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현-박상연 불패신화'는 계속된다

김현록 기자  |  2011.11.03 12:16


이건 어디 흠 잡을 데가 마땅찮다. 이야기면 이야기, 연출이면 연출, 연기면 연기. SBS 사극 '뿌리깊은 나무'(극본 김영현 박상연·연출 장태유) 얘기다. 훈민정음 창제를 앞둔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인물들을 등장시켜 미스터리와 액션, 로맨스와 드라마를 섞은 이 탄탄한 팩션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는 게 유일한 흠이라면 흠이다.

물 흐르는 듯한 장태유 PD의 연출은 물론 매회 불꽃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한석규와 장혁, 신세경 등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이가 바로 극본을 맡은 환상의 복식조 김영현 박상연 작가다.

'히트'부터 '선덕여왕', 크리에이티브로 참여한 '로열 패밀리', 그리고 '뿌리깊은 나무'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완성도 높은 대본은 극의 재미를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특히 '대장금' 신화의 주역이기도 한 김영현 작가는 '영현불패'라 불릴 만큼 믿음직한 스타 작가로 제 자리를 분명히 했다. '공동경비구역 JSA', '고지전'을 쓴 박상연 작가 또한 명불허전이다.

'대장금', '선덕여왕', '로열 패밀리', '뿌리깊은 나무' 등에서 보듯 이들 작가는 원작, 혹은 역사라는 원작 한 줄기에 있던 어떤 인물을 발굴해 살을 붙이고 생동감을 부여하는 데 탁월한 필력을 자랑한다. 실록에 한 줄로 등장하는 입지전적인 인물 대장금이 그랬고, 천하를 호령한 희대의 여인 미실(선덕여왕)이 그리했으며, 고난을 딛고 재벌가를 주무른 김인숙(로열 패밀리) 또한 그랬다.

김영현 작가와 박상연 작가가 만든 드라마 속 인물들은 결코 단편적이지 않다. 미실과 김인숙이 단순히 선하기만 하거나 악하기만 하는 대신 저마다의 정당성을 갖고 살아 움직인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입체적인 캐릭터, 이들이 되뇌는 촌철살인의 대사들의 '말맛'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미실, 공순호 회장(로열 패밀리) 그리고 밀본의 정기준(뿌리깊은 나무)에 이르기까지, 특히 '나쁜 사람'으로 단정할 수 없는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결코 쉽게 이야기가 흘러가도록 놔두지 않는 구성 또한 이들 복식조의 특징이다. 시쳇말로 '악마의 편집'이 아닌 '악마의 구성'.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 앞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 장점은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났다. 유약한 왕 이도(송중기 분)가 장인 심온을 구하려 보낸 쪽지가 평범한 노비 똘복이의 삶을 어떻게 꼬이게 했는지, 두 사람이 어떻게 맞부딪혔는지를 그리는 초반의 짜릿함이란. 히든카드에 이르러서야 작가의 속내를 짐작하게 하는 지적이고도 치밀한 드라마는 날카롭고 꼼꼼한 시청자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

'뿌리깊은 나무'는 그들이 맞딱뜨린 인물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가장 단단한 고정관념 속에 살아있는 인물 세종을 그린다. 원작은 그 뼈대일 뿐이다. 시청자들을 긴장시킨 학사 윤필의 사자전언(망자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 세종을 전율시킨 '밀본'의 존재는 오로지 작가의 상상력에서 탄생했다. 이미 '젠장', '우라질', '지랄'을 외치며 등장한 한석규의 세종은 전과는 다른 왕의 포스를 알렸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이제 어떤 패들을 차례로 보여줄까. 불패신화는 이어지고 있다. 자 이제 '뿌리깊은 나무'의 시대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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