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정은표 "김수현 진짜 아들 같아"(인터뷰)

'해를 품은 달'의 재발견..내관 형선 역 정은표 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2.03.16 13:49
배우 정은표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아버지처럼 자애롭고, 친구처럼 다정하며, 선배처럼 따끔하기도 한 내관. 형선 역의 정은표는 화제 속에 종영한 MBC '해를 품은 달'(극본 진수완·연출 김도훈 이성준)이 재발견한 배우 중에서도 으뜸이다. 1회부터 20회까지, 단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출연한 유일한 주요 배우이기도 했다.

자신만만하나 사랑 앞에서는 약한 남자일 뿐인 왕 훤(김수현 분) 곁을 믿음직하게 지키고 선 그의 모습은 단연 돋보였다. 실제로도 마음을 다해 훤과 김수현을 사랑했다고 하니, 그 진심이 시청자들에게까지 전해진 모양. '해를 품은 달'은 정은표에게 배우로서의 자신을 확인하게 한 고마운 작품이기도 했다.

애처가이자 실제로도 따뜻한 아빠인 그가 아내와 마트에라도 갈라치면 "너무 좋다"는 여인들의 '꺄~' 소리가 이어진다는 후문. 그 귀여움을 일찌감치 알아봤다는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 그리고 태어날 '지훤이'까지, 단란한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이 남자.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사복 입고 안경을 쓰시니 확 달라 보이시네요.

▶평소엔 애들도 챙기고 해야 하니 매니저 없이 다니거든요. 촬영 회수로는 제가 제일 많거든요. 처음부터 계속 주인공 옆에 있는데다 가끔 있는 쉬는 날도 불규칙하다 보니 살이 쪘어요. 캐릭터에는 통통한 게 맞았고 한복이라 그냥 넘어갔는데 돌아오니 맞는 옷이 없어요.(웃음)

-캐스팅될 때 어떠셨어요?

▶처음에 6회까지 대본을 받았는데, 사실 세자 시절에는 형선이가 굵직굵직하게 하는 일이 더 많았거든요. 너무 설렜어요. 왕이고 내시고, 역할을 떠나 배우는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걸 보잖아요. 재미있고 찰지게 표현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죠.

-형선은 너무 인상적인 캐릭터였습니다.

▶너무 여러 가지가 담겨 있었거든요. 천한 내시 역할인데 아버지 같은 모습도 있고 친구 같기도 하고 형 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훤이 굉장히 외로운 인물이거든요. 중전, 장인, 할머니가 다 적인 그 사람을 늘 도와주는 건 유일하게 형선밖에 없지 않나 했어요. 나중에 운이 오긴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한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구조죠. 형선은 그 사이에서 표현할 게 참 많았어요. 코믹한 게 두드러지다보니 재밌고 웃기는 역할 정도로 생각하시는데, 왕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잖아요. 왕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게 형선밖에 없고요.

-무엇보다 전형적이지 않은 내시였고요.

▶아이들에게도 공주 잘하는 것보다도 창조적인 뭔가를 하면 좋겠다고 하거든요. 저도 그래요. 인물을 분석할 때 남들이 놓친 부분이 뭐가 있나 고민하죠. 기존에 있던 내시의 이미지를 깨뜨려보자 했어요. 그 전처럼 공손하게만 하는 대신 뭔가 다른 모습을 찾아보자는 데서 출발을 했죠.

배우 정은표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SBS '붕어빵'을 통해 가족들도 친근한데요, 이번 '해를 품은 달'을 보면서 기뻐하셨을 것 같아요.

▶일단 제 아내는 제가 하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 제 편이니까, 그 양반은 너무 주관적인 잣대예요. 가만있는 모습만 봐도 좋다고 하니까.(웃음) 아들 지웅이는 굉장히 쿨하죠. '아빠 나온다 봐라' 그러면 '응, 내관?'이러고 가요. 서운하면서도 대견한 점도 있죠. 딸 하은이는 아빠보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대요. 친구들이 '니네 아빠 내시야' 그러면 '역할이잖아' 이런다고. 얘도 의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들이야 시청률 40% 높고 낮고 이런 거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아빠가 바빠지는 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웃음)

-부인께서 셋째를 임신 중이라고.

▶7월 중순이면 출산해요. 감정에 충실하다보니 그렇게 된 건데(웃음) 딸을 기대했는데 아들이래요. 제가 내시를 맡으면서 그 이미지로 갈까봐 걱정을 했는데 '나는 애가 셋이다' 이렇게 됐죠. 당당해요. 셋째 이름은 훤이에서 따서 지훤이라고 지었어요. 아내도 좋아하고요. 훤이를 너무나 사랑했으니까 그 사랑이 옮겨갈 것 같아요.

-현장에서 김수현과 너무 다정하시던데요. 운 역 송재림도 그렇고.

▶저도 왜 그럴까 고민을 해보거든요. 같이 있으면 즐거워요. 저는 그 친구들이 아들 같아요. 또 어찌됐던 저는 그 친구를 왕으로 보필하는 인물이다보니 맞춰야겠다, 어려져야겠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다행히 그 친구들도 나를 살갑게 받아줬고요. 작품하면서 연기한 것보다도 수현이 재림이랑 장난치고 놀았던 게 생각이 나네요. 새삼 떠오르면서 보고싶네요.

-김수현은 이번 작품으로 많이 주목도 받았는데, 지켜봤을 땐 어떠셨나요.

▶노는 기운과 연기하는 기운이 잘 버무려졌달까. 장난을 치다가도 몰입을 할 때는 정확하게 들어가줘요. 막 장난을 치다가도 연기를 할 땐 무섭게 집중력을 발휘해서 쫙 빨려들어가고. 사실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정도 장난을 쳐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월이 연우라는 걸 알고 나서 훤이 울 때, 형선이 함께 울던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리허설 하다가 먼저 눈물이 터져서 힘들었죠. 한 번 감정이 100이 되면 다시 잘 나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가 먼저 찍고, 수현이는 또 그런 저를 보면서 감정을 찾았다는 말을 지나가면서 했었어요.

훤이는 연우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잖아요. 저는 연우를 보는 게 아니라 훤이를 보면서 우는 거예요. 어려서부터 그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봐왔으니까. 형선이는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충심으로 모시는 왕이 슬픈 것이 슬픈 거예요. 끊임없이 왕을 보면서 리액션을 하는 거죠.

-중견배우와 젊은 주인공이 그렇게 감정적으로 밀착된 것도 오랜만이었어요.

▶이런 역할이 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젊은 배우들이 혈기왕성하고 연기도 너무 잘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연륜 있는 사람들이 채울 수가 있거든요. 역할이 역할이다보니 저는 무조건 맞추자고 처음에 생각했어요. 적어도 내가 불편한 존재가 되어선 안되겠다고. 저는 매니저가 없으니까 다가가기 쉽던데요. 또 그러다보니 수현이 매니저가 저를 챙겨주기도 하고요.

-배우로서 정은표를 발견한 점도 반가웠습니다.

▶사실은 너무 좋을 수밖에 없었죠. 배우와 예능인의 사이에서 좀 혼란스러운 시기였던 것 같아요. '붕어빵'은 제게 은인 같은 프로죠. 9개월 정도 아무 연락도 못 받고 있을 때 '붕어빵'을 하게 됐어요. 가자마자 고정이 됐고, 2년을 하면서 또 여유를 갖게 됐죠. '싸인'에 들어가긴 했지만 왠지 장항준 감독과의 인연으로 들어간 것 같다는 생각이 컸어요. 또 근 1년 작품을 못하면서 혼란스럽고 힘들어하던 시기에 '해품달'을 만난 거예요. 처음 제안을 받고 2달 정도가 너무 힘들었어요.

배우 정은표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그 때가요? 왜요?

▶너무 좋으니까. 누가 가져갈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잠을 자다 깨고, 막 중얼거리고 그랬어요.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었죠. 배우로서 존재감을 가져야 하는 시기인데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 첫 촬영을 하고 나서야 아내한테 '이제 내가 이 역할을 하나봐'라고 얘기했던 게 생각나네요. 아내가 짠해 했어요. 또 너무 좋아했고요.

지금도 형선이로 사람들이 막 알아보고 하는 게 막 즐겁거나 흥분되지는 않아요. 시청자들이 훤이가 잘 되기를 바라니까 옆에 있는 형선이에게도 또 마음이 가셨겠죠. 물론 배우로서 이렇게 사랑받는 드라마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참 행복한 일이에요. 하지만 저는 또 다음 작품을 뭘 할 수 있나가 궁금하고요, 캐스팅하시는 분들에게 내 존재감이 심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앞으로 배우로서 바람이 있으시다면?

▶배우로서도 욕심이 많고, 사람으로서도 나름 욕심이 있겠죠. 제가 아내와 늘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늘 현상유지를 꿈꿔요. 지금이 우리가 사는 데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요. 일에 대한 갈증도 있고, 경제적인 갈증도 있고 이런 지금이 너무 좋아요. 인간적인 건 이정도면 너무 좋지 않을까.

배우로선 '해품달'을 했던 것처럼 더 진실된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게 빨리 비우고 백지를 만들어놔야겠어요. 그런데 이게 잘 안 될 것 같네요. 너무 푹 빠져 있어서 안 될 것 같아. 수현이도 빨리 잊으려고 하는데 잘 안될 것 같아요. 두집 살림 하는 느낌이랄까. 집에 가서 수현이 생각이 나고, '수현이 재림이 얘네 뭐 하고 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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