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준이 누구냐면?"(반촌 행수) "그 둘을 불러라. 내가 모든 것을 말하리라."(세종) "똘복이가 누구여?"(겸사복) "그 분은 바로 정기준의 호위무사셨다."(조말생 대감)
SBS 수목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연이은 '커밍아웃'으로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높이고 있다. 극중 인물은 물론 시청자들도 궁금해 하거나, 시청자는 알지만 일부 등장인물은 절대 모르는 특정 캐릭터의 정체를 예고편이나 대사를 통해 야금야금 드러내고 있는 것. '슈퍼스타K3'의 MC 김성주 표현을 빌리자면 "오늘의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60초후에 공개합니다."
9일 방송된 11회 방송분에서 최고의 '커밍아웃'은 이방지(우현)의 정체 폭로. 이방지는 주인공 강채윤(장혁)이 북방에서 여진족과 싸울 때 알게 된 출상술과 검술의 달인으로, 북방 회상신 이후에는 종적을 감춰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었다. 다만 비밀결사인 밀본의 자객 윤평(이수혁)이 출상술을 쓰고, 반촌 행수가 "함길도에 가서 이방지 어른을 찾아보라우"라고 말해 밀본과 비밀리에 연이 닿은 인물로 추측돼 왔었다.
그런 이방지가 이날 방송분에서 조말생 대감의 입을 통해 거침없이 그 정체를 드러낸 것. 바로 '재상정치'를 핵심으로 한 밀본 사상의 틀을 세운 정도전의 호위무사였던 것. 그는 그러나 정도전이 태종 이방원 일파에게 암살 당한 날 홀연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듣는 강채윤 입에서는 과연 "지금 이방지라고 하셨습니까?"라는 말이 나올 만했다.
지난주 밀본의 3대 본원 정기준의 정체가 극적으로 드러난 것도 '뿌리깊은 나무'의 커밍아웃 솜씨를 제대로 보여준 사례. 아버지 태종(백윤식)의 철권통치에 짓눌린 어린 세종 이도(송중기)에게 "넌 아무 것도 할 수 없어!"라고 '감히' 비아냥거린 정도준의 조카, "왕은 꽃이고 재상은 뿌리다. 조선의 사대부는 뿌리로 모여들라"는 혁명적 밀본사상을 완성시킨 비밀의 주인공이 바로 정기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정기준이 다름 아닌 소 잡고 시체 해부하는 반촌의 백정 가리온(윤제문)이었던 것. "의금부 모진 고문에도 특명의 내용을 발설치 않았구나"라며 세종이 감탄한 인물, 집현전 연쇄살인의 흔적들을 마치 CSI 요원처럼 과학적으로 찾아내온 그 가리온이 정기준이었던 것이다. 이 '정기준=가리온'에 놀란 이는 비단 시청자뿐만이 아니었다. 우의정 이신적, 집현전 직제학 심종수 등 콧대 높은 사대부들도 황망해했다.
하지만 앞으로 폭풍처럼 파란을 일으킬 '커밍아웃'은 따로 있다. 시청자와 세종, 무휼(조진웅)은 알지만 당사자들과 주변 인물은 절대 모르는 강채윤과 소이(신세경)의 정체. 어린 시절 '똘복이'와 '담이'로 만나 심온 숙청 참화에 얽혀 부모 다 잃은 기구한 인연. 지금도 서로 속마음에는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서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으로 체념할 뿐이다. 더욱이 강채윤 입장에서는 말 못하는 궁녀 소이가 '담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터이니.
두 사람의 재회가 두려운 것은 이제 무휼과 세종 뿐이다. 어린 시절 똘복을 향해 "내가 살린 첫 백성이니라"며 감격해하던 세종, 북방에서 궁궐로 들어온 강채윤이 "임금 배에는 칼 안들어가?"라며 눈알 부라리던 바로 그 똘복이임을 진작에 안 무휼. 특히 소이를 단순한 궁녀 이상으로 생각하는 세종의 마음은 쓰라리다. 무휼의 설명으로 소이가 그토록 사랑하는 똘복이가 바로 강채윤인 것을 알게 됐으니. 그래서 12회 예고편에서 세종이 "그 둘을 불러라. 내가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말한 것은 '뿌리깊은 나무' 최대의 커밍아웃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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