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밴드' POE "2위도 과분..목숨 걸고 했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11.10.16 09:01
POE의 센도(왼쪽)와 물렁곈 <사진=KBS>


"2위도 과분한 걸요. 홀가분합니다."

지난 15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2TV 밴드서바이벌 '톱밴드'에서 2위를 차지한 POE는 "2위가 아쉽지 않나"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POE다운 말이었다.

이날 결승전은 레드와 블루, 열정과 냉정이 극명하게 갈리는 무대였다. 톡식(김정우, 김슬옹)이 강렬한 사운드와 화려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면 POE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와 자작곡 'Fall'로 뜨거워진 관객들을 일순 차분하게 만들었다.

우울한 분위기의 슈게이징(Shoegazing, 신발을 보고 힘없이 걷는 것을 일컫는 말로 영국 인디록의 한 장르)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답게 이들은 예선, 16강, 8강, 4강 그리고 결승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냈다. 보컬 물렁곈(물렁물렁 외계인이라는 뜻, 26, 본명 윤영주)의 시선은 관객을 향하기보다 건반에 더 오래 머물렀다. 관객들의 시선 역시 그보다는 그의 손가락이 쓰다듬는 건반으로 향했다.

사실 POE가 2위에 오른 것은 그들 말대로 '과분'한 건지도 모른다. 그들의 음악 때문이 아니다. POE는 8강에서 혈기 넘치는 고교생 밴드 WMA를 눌렀고, 4강을 앞두고는 베이시스트 키뮤(28, 본명 김윤기)가 갑작스럽게 탈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4강에서 건반과 드럼(센도, 29, 본명 이현도)만으로 강력한 우승후보 게이트플라워즈를 간발의 차로 눌렀다. 결승을 앞두고는 준비했던 곡이 심의에 걸리며 결승 당일 아침에야 새로운 곡을 준비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한 우여곡절 끝에 당당히 2위에 오른 POE를 결승전 직후 만났다.
POE <사진=KBS>

-아쉽게 2위를 했는데.

▶(물렁곈) 맨 처음에 목표 등수가 몇 등이냐고 해서 24강 안에 들어야하니까 23등 이라고 했는데 지금 2등이잖나. 그게 일단 말이 안 된다. 너무 과분하다. 제가 '톱밴드'를 하면서 체중이 7킬로그램이 빠졌다. 그냥 다 좋고 행복하다. 집에 빨리 가서 자고 싶다.
(센도) 과분한 자리다. 아쉽지 않고 너무 홀가분하다.

-2위에 오른 비결은 무엇인가.

▶(물렁곈) 그 비결은 '톱밴드'가 진짜 특이한 프로라는 것이다. 제가 아는 한 굉장히 놀랍고 특이한 프로다. 예를 들면 다른 유명한 스타를 발굴하는 오디션에 가면 그 예선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제가 '굿바이~'라고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바로 '나가세요!'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너무 당신들은 음울 합니다'라고 하면 '죄송합니다'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예상한다(웃음).

-결승전 1라운드용으로 준비했던 곡이 심의에 걸려 바꿨는데 무슨 곡이었나.

▶(물렁곈) 어젯밤에 금지곡이라고 얘기해서 곡이 바뀌었다. '헬프'(help)라는 자작곡인데 혹시나 해서 가사를 바꿨는데, 바뀐 가사도 공영방송에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신 듯하다.

-예고 영상에서 톡식과 결승을 앞둔 소감을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의 심정에 비교했다.

▶(물렁곈) 그랬나?(웃음) POE가 한국에서 사랑 받을 밴드라거나 경연에 어울리는 팀은 아니라는 걸 저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암암리에 아시고 또 저희도 공감한다. '저희는 공연하는 게 좋아요' 이렇게 말해도 '거짓말 하지마. 그래도 경연인데' 하시더라. 그래서 이게 경연이고 승부가 꼭 있어야 한다면 받아들여야지 않겠나.

당연히 톡식이 골리앗 같이 엄청 큰 존재고 저희는 작은 존재다. 사실 이 비유는 4강에서 맞붙은 게이트플라워즈에게 한 것 같다. 그 때도 심정이 그랬다. 아마 제가 결승을 앞두고 한 것이 아닌 4강을 앞두고 한 것인데 편집이 그렇게 된 것 같다.

-경연은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커버곡이 유리할 수 있는데, 자작곡이 불리함 에도 결승전에서 2곡 모두를 자작곡을 택한 특별한 이유라고 있나.

▶(물렁곈) '톱밴드'에 나와서 양희은씨 노래를 처음 커버곡으로 해봤다. 저희 팀의 첫 번째 커버곡이다. 저희 팀은 구성 때문에 다른 팀과 엇비슷하게 할 수 없었다. 커버곡이 미션이라고 하라고 할 때마다 곡을 새로 편곡을 해야 하니까 엄청난 시간의 압박을 받아 심란했다. 그런 것도 있고, 자작곡이 저희의 강점이라 살리고 싶었다.
물렁곈 <사진=KBS>


-중간에 베이시스트가 나가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2위가 남다를 것 같다.

▶(물렁곈) 4강에 임할 때는 베이스가 없지만 이게 우리 노래를 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서 목숨 걸고 했다.

결승이다 보니 스태프들의 준비도 다르고 무대도 다르더라. 이런 좋은 무대에서 공연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 원래 3인조로 만약에 음악을 준비할 수 있었다면 훨씬 좋았을 걸하고 생각했다.

오히려 이렇게 좋은 무대에서 평소에 하던 공연이나 무대와 관계없이 2명이 하는 특별공연이나 번외 공연이 돼버렸다. 무대나 음향이나, 이런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데 2인조가 된 게 사실 너무 아쉬웠다. 자작곡을 하더라도 3인조 역으면 훨씬 전달이 잘 됐을 것이다.

-탈퇴한 키뮤랑은 아예 연락을 안 하나.

▶(물렁곈) 그렇다. 사실 키뮤 말고도 저희 어머니하고도 통화가 안 된다. 오직 작가, PD하고만 연락했다.
물렁곈 <사진=KBS>

-경연이 끝났으니 3인조로 돌아가나.

▶지금도 객원 멤버를 투입해 공연은 3인조로 하고 있다. 하필이면 경연 중간에 (키뮤의 밴드 탈퇴가)일어나서 안타까웠다.

-키뮤와는 음악적인 견해차라고 알려졌는데 방송 출연과 관계된 것도 있나?

▶(물렁곈) 아니다. 연인들끼리 싸워서 헤어졌을 때 헤어진 원인이 뭐냐고 물으면 꼭 한 가지는 아니지 않나. 전혀 문제가 있거나 싸우거나 방송에 문제가 있거나 이슈가 있어 헤어진 것도 아니고 헤어질 때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다. 이게 일이니 각자의 길을 가게 됐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헤어지게 됐다.

-POE는 언제부터 결성?

▶(물렁곈) POE는 2010년 1월 EP앨범(일종의 미니앨범)발매하며 밴드를 하게 됐다. 오빠(센도)는 중간에 합류하게 됐다. 올 초에 처음 뭉쳤다.
센도 <사진=KBS>

-기획사에서 연락은 없나. EP앨범도 이미 냈는데.

▶(물렁곈) 없다. 사실 EP앨범의 경우 집에서 프린트하고 CD를 굽고 CD에 프린트를 붙이고 종이를 칼로 잘라서 접고, CD 뒷면을 깨끗하게 불어서 빵 봉지에 넣고 스티커를 붙이면 CD가 되는 것이다. 지금 회사나 기획사는 전혀 연락 같은 것은 없다. 방송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제가 멀쩡한 상태는 아니고, 정신적인 교화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한동안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남궁연 코치에 고마운 점?

▶(센도) 악기도 사주시고 꼼꼼하시다. 말씀으로는 안 챙겨주시는 것 같지만 섬세하다. 어느 날 악기사 갔다가 너 스틱 한번 잡아봐. 네가 손에 스틱이 안 맞더라. 네가 손이 짧다고 하시면서 스틱을 한 다스 사주셨다. 드럼피도 어느 날 연습실에 오셨는데 제 드럼피가 낡은 걸 보고는 그날 드럼피 전체를 갈아주셨다. 연습 열심히 하라고 말이다.

음악 외적인 것도 경연에서 어떻게 하는 것보다 경연이 끝나고 앞으로 음악하면서 살아가야할 길, 뚫고 갈 길을 많이 제시해주셨다. '네가 이런 마음으로 음악을 한다면 좀 힘들 수 있다. 그러니까 부지런하고 생각도 넓게 해라'고 늘 강조하셨다. 인생 선배 겸 음악 선배로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내년에 '톱밴드' 시즌2를 만든다고 하는데 제작진에게 희망이나 참가할 다른 밴드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센) 아무래도 밴드를 소재로 다루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문제다. 심지어 인디 클럽에서도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에서 밴드를 실제로 다뤄주시는 것도 다행이다.

사실 초반에는 미흡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제작진분들이 밴드들에게 하나, 하나 물어보시면서 고쳐나갔다. 제작진이 성장해 나가는 게 보였다. 그러면서 참가 밴드들도 '톱밴드'를 좋게 봤고 훈훈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시즌2도 더 나아가서 안정적인 공연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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