힘들지 않게 느껴졌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사극 액션물 '최종병기 활'(감독 김한민)에도 홍일점이나 다름었는 젋은 여배우가 등장한다. 스크린에 첫 도전장을 던진 문채원이다. 그녀가 맡은 자인은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날 청나라군에게 포로로 끌려간 비극의 주인공. 그녀를 찾기 위해 조선 최고 신궁이자 유일한 오빠인 남이와 믿음직한 정혼자 서군이 나선다.

설정과는 달리 남자의 도움만을 기다리던 전형적 민폐형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여성미 넘치는 캐릭터로 주목받았던 문채원은 비록 포로지만 위기의 순간에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여장부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채원은 "더러운 상태로 끌려 다녔다"며 "생각한 것보다 때가 많이 들어가서 흥미롭고 즐거웠다"고 도리어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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