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의약속', 김수현에 의한 수애의 모노드라마

하유진 기자  |  2011.10.25 09:09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의 돌풍이 무섭다. 방송 2회 만에 월화극 1위를 차지했다는 수치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다. 정통 멜로가 먹히기 힘든 안방극장에서, 그것도 알츠하이머라는 제법 해묵은 소재로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고 있다는 면에서 그렇다.

'천일의 약속'의 기본 골자는 수애(이서연 역)과 김래원(박지형 역)의 사랑에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조명은 수애가 받고 있다. 표면적으로 박지형만이 수애를 그리워하는 캐릭터 탓도 있지만, 수애가 알츠하이머라는 전 인생을 통튼 비극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3회에서 수애의 모노드라마는 빛났다.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수애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운명에 저항하는 독백이 이어졌다. 가위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해 손가락을 가위질을 보이는 수애에게 동생 박유환(이문권 역)이 노화현상이 왔다고 핀잔을 주자, 수애는 "형광펜! 가위!"를 외치며 절규했다. 또 욕실에서 분노의 양치질을 하며 치약, 칫솔, 물컵 등의 이름을 되새겨 기억력 상실에 몸부림쳤다.

절정에 달한 장면은 거울을 마주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 거울 앞에선 수애는 자신의 이름과 나이 약력을 말하며 "엿 먹어라! 알츠하이머"라는 다소 극적인 대사를 호소력 짙게 소화해냈다. 수애는 이날 방송분만으로 비극에 처한 이서연을 완벽히 자기화하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다.

수애의 이러한 활약 뒤에는, 극적이고 비일상적인 대사조차 상황으로 풀어내는 김수현 작가의 힘이 크다. 김수현 작가는 대사만으로 자신의 드라마임을 알아채게 하는 뚜렷한 색채를 가진 작가. 문학적 비유가 섞여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사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극 중 전체 인물을 자신의 세계 안에서 쏟아내며 각 캐릭터의 개성과 캐릭터 간 조화를 완벽히 이뤄낸다.

때문에 일각에서 '배우는 안 보이고, 김수현만 보인다'는 질타 아닌 질타도 있다. 하지만 이 점이 시청자에겐 김 작가의 드라마에 빨려들 수밖에 없는, 배우에겐 김 작가의 작품에 캐스팅되는 것을 앞 다퉈 '영광'이라고 표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이유가 된다.

베스트클릭

  1. 1KIA 여신 치어리더, 뽀얀 속살 드러낸 비키니 패션 '아찔'
  2. 2방탄소년단 지민, 육군 전우사랑 기금 1억원 기부..아너소사이어티 회원됐다
  3. 3방탄소년단 진 'Running Wild'·'Heart on the Window' 지니어스 코리아 1위 석권
  4. 4방탄소년단 진, 아이돌픽 '베스트 남돌' 8주 연속 1위
  5. 5BTS 지민, '2024 MAMA' 대상 포함 2관왕..월드 클래스 입증
  6. 6'초강행군' 김민재 17연속 선발→'평점 8.3+패스 95%' 미친 맹활약! '6연속 무실점' 뮌헨, 아우크스부르크 3-0 격파
  7. 7"손흥민 다음 행선지 亞? 일단 토트넘 떠난다" 英언론 초관심... 예상대로 갈라타사라이? '제3의 팀' 있나
  8. 8민재 형, 이제 나 막아봐! 이강인, 30분 종횡무진→'코리안 더비' 선발 가능성 높였다... PSG, 툴루즈 3-0 완파
  9. 9'비밀리 임신→출산' 문가비, 연예계 떠난 지 오래..3년 전 계약 종료
  10. 10배우 이지아, MAMA 뒤흔든 깜짝 랩..이영지와 환상 듀엣

핫이슈

더보기

기획/연재

더보기

스타뉴스 단독

더보기

포토 슬라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