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혜·이진주·오인혜, 부산 흔든 세 신인을 만나다(인터뷰)

노출 파문 오인혜 "작정하고 그런것 아니야... 부모님은 좋아하셔"

부산=김현록 기자,   |  2011.10.16 10:18
사진 왼쪽부터 안지혜 이진주 오인혜 ⓒ부산=이기범 기자


안지혜, 이진주, 오인혜. 이 겁 없는 신예 3인방이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후끈 달궜다. 김태식·박철수 감독의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세 주연배우. 오인혜의 파격 드레스가 개막식을 후끈 달군 뒤 이들 세 사람이 연기를 펼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은 단숨에 부산영화제 최고 화제작 중 하나로 떠오르며 관심을 모았다.

결코 만만치 않는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던, 이례적인 관심 속에 떨리는 첫 영화를 공개해야 했던 세 신인배우의 마음은 어땠을까. 영화 제목처럼 강렬한 빨강과 검정으로 무장한 채 나타난 세 배우 안지혜 이진주 오인혜를 만났다.

안지혜 ⓒ부산=이기범 기자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팔색조 안지혜

안지혜(32)는 비록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연극무대에서 탄탄히 연기력을 다듬어 온 배우다.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 외에도 노경태 감독의 '검은 갈매기'에 출연, 2편의 작품을 진출시킨 배우로 당당히 레드카펫을 밟았다. "(오인혜) 옆에 있던 여자가 바로 저예요"라며 툴툴거리는 모습에서 솔직담백 톡톡 튀는 그녀의 캐릭터가 짐작된다.

안지혜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는 블랙 코미디의 매력이 가득한 김태식 감독의 '붉은 바캉스' 편에서 유부남과 6년째 불륜중인 여주인공 희래 역할을 맡았다. 베드신과 노출 장면 등 여배우로서 소화하기 쉽지 않은 파격적인 영상이 이어지지만 안지혜는 동화같은 의상에 백치미 철철 넘치는 아가씨를 능청스럽게 그려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그녀의 다음을 기대할 때다.

"어머니가 뭐 했냐고 계속 물어보시는데 대답을 못해요.(웃음) 결정하기까지 당연히 쉽지 않았어요. 배우 마인드였죠. 20대에 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선택, 거기에 공감을 했어요.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했고 나름의 영역에서 활동을 해 왔지만 늘 고민이 돼요. 파격 노출 같은 데 신인은 더 취약하고, 그런 역할이 더 많이 들어오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걸 제대로 판단하는 눈이 중요한데, 감독님도 보고 시나리오도 보고 또 정당성이 있는 장면인지도 봐야 하고요. 너무 노출연기만 부각되는데 여배우에게는 힘든 일이에요. 사람들이 다 밥도 먹고 잠도 자고 다 하고 사는 거잖아요, 그런 거 아니에요?

베드신 촬영 땐 어마어마한 신경전이 계속돼요. 그런데 현장에서 뭔가가 바뀌거나 하면 굉장히 당황스럽죠. 당시 내 기분이 중요하냐, 전체 영화가 중요하냐 선택을 해야 해요. 노출 연기를 펼친 모든 여배우에게는 아마 같은 트라우마랄까, 그런 게 있을 거예요. 참 영화 속 의상은 다 제가 직접 마련한 거랍니다."

이진주 ⓒ부산=이기범 기자

◆"캐스팅하다가 직접 출연"..개성만점 이진주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가지구요." 영화 속과 똑같은 패션과 화장으로 나타난 이진주(34)는 이게 평소 모습이라며 만만찮은 포스를 예고했다. 이미 마당발로 연예가 안팎에서 이름 높은 이진주는 이번 작품으로 본격 스크린에 진출했다. 분노에 찬 '붉은 바캉스'의 본처가 바로 그녀의 역할. 그 자체로 만화 같은 캐릭터 그대로 등장해 살벌한 응징에 나선다.

이진주는 카메라 울렁증을 막 극복한 여배우치고는 몹시 뻔뻔한 연기를 펼친다. 입심 또한 연기 못잖다. 가슴을 절반 이상 드러낸 자신의 드레스가 오인혜보다 더 주목받을 줄 알았다며 능수능란한 말발로 분위기를 이끈다. 이런 그녀의 캐릭터에 반한 일본 영화 제작진들이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의 다음 버전과도 같은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니, 앞으로를 더 지켜볼 일이다.

"저보고 인맥이 넓으니 캐스팅을 도와달라고 하셔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거의 1000명을 보여드렸어요. 잘 알려진 배우들도 있었구요. 1500명 정도에서 화가 나더라고요. 감독님한테 욕을 하면서 '뚱뚱하면서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애가 어딨냐. 대충 하시라'고 막 얘길 했어요. 그걸 보시더니 '니가 딱인 것 같다' 이렇게 된 거죠. 저도 사람들 만나 캐릭터 배우가 될 수 있다 설득하면서 욕심이 좀 났나 봐요.

사실 카메라 울렁증이 병인데, 감독님이 욕 한 번 시원하게 해 보라시기에 막 했어요. 지금껏 오해받았던 거, 혼자 뒤집어썼던 거 다 했죠. 그런 점들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됐어요. 직접 쓴 시도 영화에 들어갔고요. 다음 생애에는 꽃으로 태어날래요. 왜 안예쁘게 태어나 힘들게 사는지. 다음 생애에는 잠깐 피고 지더라도 예쁘게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인혜 ⓒ부산=이기범 기자

◆"감독님 만난 그 자리서 캐스팅"..개막식 신데렐라 오인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신데렐라. '화제를 노린 여배우의 노출 전략이 통했다'는 세간의 시선에 오인혜(27)는 퍽 부담스러운 듯했다. 영화 스태프의 소개로 간 웨딩숍에서 빌린 드레스를 직접 수선해 입었을 뿐이란다. 결국 '사진 한 장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속사도 없는 신인 여배우의 패션이 카메라와 시선을 붙들어버린 셈이었다.

사실 노출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건 '시선 따윈 상관없다'는 듯 발랄했던 그녀의 레드카펫 매너였다. 그녀는 박철수 감독의 '검은 웨딩' 편에서도 이지적인 제자와 섹시한 요부를 오가는 상반된 느낌을 선보인다. 결혼에도 불구, 노교수와 사랑에 빠진 제자 역할이다. 화제의 노출 패션으로 먼저 주목을 받은 오인혜지만 그녀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찮다. 그녀는 배우로서의 다음 행보를 어떻게 준비해나갈까.

"모든 게 갑자기 이뤄졌어요. 작가 언니 소개로 시나리오를 받고 다음날 감독님 미팅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연기 테스트도 안하고 바로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그때만 해도 확신은 없었어요. 표현이 세니까요. 공부하라고 하셔서 편집실에서도 계속 봤는데, 사실 그때가 더 충격이었고요 영화를 보니 사실 좀 더 낫네요. 감독님은 '엘레지', '안티 크라이스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보라고 추천해주셨어요. 그 외에 몸매관리랄 것도 없이 1주일만에 촬영 들어갔고요.

의상이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고생한 걸 아시니까 부모님은 좋아하셨어요. 악플에 연연해하지 말고 그런 것도 겪어야 한다고요.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작정하고 있은 건 아니었다는 거예요. 경험이 없어 정도를 잘 몰랐던 거지. 저도 혹여 이런 이미지가 고정될까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그렇지 않게 기회를 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이미 '마스터클래스의 산책-미몽'을 찍었고요, 다음 감독님의 작품에도 출연할 예정이에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진 왼쪽부터 안지혜 이진주 오인혜 ⓒ부산=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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