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 공지영 작가가 영화화 뒷이야기를 털어났다. 공지영 작가는 10일 오후 2시 2011 아시안영상정책포럼 오픈세션에 참석 '나의 소설, 나의 영화'라는 주제로 청중들 앞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공 작가는 '도가니'가 영화로 만들어져 지금에 오기까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2005년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장애학생 성폭력사건을 바탕으로 한 '도가니'는 영화로 만들어져 300만이 훌쩍 넘는 관객을 모으며 세상을 움직였다.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일이 그 뒤에 있었을까. 공 작가가 소개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원작 출간 한달만에 영화화 제안 15개
공지영 작가에 따르면 '도가니'는 2009년 출간 1달만에 15개 영화사로부터 영화화 제안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공 작가를 움직인 것은 삼거리픽쳐스의 15장짜리 제안서. 다른 곳에서 2∼3장의 제안서를 보낸 데 반해 이곳에서는 15장 제안서에 글자를 빽빽하게 채웠다.
원작을 잘 이해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공 작가는 출판사 측 우려에도 불구, 계약에 나섰다. 제작사 대표가 술자리에서 전한 '믿어달라'는 이야기에 '그럽시다'며 술잔을 기울였다. 1달만에 계약금을 입금해야 계약이 유지된다는 조건 아래 계약금은 29일만에 입금됐다. 마침 그 제작자는 그녀의 소설을 영화화한 다른 작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참여한 엄용훈 대표였다.
◆공유가 누구야? '아는 척'
계약 8개월만에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연락을 받은 공지영 작가는 주인공으로 배우 공유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에 대한 그녀의 첫 반응은 '공유가 누구야?' (TV를 잘 보지 않는다는 공지영 작가는 '우행시' 당시 강동원을 두고도 '강동원이 누구야' 그랬던 이력이 있다고.) 공지영 작가는 공유와의 첫 만남에서 '약간 괜찮게 생긴 배우구나' 생각하면서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인사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공유의 연기는 그녀가 "'오발탄'의 김진규 이후 최고의 지식인 연기였다"고 극찬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눈에 힘 뺀 역할이 힘든데, 소설을 쓰며 공 작가가 머리속으로 그렸던 인물보다 더 무력하고 생각많은 지식인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후진' 영화가 되지 않게 해 주세요
영화 촬영을 앞둔 고사에 나선 공지영 작가는 '우리는 돈을 벌려고 이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다. 이렇게 의미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는 제작진을 보고 "마치 시민운동단체나 다큐를 찍는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과거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을 때 돈이 많이 든다는 제작사의 볼멘소리에 군중신을 골목길 신으로 바꾼 경험이 있는 공지영 작가는 '대체 시위신에 몇 명이 나올까' 걱정했다.
이후에도 제작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았다. 장소 섭외가 어려워 고생한다는 "불쌍한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모두 촬영을 거절했기 때문에 학교 장면은 5개 학교를 돌아가며 촬영했고, 기차에 아이가 치이는 신 때문에 '무사고' 코레일도 싫어했다는 후문. 법원의 협조 물론 쉽지 않아 '도가니'는 현재 개봉중인 다른 영화 '의뢰인'의 세트를 빌려 법정신을 촬영했다. 공 작가는 영화 시사를 앞두고 기도를 하며 '도가니'가 '뜻만 좋고 후진 영화'가 되지 않기를 빌었다고 고백했다.
◆소설 쓰며 생각한 그림이 그대로
공지영 작가의 소설이 영화화된 것은 '도가니'가 3번째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도가니'. 공 작가는 그중 '도가니'가 제일 잘 만든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사회에 나서서 철도에서 아이가 죽어있는 초반 장면을 보며 '영화가 괜찮겠다'고 생각을 했고, 자신이 쓴 소설이 바탕임에도 엉엉 울며 영화를 본 뒤 너무 기뻐 박수를 쳤다.
황동혁 감독은 소설의 곁가지를 치고 묵직하고 힘있게 중심 사건을 끌고 나갔고, 그녀가 글을 쓰며 생각한 상상속의 그림을 그대로 살렸다. 공지영 작가는 '안개가 좀 더 짖게 깔렸으면 했다'는 한 가지 빼고 대부분이 머리 속의 영상과 흡사했다며 신기해했다. 그러나 그녀는 황동혁 감독과 가벼운 인사 외에 말을 나눈 적이 없다.
◆가슴을 치는 영상의 충격
'도가니'의 파급력은 실로 엄청나다. 인화학교는 폐교하겠다는 발표가 나왔고 경찰도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소설과는 다른 영화의 파급력을 두고 공지영 작가는 '가슴을 치는 영상의 충격'을 언급했다.
수많은 뉴스에서 성추행을 언급하고, 성폭행 심지어 윤간 뉴스가 나와도 크게 놀라지 않는 세상. 그러나 '성추행'이라는 한 단어가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를 영상은 각인시켰다. 화장실로 도망가는 아이를 쫓아가 옷을 벗겼으나 미수에 그친 '성추행' 사건이 영화 '도가니'에서 3∼4분으로 구현됐을 때, 이를 보며 끔찍해하지 않는 관객이 하나도 없었다. 직접 묘사가 없더라도 막상 영상으로 이를 봤을 때 가슴을 치는 충격이 왔다.
공지영 작가는 작가의 역할은 작은 것이었고 역할을 한 것은 고생하며 영화를 찍은 이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의 힘을 절절하게 느꼈다"며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꾼다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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