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능 시험 날 아는 문제도 틀릴까봐 걱정했는데, 아, 아는 문제가 하나도 없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무심코 리듬을 타고 있었다면 당신은 '감사합니다' 중독자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감사합니다' 코너는 시사 개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개그콘서트'에서 유독 빛을 발하고 있는 '단순 개그'다. '단순'이라는 표현은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는 형식에 대한 평가일 뿐, '감사합니다'만의 묘한 중독성은, 시사 개그 못잖은 즐거움을 시청자들에게 안기고 있다.
이들의 개그는 짜증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 속에서 '감사할 일'을 발견, "감사합니다"를 외치면서 웃음을 안기도 있다. 일종의 '긍정의 에너지' 전파다. 이 프로에 빠진 시청자 중 생활 속에서 무심코 '감사합니다'를 봤다 '리듬'을 탔다는 사람도 많다. 감사할 일 별로 없는 세상에서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이들, 송병철, 정태호, 이상훈을 만났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TV공개홀 '개그콘서트' 대기실에서 만난 이들은 '감사합니다' 코너 속 그대로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코너 명을 말할 때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게 되니 참 감사한 코너라는 생각도 들었다.
"유치해 보일 수 있어 걱정도 했지만‥."
이들, 왜 "감사합니다"를 외치게 됐을까. 힘든 세상, 밝게 비추려는 '큰 뜻'이라도?
"사실 우연하게 만들어진 코너에요. 처음에는 (송)병철이, (이)상훈이랑 형사물을 준비했어요. 한 3~4일 고민을 했는데 도저히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 거예요. 다들 의자에 앉아 땅만 보며 아무 말 없는 상태가 몇 시간 째 계속되는데,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이걸 얘기하게 된 거죠."(정태호)
정태호는 "사실 '감사합니다'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조금 망설였다"라며 "왠지 유치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망설였었다"고 했다. 헌데 정태호의 아이디어를 듣고 나머지 두 사람은 눈이 번쩍 뜨였다. 송병철은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 '형, 이걸 해야지, 왜 형사물 냈어'라고 했다"라며 "단순하면서도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게 '이거 다' 싶었다"고 했다.
정태호는 "너무 쉽게 나온 거고, 유치해 보일 수 있는 개그라 걱정이 많았다"라며 "특히 '개그콘서트' 색깔에 어울릴까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일단 이들은 형사물을 들고, 서수민PD 앞에서 검사를 맡았다. 서PD는 "재밌기는 한데‥"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들은 다시 '감사합니다'를 선보였고 서PD는 "왜 아까 그런 걸 했냐"라며 '감사합니다'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리고 2주 후 바로 녹화에 들어갔다. 지난 8월 중순 얘기다.
어린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뽀통령' 이어 '감통령'도 나올까요. 하하"
'감사합니다'는 '후렴구'랄 수 있는, "감사합니다" 특유의 리듬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2번 연속 이어지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는 예전 '시커먼스'만큼이나 묘한 중독성이 있다. 특히 따라 하기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아이들이 따라하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부모들도 어느새 '감사합니다'의 팬으로 변한다.
송병철은 최근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홍록기 선배님이 최근 저희 동영상을 부탁하는 거예요. 아는 지인의 아들이 시험을 잘 봤기에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더니 '감사합니다' 아저씨들 보고 싶다고 했대요. 정성 어린 동영상으로 어린 팬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라고 했다.
정태호는 "행사장에 가면 유독 사인을 부탁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얘기를 들어보면 '어린 딸이 좋아해서 사인 받아오라고 했다'고들 하신다"라며 "'뽀로로'가 '뽀통령'으로 인기를 모으는데, 조만간 '감통령'도 나올 수 있을지 않을까 은근 기대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특유의 리듬,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박자서 힌트"
특유의 '감사합니다' 리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근데 의외로 단순했다.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라는 답을 들었다.
"'감사합니다'를 구성해 놓고 리듬을 구상하다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리듬에 맞춰봤는데, 절묘하게 맞는 거예요. 거기에 맞추다 특유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가 나왔죠."(송병철)
"'쿵짝, 쿵짝'하는 8비트 리듬인데요, 이 박자가 모든 노래에 박자를 맞추면 맞더라고요. 저희 대사도 이 비트에 맞추니까 딱딱 맞아요.(웃음)"(정태호)
이들의 개그는 짧기 때문에 5초 안에 승부를 봐야한다. 정태호는 "에피소드, 바로 웃음, 에피소드, 바로 웃음 식으로 가야해서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 만큼 매 녹화에서 사용되는 에피소드도 많다. '아이디어의 고갈'이 요즘 이들의 최대 고민이다.
"저희가 처음 준비했던 아이디어가 이제 많이 줄어들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두루마리 종이에 적은 아이디어가 한 손으로 안 잡혔는데, 이제는 손에서 빠져나가려하네요. 하하. 솔직히 처음에 '센 것'들을 많이 쓰기도 했고요."(정태호)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죠. 가령 여자친구와 섬에 놀러갔는데 배가 끊겼다. 이런 건 바로 바로 예상이 되잖아요. 이런 거는 안 해요."(송병철)
"감사할 일 없는 세상, 하루 한 번이라도 '감사합니다~'해보세요!"
'감사합니다'는 기존 틀에 더해 조금씩 변화를 줄 생각이다. 송병철은 "'감사합니다'에 이어 '미안합니다', '괜찮습니다'식으로 변화를 주고 싶다"고 했다.
이상훈은 "유튜브에서 우리 개그가 다른 나라 말 자막이 입혀져 올라가 있는 것 봤다"라며 어려운 개그가 아닌 만큼 "'글로벌 개그'로 거듭나고 싶다"고 했다. 정태호는 "처음에는 유치하다고, '개콘'스럽지 않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제는 '개콘'의 또 다른 개그 형식으로 이해를 해 주신다"라며 "'개콘'을 대표하는 개그 코너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별로 감사할 일 없는 세상에서, 매일 '감사합니다'를 외치다보면 기분도 좋아지고 긍정의 에너지도 솟잖아요. 길 가다가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걸 보시면 속으로라도 한 번 저희 개그처럼 따라해 보세요. 금방 즐거워질 겁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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