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변호사·정치인 남편, 둘 다 매력無"(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12.01.11 14:10
홍봉진 기자


가수 타이틀을 쓰면서 배우라는 수식어를 확실하게 붙일 수 있는 스타는 거의 없다. 여배우 중엔 아마도 엄정화가 유일하리라. 엄정화는 한국의 마돈나라 불릴 만큼 최고의 가수인 동시에 배우로서 필모그라피도 상당하다.

한 때 도시녀의 전형 같았던 엄정화는 이젠 작품에서 엄마가 돼가고 있다. '해운대' '마마' '베스트셀러', 그리고 새 영화 '댄싱퀸'에서도 엄정화는 아내이자 엄마가 됐다. 누군가의 엄마보단 여자 이야기가 많은 역할이 엄정화 차지다.

엄정화는 '댄싱퀸'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춤추고 노래하며 남편과 딸 눈치를 살피는 역에 엄정화보다 적역인 배우가 있을까? 갑상선암을 딛고 일어나 여전히 꿈을 꾸는 엄정화를 만났다.

-'댄싱퀸' 출연을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기다려 왔다. '해운대'를 할 즈음에 윤제균 감독이 일상에 지친 주부가 댄스가수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기획 중인데 어떨까, 란 제의를 받았다. 그 뒤로 줄곧 기다려왔다.

-애초 여자이야기가 남편과 아내, 부부 이야기로 바뀌었는데.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졌지만 황정민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이후 오랜만에 만나 굉장히 즐겁게 촬영했다.

-엄정화는 화려한 미모라 생활연기가 잘 안붙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적역이었다. 물론 한 때 잘나갔던 여인이란 설정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극 중 이름도 엄정화인데.

▶이번에는 연기를 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만큼 자연스러웠다. 사실 한국영화는 남자 중심이라 여자 이야기가 많지 않잖나. 그렇다고 남자 이야기에 부속물 같은 역할은 싫고. 다만 가수로서 익숙함이 드러나면 안되니깐 오히려 더 신경이 쓰였다. 무대에서 노래만 하면 좋은데 춤과 노래에 연기까지 해야 했으니깐.

-극중 별명이 신촌마돈나인데 20살 무렵 영화처럼 나이트클럽을 즐기며 화끈하게 살았나.

▶21살 때 합창단에 들어가고 24살 때부터 연예인을 해서 그럴 시간이 별로 없었다. 물론 나이트클럽은 합창단 선배들과 이태원쪽으로 많이 다녔다. 당시 양현석 이주노 등이 주로 활동하던 강남에도 원정을 갔었는데 그쪽은 안 맞더라. 신촌마돈나 같은 별명은 얻고 성이 엄씨인지라 엄탱이 같은 애칭이 많았다.

-춤과 노래, 연기를 하는 게 꿈이었고, 그 꿈을 다 이뤘다고 했는데.

▶그렇다. 춤과 노래, 연기만 꿈이었다. 그렇다고 그 꿈을 이루러 뭘 악착 같이 준비했던 것도 아니다. 그냥 무대에서 노래 부르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합찬단이 된 것도 신기하고, 그걸 계기로 연예인으로 데뷔한 것도 정말 감사하고 신기하다. 서울도 아닌 충북 제천에서 살았던데다 미인도 아니었기에 주위에서 미스코리아 한 번 해봐라란 소리도 한 번도 못 듣고 살았으니깐.
홍봉진 기자

-이제 작품 속에서 엄마 역할을 맡는다. 그런 변화의 포인트를 인식하는가.

▶포인트라기보단 시기적으로 엄마 역할을 맡는 것 같다. 엄마 역할에 부담감이나 망설임은 전혀 없다. 다만 엄마보다 자식 이야기가 많은 역할이 오게 된다면 속상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영화가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박원순 시장과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르는데.

▶정치 이야긴 황정민에게 물어봐달라, 난 정치 모른다.(웃음) 그냥 사람들이 바라는 진실 되고 거짓 없는 정치인을 그린 것 같다.

-변호사 남편과 정치인 남편, 선택한다면 어느 쪽이 좋은가.

▶둘 다 싫다. 둘 다 매력 없다. 직업보다 진실 되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좋을 뿐이다.

-결혼 이야기는 지겹게 들었을텐데 언젠가 결혼은 생각 없지만 아이는 키우고 싶다며 입양 이야기도 한 적 있는데.

▶한창 활동할 때 내 꿈이 결혼은 아니었다. 결혼 이야기가 지겨울 정도로 듣기는 하다. '승승장구' 녹화할 때도 40분을 넘게 결혼 이야기를 묻더라. 글쎄 언젠가는 누군가의 부모가 될 수도 있고 이제는 생각해볼 때도 된 것 같다.

아이는 부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버지 없이 자라서 그런지 꼭 부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양은 부모가 되고 난 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지난 앨범에선 빅뱅의 탑이랑 콜라보레이션을 했는데 새 앨범 계획은.

▶당시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 '올해는 앨범을 내야지'란 생각만 있다. 아직 어떤 형식으로 할지도 정하지 않았다.

-엄정화는 50,60대도 사랑 영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써달라.(웃음) 그렇게 찾아주는 작품이 있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자신도 있고. 언제까지 노처녀 역할을 할 순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자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런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동생 엄태웅이 주연한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가 '댄싱퀸'과 같은 날 개봉하는데.

▶VIP 시사를 못가서 극장 가서 볼 생각이다. 둘 다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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