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 빅 리그'의 꽃등심, 전환규와 이국주. 지난 2006년 MBC 1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국주는 데뷔 이래 쭉 전환규와 '하땅사' '웃고 또 웃고' 등에서 전환규와 호흡을 맞춰 왔다.
한동안 개그 구상에 골몰하던 전환규는 어느 날 KBS 2TV '개그콘서트'를 연출했던 김석현PD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tvN으로 이직한 김PD가 새로 구상 중인 '코미디 빅 리그'에 출연하라는 요청이었다. 전환규는 함께 갈 이를 고심한 끝에 이국주를 선택했다. 가장 편하고 가족같은 후배였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국주 역시 전환규라는 든든한 선배의 제안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오케이'를 외쳤다.
▶이국주=처음 얘기하는 건데, 사실 선배한테 속았다. 선배가 말했던 건 3팀 정도 출연하는 작은 규모의 것이었다. 힘든 건 아니겠구나 하고 쉽게 생각했는데 인터뷰 하러 갔다가 아차 싶었다.
▶전환규=사실 나도 부담 안 가졌다. 상금만 욕심날 뿐. 스트레스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출정식을 유람선에서 하는 것 보고, '아 이거 장난 아니구나' 싶었다. 국주한텐 미안했다. (웃음)
◆ 꼴찌에서 1등까지, 꽃등심의 '대반란'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의 옹달샘, 안영미 김미려 정주리의 아메리카노,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의 갈갈스 등. '코미디 빅 리그'에는 3사를 대표하는 개그맨이 총출동했다. MBC에서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그들이지만 '코미디 빅 리그'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덕분에 기자간담회 격이었던 출정식에서도 아무도 그에게 주목하지 않았다. 첫 회가 방송되고, 4회가 나갈 때까지 꽃등심은 늘 꼴찌를 도맡았다. 더 비참한 건 순위보다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것이었다.
▶전환규=5회에 안되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더 이상 못 견디겠더라. 전화통화하면서 걱정도 많이 하고 파이팅의 메시지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왜 꼴찌했냐는 내용이었다. 감독님에게 얘기해서 몇 주 쉬고 산에 가서 연습해올까 하는 생각도 했다.
처음으로 그들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건 5회 방송분이었다. 둘은 그때를 꽃등심의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그도 그럴 것이 종합순위 꼴찌였던 그들이 2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순위를 차지했다. 비만녀들이 사용하기 불편한 상품을 당당하게 비판하는 '불만고발'이라는 코너로 얻은 값진 승리였다.
▶이국주=전날까지도 늦게까지 고치고 바꿨다. 정말 기대를 안 했다. 제일 기뻤던 게 뭐냐면 5주 만에 박수와 환호성을 받은 것이었다. 내려왔는데 순위도 갑자기 확 올라갔더라. 1등했을 때보다 기분 더 좋았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
꽃등심의 승리는 '코미디 빅 리그'에게도 엄청난 자극이었다.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옹달샘이 3위로 물러나고 아메리카노가 1위, 꽃등심이 2위에 오른 것. 대 반전이었다. 이날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꽃등심에게로 쏠렸다. 그간의 설움을 참지 못한 이국주가 기쁨과 감사함의 눈물을 쏟은 것. 덕분에 첫 1위를 차지한 아메리카노는 외면받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환규=인생사가 그렇지 않나. 진짜 드라마였다.
▶이국주=주위에서 '코미디 빅 리그'의 허각이라고 하더라. 맞는 것 같다.
◆ 비만녀 자학 개그는 그만! 웃음 포인트는 '뻔뻔함'
이들의 코너가 주목받은 이유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자학' 개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국주는 육중한 몸을 자학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신, 왜 나를 불편하게 하냐고 고발한다. 뚱뚱한 여성도, 다이어트에 시달리는 마른 여성도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전환규=운이 좋았다. 첫 녹화할 때 앞줄에 몸 좋으신 커플들이 굉장히 많았다. 농담으로 국주 가족들 왔다고 좋아했다. 공감을 많이 하시더라.
KBS 2TV '개그콘서트'의 '헬스걸'은 비만 개그우먼 이희경 권미진이 트레이닝을 통해 몸무게를 감량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여자로서 보자면 부러울 법도 했다.
▶이국주=전 뺄 마음이 없다. 저같은 캐릭터는 줄고 있는 것 같아 좋다. 그분들이 빨리 살을 뺐으면 좋겠다. 누군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면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지금은 여자로서보다 개그우먼으로서의 욕심이 더 크다. 여자이고 싶었으면 진작 살을 뺐을 것이다. 100kg만 안 넘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웃음)
◆ 농담으로 한 "제명" 한 마디가…
개그맨은 유달리 방송국 이동이 어렵다. 한번 공채로 선발되면 그 방송국에서 평생 개그를 선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사실 3사의 개그맨이 지상파도 아닌 케이블채널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했다. 꽃등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전환규=공식적인 제약은 없다. 법적으로는 3개월만 지나면 자유롭게 다른 방송국 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수 있다. 개그맨이나 제작진 모두 책임이 있다. 기자간담회에서 "제명이 됐어요"라고 한 건 열심히 하겠다는 뜻에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었다.
▶이국주=기사 나간 거 보고 되게 걱정했다. MBC로 다시 안 갈 생각도 아니고 인연을 끊을 생각도 안 했었다. 얘기 듣고 서운해 하셔서 죄송했다.
▶전환규=그런데 웃긴 게 뭐냐면 (고)명환이 형이 전화 와서 정확히 한 마디 하더라. "니네가 뭐라고! 아무도 신경 안썼어. 걱정하지마. 형이 경험해서 알아. 3주 지나면 싹 없어져"라고. 정말 우리만 걱정했던 것 같다. (웃음)
▶이국주=또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가 다른 방송국에서 잘 안 됐으면 후배들이 봤을 때 걱정 많이 했을 텐데 잘 돼서 다행이다. 모두 말하다시피 꿈은 '코미디 빅 리그'를 통해서 여러 개그맨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이다.
현재 누적승점 1위는 옹달샘, 2위는 아메리카노다. 둘의 차이는 6점. 남은 두 리그를 통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꽃등심은 어떤 팀을 응원하고 있을까.
▶이국주=공략을 들어보고 응원할 생각이다. 저한테 뭔가 떨어지는 게 있어야 좋은 거니까. 제가 봤을 땐 1등해서 돈 쓰는 거나 거기서 받는 거나 비슷할 것 같다. 엄청 먹을 거다. (김)미려 언니가 1등하면 1000만원치 먹을 것 예약 돼 있다.
꽃등심은 현재 누적순위 4위다. 초반에 부진을 생각하면 엄청난 상승이다. 비록 1위를 차지할 순 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순위 때문이 아니라 개그맨으로서의 행복과 기쁨 때문이다. 그들에게 '코미디 빅 리그'의 의미를 물었다.
▶전환규=한동안 내가 리포터인지 개그맨인지 헷갈렸다. '코미디 빅 리그'를 통해 내가 잘 하고 즐길 수 있는 게 개그임을 깨달았다. '내가 개그맨 전환규구나, 개그맨일 때 제일 빛나고 행복하구나'하고 깨달았다.
▶이국주=새로운 시작. 길? 눈물?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좋았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작하는 느낌이라 좋았다. 앞으로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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