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개봉한 '코리아'(감독 문현성)를 본 관객이라면 가질 궁금증 몇 가지. "정말 심판이 중국측과 짜고 오심을 한 걸까?" "현정화 선수의 아버지가 진짜 아팠나?" "현정화가 준 반지를 낀 북한의 리분희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특히 배두나가 연기한 리분희는 영화에서 참으로 강단 있는 북조선인민공화국 탁구 천재로 묘사됐다. 특유의 억센 북한말 억양과 무뚝뚝한 말투 덕분에 이 '리분희'는 큰언니처럼 듬직했고 믿을 만했다. "잘 살 수 있는 남(南)으로 넘어오지 않을래?"라는 영화막판 현정화의 권유에, "그렇다면 너는 미국 가서 살지 그래? 미국이 남조선보다 잘 사니까"라는 그녀의 신념은 숭고하기까지 했다.
그랬다. 감독의 로망 혹은 판타지인 걸까. 이상하게 지금까지 영화에서 나온 북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겉은 무뚝뚝하되 속은 한없이 따뜻했다. 군인이든 민간인이든 북한 동포는 매번 순수했고 처량했다. 처음 볼 때는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주체사상과 당에 길들여진 인민들의 모습이었지만, 결국엔 그 품에 안기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철철 넘치는 캐릭터들이 수두룩했다.
송강호와 신하균이 연기한 '공동경비구역 JSA'(감독 박찬욱)의 북한 군인들을 떠올려보시라. 뼛속까지 군인인 듯했던 이들이 점점 남한 군인들(이병헌 김태우)과 친해지면서 내보인 그들의 속 깊은 정과 우애. 지뢰를 밟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대한민국 육군 이수혁 병장(이병헌)에게 "사내 녀석이 울기는.."이라며 손을 내민 정우진 전사(신하균)라든지, 남북한이 대치한 일촉즉발 현장에서 인민군과 국군을 동시에 다독거린 맏형 같은 오경필 중사(송강호)라든지..
2010년 개봉작 '의형제'(감독 장훈)의 주인공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것도 모자라 심지어 잘 생기기까지 했다. 다른 이도 아닌 강동원이 싸움 잘하고 똑똑한 남파 공작원 송지원 역을 맡았으니까. 살해현장에서 남한 어린애를 구하려다 전문킬러에게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은 송지원. 그는 영화가 묘사할 수 있는 궁극의 '인간'이었다. 하긴, 국정원에서 잘린 이한규(송강호)가 오죽했으면 송지원에게 이랬을까. "넌 말끝마다 인간미 따지냐?"
이러한 북한 동포들에 대한 '인간미' 판타지는 1950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웰컴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에서 진작 완성됐다. 정재영이 연기한 인민군 장교 리수화도 남자답게 매력적이었지만, 임하룡과 류덕환이 연기한 인민군 하사관과 소년병은 그야말로 국어사전이 정의할 수 있는 '삼촌'과 '소년'의 극한값이었다. 멧돼지 몰이를 할 때 이들이 보여준 그 환한 미소와 거침없는 아우성은 멋-졌-다.
과연 이들은 지금도 잘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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